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시끄럽다.
소속 연구원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연구소 물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나온 탓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A(남)씨가 연구비로 구입한 물품을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민원이 접수돼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A씨는 불륜 상대인 같은 팀 소속 B(여)씨의 승진‧논문에 관여했고, 재택근무 중 B씨와 사적인 시간을 보낸 의혹 등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9월 말 불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원에 따르면 초등학생 두 딸을 둔 A씨는 연구소 인근 오피스텔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며 수년 전부터 B씨와 불륜 관계를 이어왔다.
A씨의 오피스텔에서는 연구소 집기와 실제 극지 기지에서 사용해야 할 각종 생활용품이 발견됐다. 또 A씨의 노트북에 B씨가 책임연구원으로 승진하기 위한 이력서 등도 담겨있었다.
이밖에 A씨가 재택근무를 낸 당일 실제로는 B씨와 병원에 갔던 사실도 드러났다.
연구소는 해당 사건을 알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두 달 동안 자체 조사나 징계조차 논의하지 않았고, 현재도 두 사람은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구소 물품 유용, 재택근무 규정 위반, 승진‧논문 관여 등은 알지 못했고 불륜은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나설 수 없었다는 게 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해당 민원 조사를 위한 자료가 공식적으로 접수되지 않아 후속조치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원인의 얘기는 다르다.
민원인 C씨는 “9월 말 해당 사건 이후 A씨의 부인이 극지연구소를 찾아 위법적인 부분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연구소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덮으려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민원을 접수했고, 앞으로 특별감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승진‧논문 관여 문제는 외부인사와 함께 검증해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소 물품 유용 등 문제는 발견 시 즉각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