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특정감사’를 진행하고, 주요 순화 용어 78개를 발표했다. 또한 일회성 감사에 그치지 않고자, 정기 감사제도 정착 등 올바른 공공언어를 쓰기 위한 중장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도의 공공언어 사용 실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경기신문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바꾸겠다” 했는데…도 보도자료, 여전히 ‘외국어·한자어’ 투성
② 인프라·글로벌·멘토링 등 관행적으로 쓰는 외국어도 다수
③ ‘스타트업 M&A 교육’·‘DMZ정책과’…사업·부서명 외국어 다듬어야
④ “국어책임관 1명으로는 한계…팀 수준으로 조직 확대해야”
<끝>

경기도(이하 도)는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국어 전문가인 시민감사관과 함께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2021년 도가 생산한 대국민 공개문서(1분기), 언론 보도(상반기) 자료 등 총 3만 3422건 중 감수를 거쳐 순화가 필요한 문서 1만 5467건을 선별했고, 도는 이를 바탕으로 ▲한자어 20개 ▲외국어 20개 ▲로마자 10개 ▲한자 10개 ▲일본어 투·권위적 표현 10개 ▲차별어 8개 등 총 78개의 순화 용어를 발표했다.
이 78개는 대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 표현이 있음에도 어려운 한자어나 불필요한 외국어로 사용하거나, ‘국어기본법’ 14조 공문서 어문 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하는데 한자 또는 로마자를 사용한 경우 등이다.
도는 순화 용어 78개를 발표함으로써, 앞으로 이 단어만큼은 우리말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반년이 지난 지금도 한자어, 외국어, 로마자, 한자 등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총 690개 보도자료 중 76%서 공공공어 미사용해

경기신문은 도가 공공언어 특정감사를 발표한 날로부터 6개월 뒤인 올해 5월과 6월 생산된 보도자료 총 690건을 조사 했다.
690개 문서 중 순화가 필요한 문서는 524개(75.9%)였다. 선별된 문서 중 잘못 사용된 공공언어는 총 1689개로 조사됐다. 이 중 한자어가 15%(251개), 외국어가 63.3%(1068개), 한자와 로마자 11.4%(193개), 일본어 투·권위적 표현 10.2%(175개), 차별어 0.1%(2개)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10월 실시한 감사 결과보다 한자어 사용 비율이 크게 줄은 것이다. 당시에는 한자어가 53.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외국어 23.5%, 한자와 로마자 16.7%, 일본어 투·권위적 표현 6.5%, 차별어 0.2%였다.
하지만 경기신문 조사 결과에서는 외국어→한자어→한자·로마자→일본어 투·권위적 표현→차별어 순서였다. 다만 비교군(기간과 범위, 대상 문서)이 동일하지 않은 조건에서 이뤄진 조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무리한 해석이 될 여지가 있기에 이러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정도로만 봐야 한다.
◇ “우리말로 쓰겠다” 한 78개 순화어도 여전히 한자어·외국어 사용
보다 주목해야 할 사항은 도에서 쉬운 우리말을 쓰겠다며 발표한 ‘78개 용어’가 여전히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한자어 사례를 보면, ‘향후’가 84건의 자료에 사용돼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도는 ‘향후’ 대신 ‘앞으로, 이후’로 대체해 사용하기로 했었다. ‘향후’는 문장에서도 많이 쓰이기도 했지만, ‘향후 계획’이라는 중간 제목으로 많이 사용됐다.
‘향후’의 뒤를 이어 많이 사용된 한자어는 ‘제고’, ‘통보’, ‘관할’, ‘조기’ 순이었다. 이 단어들은 각각 ‘높임, 높이기’, ‘안내, 알림’, ‘담당’, ‘빠른 시일’로 대체 또는 순화해 사용해야 한다.
외국어는 ‘홈페이지’가 68건으로 가장 많이 쓰였다. ‘홈페이지’는 지난 감사 때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외국어 1위였다. 누리집은 누리꾼(네티즌)과 함께 대중에게도 익숙하고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단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홈페이지’라고 사용하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다음으로 많이 쓰인 외국어는 ‘컨설팅’, ‘플랫폼’, ‘모니터링’, ‘이메일’이었다. 컨설팅은 ‘조언, 상담’, 모니터링은 ‘정보수집, 점검’, 이메일은 전자우편이 각각 순화/대체어다.

일본어 투·권위적 표현에서는 ‘~에 대해(서는)’가 116건의 자료에 사용됐다. 이는 조사 대상 자료 6개 중 1개꼴로 쓰인 셈으로, 78개 단어 중 가장 많이 사용됐다. ‘~에 대해(서는)’의 순화어/대체어는 ‘에게, 을/를, 은/는’이다.
이밖에 한자는 ‘道(도)’, 로마자는 ‘B(비)’가 자주 사용됐다. 차별어는 총 2건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외계층’과 ‘자매결연’이다. 이 단어는 저소득층이나 특정 성을 비하하는 인권 침해 우려가 있어, ‘취약계층’과 ‘상호결연’으로 바꾸어 쓰기로 했었다.
[ 경기신문 = 쉬운 우리말 쓰기 특별취재팀 / 유연석·배덕훈·정경아·강현수 기자 ]
※ ‘우리말이 우리의 미래’는 경기신문, 문화체육관광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