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 한국현대조각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을 마련한다.
미술관은 21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조각이란 무엇인가?'전을 열어 현대조각사를 빛낸 작가 34명의 작품 54점을 소개한다. 출품자는 한국현대조각의 선구자인 김종영에서 젊은작가 유재흥까지 망라한다.
서양적 개념의 조각품을 제작하기 시작한 국내작가로는 김복진(1901-1940)을 꼽을 수 있다. 이후 문석오, 조규봉, 이국전 등이 일제시대에 조각가로 활동했지만 해방 이후 현대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예술의전당은 김종영(1915-1982), 윤효중(1917-1967), 김경승(1915-1992) 등을 현대조각의 실질적 기점으로 삼는다. 일제시대에 작가생활을 시작했으면서도 해방 이후 한국조각계에 중추적 역할을 했고, 그들이 양성한 후진들은 굵직한 맥을 형성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조각의 개념부터 새롭게 정립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조각은 "예술가가 삼차원 공간에 구체물질로 나타낸 입체물로 견교한 양감의 구성체"로 정의된다. 그러나 근래들어 다양한 매체가 조각에 유입되면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는 회화와 조각의 경계조차 불분명해졌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시는 1960년대 이후 한국조각의 추이를 시대에 따라 분류하되 양식은 여덟 가지로 나눠 구성한다. 양식적으로는 △사실 조각 △표현 조각 △추상 조각 △영상 조각 △빛 조각 △키네틱 조각 △사진 조각 △설치미술로 대별된다.
사실 조각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거나 재현한 것으로 강관욱의 `민초', 원인종의 `관악산'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표현 조각은 윤석남의 `종소리'처럼 감정의 자유로운 표현에 중점으로 두는 것이며, 추상 조각은 작가 의도에 따라 형태를 조절하는 양식으로 김정숙의 `토르소'가 대표적이다.
영상과 빛이 조각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영상 조각은 비디오 등 영상매체를 이용한 것으로 백남준, 박현기 등이 시도했고, 레이저와 홀로그램 등을 사용한 빛 조각은 심영철, 최병상 등이 개척했다.
또 키네틱 조각은 김동원의 `편서풍', 윤영석의 `향기로운 뇌'에서 보듯이 모터와 같은 동력이나 기류, 인력 등에 의한 움직임을 받아들인다. 홍성도의 `몸' 등은 사진과 조각을 연결지은 작업이며, 양만기의 `접촉-온도' 등 설치미술은 전통의 조각개념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작품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대여작품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촉감을 통해 작품을 느껴보게 하겠다는 것. 김윤경의 `운명의 장갑 시리즈'와 함연주의 `큐브'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초중고생 2천원. (02)580-15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