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산하 극지연구소가 연구 물품 사적 유용 의혹(경기신문 11월 30일 1면 보도) 감추기에 급급하다.
의혹 당사자인 연구원 A(남)씨에게 감사 일정과 인사이동 계획까지 미리 알려줘 ‘제 식구 감싸기’ 너머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해기원에 따르면 최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A씨가 연구비로 구입한 물품을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민원과 관련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유부남 A씨는 같은 팀 소속 B(여)씨와 불륜 관계를 이어가며 연구소의 의자, 모니터 등 물품과 극지 기지에서 사용해야 할 보온가방, 식칼, 헤어드라이기 등 생활용품을 사적으로 쓴 의혹을 받고 있다.
해기원은 극지연구소에 A씨가 참여한 3년 동안의 연구와 관련한 ‘특정 연구 사업비에 대한 집행실태(물품·자재 구매내역) 긴급점검’을 지시했다.
하지만 극지연구소는 긴급점검 일정과 내용을 A씨에게 미리 전달했다. 긴급점검 진행에 앞서 A씨를 포함한 연구원 13명에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특별감사 현장실사 점검 안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경기신문이 입수한 이메일에는 ‘차주 12월 20일(월),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현장실사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직원 여러분들의 양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명시돼 있다.
A씨가 물품을 다시 연구소에 가져다 놓을 시간을 준 셈이다.
민원인 C씨는 “해당 이메일로 긴급점검을 미리 인지한 A씨가 지난 주말 물품을 갖고 연구소에 가져다 놓았다”며 “말만 긴급점검이지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조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극지연구소는 A씨와 B씨에게 징계 이후 인사이동 계획도 알려줬다.
극지연구소의 또다른 연구원은 A씨와 B씨에게 “(A씨의) 부인께서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추진 중인 부서이동도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일단 D부서로 임시 발령을 내고 징계 마무리 후 다시 인사발령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 내용과 같이 A씨와 B씨는 D부서로 이동됐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감사실 인원이 2명밖에 없어 사전에 원활한 점검을 위해 미리 이메일을 보냈을 뿐이다”며 “민원인이 말하는 생활용품 등은 이번 점검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민원 내용이 본원에만 있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는 A씨가 사적으로 썼다는 물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해명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