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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신촌서 모녀 사망…‘복지 사각지대’ 여전 입증

정치권, 송파·수원 ‘세 모녀 비극’ 후 빈말만 했나

  • 등록 2022.11.30 06:00:00
  • 13면

며칠 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다세대주택에서 생활고에 찌든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입증한다. ‘송파 세 모녀 사건’에 이어 ‘수원 세 모녀 사망’으로 온 국민이 애통해한 기억이 뚜렷하다. 정치권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구축해 비극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음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스템 구축에 정성을 다하기는커녕 잠시 성난 민심 달래기에만 급급하는 지도자들의 얄팍한 대응에 여론이 곱지 않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지난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패턴이다. 집 앞에는 5개월 밀린 전기요금 등 공과금 미납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녀가 실제 살고 있던 곳은 서대문구였지만 주소는 광진구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국의 대응이 항상 거북이걸음이라는 점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수원 세 모녀 비극’이 발생한 지 3개월 후에나 가까스로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밝힌 대책은 법 개정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한 장기 대책이 다수다. 사각지대 위기가구 관련 정보를 현행 34종인 44종으로 늘리고 위기가구의 신속한 소재 파악을 위해 현장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조치 정도다. 


그러나 주민등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개별 사정으로 인해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를 달리하고 살아가는 위기가구에는 성글기 짝이 없는 무용한 그물에 불과하다.


적극적인 위기가구 발굴만이 문제가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 446만여 명을 발굴했지만, 이 중 58%에 달하는 260만여 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락 두절로 인해 정부 조사가 종결된 사례가 3만2906 건이었는데, 이게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이런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수준까지 깊고 넓게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예산부터 대폭 늘려야 한다. ‘수원 세 모녀 비극’ 후에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지만, 정부는 내년 복지예산을 4.1% 인상하는 데 그쳤다. 여야를 막론하고, ‘촘촘한 복지’니 ‘약자 복지’니 하는 자랑이 ‘말장난’이나 ‘빈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복지예산부터 크게 늘리는 게 순서다. 


요즘처럼 풍요로운 시대에 끼니를 이어가는 일마저 힘에 부쳐 절망 속에 죽어가는 이웃이 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살다가 정 힘들면 누구나 손쉽게 누를 수 있는 비상벨이 너무 부족하다는 건 수치다. 치자들의 행태를 보면, 사건이 터지면 지지율 하락 걱정에 “다시는 비극이 없도록 싹 고치겠다”고 장담부터 냅다 내던지고는, 마음속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시간만 끄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런 심보라면 차라리 분주히 사건 현장에 나타나 표정 관리하면서 사진이나 찍지 말든지…. 복지 사각지대 해소야말로 우리가 신속히 해결해야 할 뜨거운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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