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운영 경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현역 단체장이 재선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에 인수위 운영에 관한 별도의 본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자체 당선인의 인수위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와 구성·운영·인력·예산지원 등 필요사항이 담긴 개정 지방자치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1월 공포를 한 지 1년 만이다.
과거에도 지자체 당선인은 관행에 따라 인수위를 마련했지만, 법적으로 예산을 지원받을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개정 지방자치법이 지난 1월 13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인천시는 2월, 동구를 제외한 9개 군·구는 지난 4~5월 인수위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에 따르면 시는 20명, 나머지 기초단체는 15명까지 인수위원을 둘 수 있고, 인수위는 사무실·수당·여비·통신·차량 등의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지원 근거만 마련됐을 뿐 실질적인 예산 편성은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 단체장이 바뀌어 인수위가 설치되는 곳은 시를 비롯해 중구, 동구, 미추홀구, 연수구, 남동구, 계양구, 서구, 옹진군 등 9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본예산에 인수위 지원 비용을 미리 반영한 곳은 옹진군뿐이다.
나머지 지자체는 인수위 운영 비용을 예비비로 충당하거나 일명 '풀(Pool) 예산'으로 불리는 기관운영공통경비로 쓸 예정이다.
이에 시를 비롯한 대부분 기초단체는 시기상 인수위 운영비를 본예산에 반영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2022년도 예산 편성은 지난해 9월부터 이뤄지는데, 개정 지방자치법이 올해부터 시행됐고 조례도 그 이후 생겨 본예산에 넣을 근거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위 설치 지원 등 내용이 담긴 개정 지방자치법은 이미 지난해 1월 공포됐다. 옹진군의 사례처럼 마음만 먹으면 해당 사안을 미리 파악해 본예산 편성이 가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총무과 관계자는 “현역 단체장의 재선 출마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시기에 수장이 바뀔 것을 염두하고 미리 예산 편성을 할 지자체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법 시행이 올해부터고 조례까지 생겼으니 다음 선거부터는 본예산 편성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