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온해피’가 올해를 끝으로 연수구를 떠난다.
지원 하나 없이 이용만 하려는 연수구의 태도가 원인인데, 이로 인해 매년 온해피에서 연수구 소외계층 아동 8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영어교육지원 사업 등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17일 사단법인 온해피에 따르면 내년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예정이다.
온해피가 이런 결심까지 하게 된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오고 있는 구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컸다.
지난해 8월 26일 온해피는 구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간 온해피에서 진행해오던 영어교육지원 사업을 이재호 구청장이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를 구에서 내겠다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이 사업은 인천글로벌캠퍼스 대학생들이 속한 온해피 대학생 봉사단 위원회가 멘토가 돼 소외계층 아동 80명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함께 동화책을 만들어 아프리카 등에 보내는 것이다.
온해피는 인천 유일 외교부 소관 비정부기구이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를 획득한 단체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이 스펙으로 인정된다.
당시 온해피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구와 함께 한 사업은 맞지만 예산 5000만 원을 들여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은 온해피이기 때문이다.
구에서는 온해피가 사업 대상 아동을 정하기 위해 요청한 드림스타트 사업 대상 아동 명단을 준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사업을 취임한 지 한 달여 밖에 안 된 이재호 구청장이 주도해 진행하는 것처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온해피는 끝까지 거부 의사를 밝혔고, 구도 결국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온해피에서는 올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인천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을 구에 요청하자 답조차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인식 온해피 회장은 “작년 구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은 뒤 그럼 같이 한번 해보자는 차원에서 보낸 제안이었다”며 “그런데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구에서는 필요할 때만 온해피와 봉사단을 가져다 썼다”며 “이런 구의 태도에 더 이상 송도에 본사를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온해피가 연수구를 떠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는다. 소외계층 80명을 위한 지원이 끊기며 봉사단 학생들의 활동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당시 온해피 홍보 차원에서도 보도자료를 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구청장의 이름은 보도자료에 통상적으로 쓰는 것일 뿐 지시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