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신 7개월 차 A씨는 요즘 회사에서 점심시간마다 눈치를 본다. 태아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는데 백신패스 도입 이후 식당에 가지 못해서다. 직장동료들이 미안해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점심시간 전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준다. 저녁은 물론 주말에도 밖에 나갈 수 없다. ‘왕따’가 된 기분이다.
#2. 4년 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완치 판정을 받은 B씨는 의사와 상의 끝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로 했다. B씨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았지만 보건소에서 백신패스 예외 확인서 발급을 위해서는 병원 서류가 더 필요하다고 해 ‘혼밥’을 한다. 식당 주인들의 눈치도 보여 그냥 차에서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백혈병도 이겨낸 그였지만 외로움은 견디기 버겁다.
정부의 방역패스(백신패스) 도입에 사회적 고립을 토로하는 이유 있는 미접종자들이 늘면서 변별적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백신 미접종자들은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2주 동안 식당·카페에서 사적모임을 가질 수 없다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특히 임신부들은 방역패스 예외 대상이 아니고, 기저질환자도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야 예외 대상이 돼 이유 있는 미접종자들의 사회적 고립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무조건적인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청원글이 하루 수십 건씩 게재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1만 472명의 동의를 받고 있는 ‘정부의 백신패스 대상자에 임산부와 난임 치료자는 제외시켜주십시오’ 제목의 청원글도 같은 맥락이다.
청원자는 “임산부에 대한 임상정보가 없기에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의약품을 임산부에게 강요하는 것은 국가의 무분별한 인권 침해”라며 “부득이하게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임산부와 난임 치료자들에게 백신강요와 국가적 차별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B씨와 같은 기저질환자들의 애로도 만만치 않다.
백신 예외 적용자 기준이 면역결핍 및 면역억제제·항암제 투여자로 정해져 있고,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맡기고 있어 의사 주관에 따른 예외자 적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함께 사회적 분위기도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주변에 개인의료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그럼에도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로 보는 시선에서다.
또 48시간 이내 PCR 음성확인서나 의학적 사유로 접종이 불가하다는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식당 출입이 가능하지만 점주들이 출입을 거부하기도 한다.
자영업자들도 상황은 이해하지만 타인의 증명서를 사용하거나 PCR 음성 확인 문자를 공유해 거짓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역패스 위반시 이용자는 과태료가 10만 원에 불과하지만 업주는 150만~300만 원을 내야 하고, 시설 폐쇄명령까지 받을 수 있는 탓이다.
질병관리청은 “임신 12주 이내라면 태아의 상태를 잘 확인하고 전문의의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결정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일반인과 동일하다”며 “코로나19 백신에는 임신부나 발달 중인 태아에게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식당을 혼자 이용하려는 미접종자의 입장을 거부하는 식당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정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