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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孤聲)] 민주주의를 위한 변명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체제였던 민주주의가 지금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불과 2-300여 년 전이었다. 민중(demos)과 지배(Kratos)의 합성어인 민주주의(민중의 지배, Democracy)가 18세기경에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부르주아 세력의 부각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민중이 지배자라는 의식은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되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소위 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민주주의라는 오래전의 정치체제가 복권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대 왕정을 거부하면서 등장했다.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서 국왕은 존재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전통과 권력의 중심이 의회로 넘어갔으며, 프랑스는 1789년의 대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트리고 비로소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인권이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었고, 미국은 1776년 독립혁명을 통해서 본격적인 민주주의의 정신을 구현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늘의 민주주의의 가치인 인간에의 존엄과 자유, 평등, 정의, 박애, 인권, 관용 그리고 인류애까지 모두 오랜 시간에 걸친 투쟁의 결과였다. 근대 사회는 이처럼 민주주의가 전 세계에서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의 경우 역시 다르지 않았다. 대한제국의 왕정체제를 거부한 항일지사들은 상해에서 임시정부를 건립하고 헌법을 만들었는데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 국가의 주권은 인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온다였다. 민주공화국은 이제부터의 대한민국의 국민은 왕의 지배를 받는 신민이 아니라 주권을 가진 명백한 나라의 주인이고 그 주인들에 의하여 통치되는 민주주의 나라라는 선언이었다.

 

해방 이후 이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이어받은 대한민국은 이것을 지키고 올바르게 정립하기 위하여 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굳이 거론할 것도 없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숱한 국가폭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지난한 한국 민주주의의 과정 역시 단시간으로는 다 설명할 수도 없다. 모두가 절대군주가 아닌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었다.

 

최근 야권의 유력 후보가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새기고 토론장에 나왔음에도 여전히 지지율은 유지된다. 차라리 백성 민(民)을 썼다면 이해하겠는데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임금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니. 측은하기를 넘어서 안타깝기까지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수준이라니 말이다. 하긴 과거 구속되어 가는 박근혜 씨를 향해 ‘마마’라며 통곡한 사람들도 있었으니. 다시 한번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왕정을 무너트리고 성립한 정치체제이다. 누구도 과거로 되돌릴 수 없고 지금은 민주주의의 시대라고 부끄러워서 나래도 변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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