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리 아파트먼트 /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312쪽 / 1만 5500원
시간이 흘려 2080년이 된다면, 당신은 지금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코로나19 3년 차. 일일 확진자 수는 10만 명을 넘나들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 나눴던 때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책은 지금의 코로나19 시국을 2080년 12월 시점으로 기술했다. 아홉 살 ‘마티아’의 눈으로 바라보고 겪었던 팬데믹의 모습을, 2080년 할아버지가 된 마티아가 자신의 손자들에게 들려준다.
2020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책은 마티아는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엄마, 누나와 함께 살며 한 달에 두 번 아버지를 만나는 마티아. 그마저도 매달은 아니다. 엄마와 별거 중인 아버지는 항상 약속시간에 늦었다.
마티아는 아버지가 자신에 대해 몇 가지라도 기억해주길 바랐지만, 아버지는 만날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생크림 좀 얹어 달라고 할까?”라고 묻는다.
마티아가 아이스크림 위에 생크림 얹는 걸 정말로 싫어한다는 건 ‘밀라노의 담벼락들도 아는 사실’인 정도다.
마티네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로마에 다른 아들이 있는데 그 애와 자신을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처음만 해도 마티네는 바이러스가 그리 싫지 않았다.
귀찮은 생일 파티를 하지 않아도 됐고, 외부인이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겪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도시 곳곳이 봉쇄에 들어가고 마티네는 아버지와 동거에 들어간다.
학교도 직장도 모두가 집이 돼버린 상황. 마티네의 부모님도 서로를 모른 척 하지 않게 된다.
엄마는 아버지와 마주치기 싫어 마티네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혼자 두고 갔을 정도였다.
하루에 절반 이상을 각자 생활하던 가족은 봉쇄령이 떨어지고 비로소 ‘가족’으로 한 집에 살아간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