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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없으면 이야기는 망각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 월스트리트저널 제임스 R. 해거티 기자
취재·기사 작성의 디테일을 게임에 녹여낸 작품이 있다. 버닝비버 2023에서 만난 '편집장'이라는 게임이다.
'편집장'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국회의원에 대한 진실을 신문사 편집장이 되어 밝혀내는 것이 목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취재하고, 자료분석을 병행하는 동시에 정보보고를 통해 얻은 내용을 추합해 문제를 풀어간다. 기사 발행을 위한 헤드라인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 기사에 쓰일 사진까지 플레이어가 직접 편집해야한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사망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을 기자의 시각에서 진행한다는 점이다. 어드벤처 장르를 채택한 이 게임은 추리·탈출 등의 소재를 활용하는 여타 게임과 가장 큰 차별점이다.
과거 스팀을 통해 출시된 신문 편집 게임 '헤드라이너'는 신문에 실을 기사를 '선별'하는 것이었다면, '편집장'은 기사를 보도할 정도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중에게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취재'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편집장'의 방식은 플레이어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편집장'은 네러티브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주어진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지를 고심하다보면 엔딩에 다다르게 된다.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답안에 따라 결말이 바뀌는 '멀티 엔딩'을 갖추고 있다. 사소한 취재 내용 하나로 게임 진행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디테일한 게임 구성을 갖추고 있다. 가령 사진 편집을 하는 데 있어 피사체를 얼마나 줌인(zoom-in)했는지, 주변 배경을 얼마나 잘라냈는지(crop)에 따라 게임 진행 내용이 달라진다.
'편집장'을 만든 이도경 데카트리 게임즈 대표는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게임에 접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게임을 제작하게 됐다"면서 "약 2년 간의 게임 개발 기간 동안 많은 기사와 글을 읽고 공부했다. 만약 지금 다시 새롭게 만든다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여 개발기간도 짧아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신문'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테마인 만큼 게임 그래픽 역시 흑백으로 제작됐다. 흑백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는 게임의 흥미를 높여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플레이어는 마치 신문을 실제로 제작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최초 개발 당시엔 올블랙으로 제작했었는데, 가시성을 고려해 게임 내 일부 부분은 컬러를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집장'은 지난 10월 17일 스마일게이트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에 출시됐다. 싱글 엔딩을 보기 위해 필요한 플레이타임은 약 3시간에서 6시간 정도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