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는 어렸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선생님이었습니다.”
3일 오후 5시 인천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고 박율리아나(25·여)씨의 추도식이 진행됐다.
그의 아버지 박아르투르 씨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영정사진 속 환하게 웃는 딸을 허망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하나뿐인 딸이었다”며 “갑자기 생긴 일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는데 딸이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부인 최은영 여사와 함께 추도식을 찾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헌화를 한 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추도식을 찾은 지인들도 율리아나 씨의 영정사진을 확인하곤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훔쳤다.
직장 동료였던 따띠아나 씨는 “이제 겨우 25살인 친구다.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애들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1년 6개월 전 아버지가 있는 한국으로 와 연수구 함박마을에 정착했다. 아직 20대 초반이었지만 학원·유치원에서 영어·러시아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낮선 한국생활에 적응해왔다.
아버지와 함께 있는 한국을 사랑했고 어머니 홀로 있는 러시아를 그리워했지만 늘 명랑하고 모든 열심히 해 예쁨 받는 친구였다고 지인들은 설명했다.
또 다른 직장 동료 A씨는 “율리아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아이들도 유독 따르던 착하고 좋은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율리아나 씨 가족과 유 시장, 직장동료들과 지인들, 고려인 지원 시민단체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과 함박마을 공동체, 함박마을 고려인 주민회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추도식은 5시 40분쯤 끝났다. 하지만 박 씨의 지인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한동안 영정사진만 남은 현장에 머무르기도 했다.
율리아나 씨 시신은 4일 강원도 동해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배를 타고 어머니가 기다리는 러시아 나홋카로 갈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