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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대통령 또는 지도자의 ‘정위치’

 

폭우 속에 ‘퇴근한’ 대통령이 집에서 전화로 지시했다. 총리는 ‘자택은 지하벙커 수준’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계신 곳이 상황실’이라며 시민들 마음을 춥게 했다. 한심(寒心)하다.

 

일반명사 정위치는 군대 경찰 등 어떤 분야에서는 전문용어이기도 할 것이다. 언론엔 현장이 정위치다.

 

70년대 얘기, 국회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목격한 정치부기자는 “빨리 사회부기자 보내라.” 전화했다. ‘얼빠진 기자’의 표본으로 언론계에 회자된다. 기자는 정위치인 현장을 향해 제 정신, 얼을 한 순간도 닫으면 안 된다. 허허, ‘따붙이기’나 전화질이 요즘 취재라고?

 

거의 전 분야에서 현장은 ‘철학’이고 때로 전쟁터다. 얼빠진 인간은 일 망치지 말고 손 놓으면 된다. 정위치, ‘바른(正) 위치’이자, ‘정해진(定) 위치’다.

 

재앙 때 ‘지도자가 어디에 있는가?’는 상징이자 신호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코미디언 출신 어설픈 정치인이 전 국민이 의지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힘’이 됐다. 정위치다.

 

우중충한 얘기.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前) 시장 시절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로 전국이 비상이고 시청직원들도 비상근무 중, ‘시장님’은 한정식집 저녁 먹고 최고급 회원제 호텔 헬스클럽에 갔다. 오 시장의 정위치 논란 시끄러웠다.

 

공직자는 고래심줄 세금을 쓴다. 그래서 기자는 별별 것을 다 보고 기억한다. 설마 하지만 여당대표 성상납 의혹 말고도, 새털같이 사소하지만 이런 게 또 터진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물난리 통에 ‘먹방 인증’ 환한 웃음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과는 했지만, ‘고기 꿀맛’의 그 얼굴 보는 폭우 물살 속 시민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은 있는지? 올드보이 기자가 제 기억 속의 별별 것들을 더 더듬는 까닭이리라.

 

현대 창업주 故 정주영 씨 얘기다. 1990년 9월 한강대홍수, 둑 터지고 일산 등 지금 신시가지의 옛 들판이 수몰됐다. 늦은 밤, ‘거기 다 죽는다.’는 엄청난 공포가 엄습했다. 돌연 현장방송에, 폭우 속 둑 위에서 거센 물살 바라보는 정주영의 모습이 비쳤다.

 

순간, ‘아, 마침내 정 회장이 나섰구나, 이제 참사(慘事)는 면하겠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선배 세대 중에는 감격에 겨운 중계 기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들 있을 터다. “공병대와 함께 컨테이너로 막겠다.”고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차 마시며 슬며시 물었다. “겁났지, 누군들 안 그랬겠어? 그런데 나마저 주저했으면 어떻게 돼?” 그 답변, ‘지도자’의 정위치다. 그 말투, 선히 기억한다. 그런데 그의 후계자는 짓던 건물, 철거 건물을 무너뜨렸다. 여러 사람 죽은 광주의 두 비극이다. 정위치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근 같은 그런 여러 일은, 파다한 소문처럼, 어떤 ‘법사’들이나 신도라는 김건희 여사가 허락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공직자들, 세금 내는 국민의 허락을 받으라. 얼 차리고 정위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