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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잠시와 한참- 시간의 길이

 

중국어 아는 이들은 우리말 한자어(漢字語)가 중국어 어휘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안다. 한자를 중국어 표기 문자로만 아는 한국 사람들이 헷갈리는 대목이다.

 

서울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역(驛·station)은 중국어로 ‘찬’(站)이다. ‘이(驿)’ ‘이찬(驿站)’이라고도 하나 ’찬‘이 익숙하다. 驿는 驛의 간체자(현대 글자)다. 중국어 일본어의 발음과 한국어 독음(讀音)을 혼동하지 말 것. 일본어는 ‘에끼’(駅·驛의 일본식 약자)다.

 

한자문화권 한중일 3국은 각각 제 문자를 가졌다. 언어의 역사와 전통도 각각이다. 갑골문에서 비롯한 한자가 세 나라 문자(언어)의 배경을 받치는 고갱이란 점은 공통적이다.

 

한국어의 한자어는, 익숙하게들 쓰는 영어 ’오픈‘처럼, 한국어(의 한 부분이)다. 우리 일상의 언어에서 한자어를 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영어의 비중도 만만치는 않다.

 

한 라디오 진행자가 “잠시 후 일주일 지나서 일이 터졌다.”고 하는 걸 들었다. 잠시는 뭘까? ’알만한 이‘에게 물었다. 짧은 시간(의 길이) 같은데 더는 모르겠다고 고개 갸웃했다.

 

한자어 暫時다. ‘잠깐’이다. 그럼 늘 쓰는 말 한참은? 한참은 우리말 ‘한’과 한자 참(站)의 합체다. 지하철역 방송의 중국어 ‘찬’이 站이다. 잠시와 한참, 뭐가 더 길지? 한참이? 왜?

 

暫(잠)은 벨 참(斬)과 날 일(日)의 합체다. 수레(車 차)와 도끼(斤 근)의 합체 斬은 죄인의 사지(四肢)를 묶은 수레를 사방으로 몰아 몸을 조각내는 옛 형벌, 낮(日)에 얼른 했겠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故事)처럼 칼로 목을 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는 순간(瞬間)의 뜻으로 번졌다.

 

한참의 참(站)은 과거의 역마을이다. 파발마(擺撥馬)가 달리다 지치면 다른 말로 갈아타는 곳, 숙소나 주막도 있었으리. 한참은 ‘참과 다음 참 사이’다. 후에 시간의 단위가 됐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 사이의 거리나 시간보다 오래, 대충으로도 ‘한참’ 걸렸겠다. 잠시와 한참의 ‘길이’를 가늠하는 도구로 말의 속뜻인 말밑(어원 語源)을 썼다.

 

말과 글의 (속)뜻은, 역사와 제도, 비유(比喩) 등 문명 여러 요소들의 ‘화학적’(化學的) 반응 또는 변용(變容)이다. 문화(文化 culture)의 해석으로도 일면(一面) 적실하다 본다.

 

방송 진행자의 말 ‘잠시 후 일주일 지나서’가 어색(語塞)하게 들린 까닭이다. 어색은 ‘말(語)이 막힌(塞) 것’이다. 어원을 보니 환하다. 말이 막히는 까닭이 뭐지? 요즘, 귀 닫고 싶도록 세상에 어색(語塞)들이 즐비하다.

 

큰 바다의 좁쌀 한 알 창해일속(滄海一粟), 우주의 영원 속 순간의 윤슬이다. 인간의 크기다. 바다 바라보면 장자(莊子) 나비의 꿈, 그 현묘(玄妙)한 유장(悠長)을 만나리라.

 

한참(-站) 같은가? 망나니 큰 칼 번득이는, 잠시(暫時)다. 바라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