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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관계에 집중하다…전시 ‘밀접한 사회’

코로나19로 단절된 개인에 ‘예술’이라는 관계 형성
미디어아트, 회화, 조각, 영상, 설치미술 60점 전시
오산시립미술관서 27일까지 전시 진행

 

눈보라가 치는 땅에 눈이 흩날린다. 흰색 알갱이들은 땅의 지형에 따라 뭉쳐지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위로 날아오르는 알갱이들은 회오리를 형성한다. 수평으로 흘러가며 수직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오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밀접한 사회’에서는 작가 박종규의 작품 ‘수직적 시간’외에 60점을 볼 수 있다. 한국과 독일의 수교 140년을 맞이해 열리는 특별전이다. ‘수직적 시간’과 같은 미디어아트와 회화, 조각, 영상, 설치미술 작품도 볼 수 있다.

 

‘밀접한 사회’는 코로나19로 흩어진 개인들에 집중했다. 전염병이 돌면 사람들은 ‘고립’을 통해 전염병을 이겨내려고 하고, 이는 집단을 이뤄 살아가는 인간의 사회 모습과 대립된다. 코로나19 이후, 예술은 흩어진 개인에 좀 더 집중해 ‘관계’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했다.

 

클릭 한 번으로 주문-배달이 이뤄지는 사회에서 사회는 파편화된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으로 개인화가 이뤄지는 사회에서 각자는 타인을 잊기 마련이다. 고립된 개인에게 관계의 결핍은 문제가 된다. 점점 개인이 고립돼 가는 과정에서 예술은 ‘관계’를 형성해 온기를 전한다.

 

 

1부 ‘틈에서-우연성이 깃든’에서는 케스틴 세쯔, 글랩 바스, 윤종석 작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본다’는 것은 알고 있거나, 인식하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포착한다. 틈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들을 전시한다.

 

케스틴 세쯔의 ‘Woman with Braids’에선 백합꽃 위로 머리 묶는 소녀의 붉은 머리가 흘러내린다. 붉은 물감을 흩뿌려 교차효과를 줬다. 작가는 우리가 아는 사물들을 결합시켜 일상에서 인식 구조가 소외시킨 것들을 드러낸다. 자연적 요소들은 함께 존재하며 세계를 구성한다.

 

윤종석의 ‘That days’는 넓은 화면 위에 흐릿한 효과로 일상에 변주를 준다.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그림자에 비친 모습을 구현한다. 작가는 특정 날짜에 포착한 이미지와 과거 흘렀던 시간들을 하나로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점을 찍는 행위는 관계의 능동성을 나타낸다.

 

 

2부 ‘틈에서-적극적 탈주’에선 베티나 바이스, 임정은, 박종규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틈에서 발견한 우연한 것들이 방향성을 가지며 관계를 맺는다. 머무는 것이 아닌 움직이며 외연을 확장한다.

 

베티나 바이스의 ‘soho’는 밝은 색채로 뻗어나간 정방형을 볼 수 있다. 중앙에서 시작한 점은 선을 이루며 뻗어나가고 선의 연결은 2차원의 면을 형성한다. 색을 띄며 뻗어나가는 면들로 요소 간 상호작용을 볼 수 있으며 화면 밖까지 움직이는 관계성도 볼 수 있다.

 

임정은의 ‘사각형의 흔적’은 사각형의 아크릴이 3차원 적으로 어떤 흐름을 보여주며 모형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나의 정사각형 아크릴 판은 벽에 고정돼 그림자를 형성하는데, 아크릴 판에 그려진 정육면체가 수많은 관계성을 타나낸다. 다양한 색들로 칠해진 아크릴판은 무지개를 형상화하며 아름답게 벽면을 메운다.

 

 

코로나19로 인해 고립된 사회에서 예술이 가진 힘을 보여주며 그 다음을 모색해보는 전시는 27일까지 계속된다. 관람 시간은 일요일부터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무다. 관람료는 무료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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