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지인이나 유명인의 얼굴을 성착취물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잘못된 예방 교육을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교육 현장에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일관되고 올바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제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접수된 딥페이크 범죄 사건은 120건에 달하며, 이 중 75%가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딥페이크 범죄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의 대처와 교육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내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 중심의 예방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한 고등학교에서는 딥페이크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여학생들을 강당으로 불러 'SNS에 올린 사진을 내리고 조심해라'는 내용의 교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도내 고등학교에서는 "텔레그램을 가입한 적 있으면 탈퇴해라", "학폭위에 올라가 대학을 못 가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한 번쯤 가입했을 수 있다"는 식의 교육이 이뤄졌다.
고등학생 김모 양(18)은 "누구나 올리는 SNS 프로필 사진을 올린 것이 잘못된 행동이냐"며 "피해자인 여학생들이 프로필 사진을 내리는 행동으로는 딥페이크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백 의원은 "일부 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는 '조심해라'는 식의 교육을 하고 그 시간 동안 남학생들은 축구를 했다고 하는데 여학생들이 사진 올려서 딥페이크 범죄가 일어난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지원 등 후속 조치 마련과 함께 학교 현장 맞춤형 대응 체계를 교육부 차원에서 제시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텔레그램으로 확산되는 딥페이크 범죄의 경우 누나, 여동생 등 친족 대상 범죄도 다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인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SNS 사진 삭제 등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3일 딥페이크 관련 특별 전담반을 운영하고 나섰다. 도내 모든 학교의 피해 상황을 즉시 파악, 심리상담과 치료, 삭제, 법률 등의 지원 체계를 갖춰 현장을 원스톱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여전히 도내 학교 곳곳에서는 피해자 중심의 잘못된 교육과 지도가 진행되고 있어 피해자 지원에 중점을 둔 도교육청 특별전담반 운영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교육과 대처는 범죄 예방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성폭력의 이유로 피해자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등 잘못된 성통념이 있었다"며 "현재 딥페이크 성범죄 대처 방안으로 'SNS 사진 내리기'를 제시하는 것도 피해자의 잘못으로 범죄가 발생한 것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같은 대처는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주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볼 수 있다"며 "사회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제재하지 못해 범죄를 방조해 온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타인에게 동조하기 쉬운 청소년의 경우 딥페이크 제작 등 행위가 타인에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설명하고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내용 중심의 일관된 교육이 중요하다"며 "법적 재제 등 강력하고 단호한 방안도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