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화재에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는데, 기껏 장만한 소화기가 영 미덥지 않다.
28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전기차 충전소에는 전기차 2대가 자리를 잡고 하나씩 충전기를 끼고 있다. 충전소 옆 ‘전기차 화재 전용소화기’라고 쓰인 노란색 안내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살표를 따라 눈을 돌리자, 천을 뒤집어쓴 소화기와 마주친다. 천에는 ‘리튬 배터리용’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소방청은 국내 리튬배터리 화재에 적응성 있는 소화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법상 소화기는 소방청 산하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용도에 따라 일반화재용(A), 유류화재용(B), 전기화재용(C), 주방화재용(K), 금속화재용(D) 등급으로 나뉜다.
아직 배터리 전용 소화기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인증 자체를 못 받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소에 설치된 소화기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2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본청에 설치된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는 1개로, 예산 396만 원을 들여 장만했다. 지난 8월 청라 전기차 화재가 있었던 만큼 대비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인증 절차를 거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안부의 재난안전제품 인증제도를 통해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로 꼼수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재인증 현장시험 과정에서는 ‘재발화’도 있었다.
이 제품 업체는 국회 등 공공기관 및 대기업에 납품했다. 행안부 인증이라는 공식력 있는 제품이라고 속아서 구매한 셈이다.
시교육청 주차장은 항상 ‘만차’로, 길을 지나기도 힘들 정도다. 게다가 도서관도 있어 교육청 직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방문한다.
기껏 대비책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시민들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단은 전기차 충전소에 설치해 둔 상태”라며 “앞으로 폐기 등 방안이 나오면 이에 맞춰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