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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기획 - 공간①] 10년간 부두에 우뚝선 성당..."팽목성당은 작지만 넓은 곳"

10년 간 팽목성당 지킨 손인성·김영례씨 부부
"우리 위로 방식은 이곳서 그들 곁에 있는 것"
"봉사 의미 퇴색될까 답례 일절 받지 않아"

 

 

 

 

“며칠이면 끝나겠지, 몇 달이면 끝나겠지 했던 게 10년이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6일 경기신문이 찾은 전남 진도군 진도항(전 팽목항) 앞에는 여객선터미널이 자리 잡았다. 주차 공간은 승객들 차량으로 붐볐다. 차들은 세월호 기억관이 있는 공간까지 넘어왔다.

 

‘팽목성당’은 해풍을 맞아 작고 녹슨 컨테이너에 조성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뭍으로 올라오는 단원고 학생들의 유해를 수습하고 임시안치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희생자 유해 임시안치소였던 장소는 성당이 되었다. 손인성·김영례씨 부부는 10년 간 팽목성당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우리 위로의 방식은…그 자리에서 그들 곁에 있는 것

 

참사 직후 작은 컨테이너 한 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팽목성당과 기억관·식당 등이 남았다.

 

손 씨 부부는 “임시천막이 컨테이너가 되고, 성당이기 전에 아이들이 올라오면 씻기고 분장해서 예쁘게 부모를 처음 만나게 해주는 장소였다”며 “참사가 터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유가족들을 위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10년 간 자리를 지켜야만 했던 이유는 그 날의 생생한 기억이 떠올라서다. 김 씨는 “마음이 가난해서 슬픈 사람들이 매일 수십 명 수백 명씩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느냐”며 “유가족의 울부짖는 모습을 봤는데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당 내부 벽에는 실종자와 사망자 수가 적혀있는 칠판이 걸려있다. 손 씨 부부는 매일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이 며칠 째인지를 기록한다. 공간 지킴이가 날짜를 기억해 줘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칠판 앞에 서서 묵묵히 날짜를 바꾼다.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는 날짜만 바뀌고 사망자 실종자 수는 그대로 있다. 팽목항은 아이들이 수면위로 올라와 처음 가족과 만난 곳”이라며 “이 공간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했다. 칠판에는 ‘4월 6일 3643일’이라고 적혀있다.

 

김 씨는 참사 당시를 떠올리며 “참사 직후 동네 성당에서 기도하러 가자 제안이 들어왔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슬펐다. 현장은 우울과 침묵 그 자체였다”며 “며칠이면 끝나겠지 라는 생각으로 현장을 계속 찾아갔고 며칠이 몇 달이 되고 지금 10년이 되었다”고 말했다.

 

손 씨도 “도로에 차와 인파로 가득 차서 가만히 서있어도 밀려갈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당시 인터뷰를 할 정도의 공간이 아니었다. 가족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봉사자들은 땅만 보고 울고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 위기의 기억관…진도항 여객터미널 공사

 

컨테이너에 팽목성당 글귀를 적으면서 공간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났다. 부부는 개인 사비를 들여 커피와 식사를 대접했다.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손씨 부부가 지불했다. 방문객이 주는 음료수도 일절 받지 않는다. 그들은 기도 봉사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했다.

 

김 씨는 “팽목성당이 총 다섯 번 공간 이전을 했다. 숲 속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박해같이 느껴졌다. 공간이 이전될때마다 더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은 선물이라도 절대 받지 않고 있다. 그래야 공간이 유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참사 8주년이 됐을 때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2022년 2월 15일 진도군은 진도항 여객선터미널 공사를 이유로 팽목성당 철거를 요청했다. 개발사업 부지에 성당 컨테이너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당시 공사 책임자였던 진도군청 관계자는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19년도부터 유가족들이 공간을 무단점유하고 있어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여객선 터미널을 짓고 주차장도 지어야 하는데 컨테이너가 있어서 진행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해양수산부에 호소문과 건의서를 올렸지만 변화된 게 없었다”며 “그날의 기억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후 지난 2022년도 8월 진도항 여객선터미널은 준공됐고 팽목성당과 기억관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작지만 가장 넓은 성당…국적을 떠나 공감하는 공간

 

인터뷰 내내 성당 앞에는 여객선을 타기 위한 승객들 차량이 주차를 하기 위해 몰려 들었다.

 

손 씨 부부는 성당을 찾는 사람일까 열려있는 문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성당에서는 매일 오후 2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진행하고 있다.

 

김 씨는 “지금도 잊지 않고 하루에 한두 명씩 성당을 찾는다. 주말에는 꽤 많은 신자들이 미사에 참여 한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서 버틸 수 있고 유가족들은 우리가 공간을 지키고 있어서 든든해 한다”고 했다.

 

손 씨 부부는 “언제까지 저희 부부가 여기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힘이 닿는 데까지 팽목성당을 지키고 싶다”며 “지금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유가족들은 진도항에 방문한다. 그때 성당에 불이 켜져 있고 열려 있는 거 자체가 힘이 된다면 있을 때 까지 공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상에 이렇게 작은 성당이 어디 있는가. 작아보여도 아주 큰 성당이라고 생각한다. 참사 이후 많이 사람들이 공간에 찾아왔다”며 “국적을 떠나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공감했다. 크고 깊은 성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임혜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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