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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바이든과 전직 대통령 회동

  • 신율
  • 등록 2022.05.23 06:00:00
  • 13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시기적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한한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단골로 방문하는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DMZ 대신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의 목적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IPEF도 이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방한에서 가장 주목됐던 부분은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였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전직 대통령을 만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외국의 외교 사례를 보더라도, 외국의 국가 원수가 특정 국가를 방문해서 전직 국가 원수를 만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있었다. 아베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을 회동한 것은 물론이고, 당시 트럼프 당선인도 만났었다. 이는 권력 교체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당시 오바마 대통령 측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는 후문이 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처럼 권력 교체가 일어난 이후에, 전직 대통령을 만난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흔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만남의 목적을 두고도 여러 분석이 나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분석이 이른바 대북 특사 등 “대북 역할론”이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수차례 회담을 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국가 원수이어서, 특사 혹은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바이든 대통령이 만남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사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에게 부탁할 일이지,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에게 부탁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회동 목적에 대한 의문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만남은 무산됐다. 문 전 대통령 측에 의하면, 미국이 먼저 제안했지만, 미국 측이 이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대변인을 통해 “현시점에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문 전 대통령의 ‘대북 역할론’에 대해 “관련한 어떤 논의도 잘 알지 못한다”며 특사설을 부정했다. 여기서 걱정이 되는 부분은, 윤 대통령 측과 문 전 대통령 측이 해당 사안을 두고 이견을 노출하며 대립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부분이다. 만남이 미국 측에 의해 무산됐으니, 이 문제가 국내 정쟁의 소재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모적인 정쟁은 이제 좀 그만 봤으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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