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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법’ 시행 코앞, 기업들 경영철학 바꿀 때

정부도 “준수 불가능” 현장 하소연 외면 말고 보완책 서두르길

  • 등록 2021.12.29 06:00:00
  • 13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끔찍한 산업재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어렵사리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준비가 제대로 되었다는 증거가 아직 없고, 정부에서도 예측되는 혼란과 모순을 신속히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산업재해 근절이라는 대의를 존중하여 차제에 경영철학을 바꾸는 계기로 삼는 게 맞다. 정부나 정치권 역시 경영계의 합리적인 우려와 보완 요청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칠 경우 사고 예방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이 법은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해당 사업장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규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은 여전히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7%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50∼99인 기업은 60.7%가 이행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 중 무려 40.2%가 법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 ‘의무사항 이해 어려움’을 꼽았다는 사실은 법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현장 수용성’이 아직도 바닥 수준임을 의미한다. 응답 기업들은 그 밖의 이유로 전담인력 부족(35%), 준비 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 등을 꼽았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응답 기업 4곳 중 3곳(74.5%)이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처벌 면책규정을 신설해 중대재해처벌법 내용상 입법보완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지적하고 있는 법률의 불명확성과 법을 다룰 정부 조직 및 인력 미비 문제는 그냥 외면하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처벌의 대상으로 적시한 ‘경영책임자 등’ 표현의 애매한 의미와 범위의 확정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27일 확대정책점검회의에서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기업들이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만 강조했다.

 

법과 제도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이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고 후 대책 마련에 매달리는 것은 입법 취지를 완전히 퇴색시킬 우려마저 드러낸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과 법 통과 이후 기업들이 보여 주는 태도를 보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구석이 많다. 연간 20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 ‘산재 공화국’의 야만적인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의 경영철학부터 바꿔야 한다. ‘중대재해법’의 미비를 빌미로 산재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보다 경영책임자 책임 모면 비책에만 몰두하는 현장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과 정부 모두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