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구름조금동두천 18.6℃
  • 맑음강릉 16.3℃
  • 맑음서울 19.9℃
  • 맑음대전 19.7℃
  • 맑음대구 21.1℃
  • 맑음울산 17.6℃
  • 맑음광주 20.9℃
  • 맑음부산 18.7℃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5.4℃
  • 맑음보은 18.5℃
  • 맑음금산 17.4℃
  • 맑음강진군 19.3℃
  • 맑음경주시 17.4℃
  • 맑음거제 18.8℃
기상청 제공

저널리스트 '에드거 스노' 자서전

에드거 스노(1905-1972년)를 기억하는가?
1980년대 격동의 우리사회를 관통해온 대학생이나 지식인들이라면 책 '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로, '아리랑'을 쓴 님 웨일스의 남편으로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제국주의와 독재, 봉건적인 악습에 맞서 싸운 혁명가들을 기록한 '중국의 붉은 별'이나 '아리랑'은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감화를 주고 때론 역할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도 한동안 영향력을 미친 책의 저자를 이번에는 자서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한겨레신문 기자 최재봉이 번역한 '에드거 스노 자서전'(원제 Journey to the Beginning)이 최근 김영사에서 나온 것.
10여년 전 '시작을 위한 여행'이란 제목으로 출간돼 오랜기간 절판된 책을 당시 번역자인 최재봉이 원서와 번역문을 대조하면서 오류를 시정하고 문장을 다듬어 새로 펴냈다.
책에는 미국인으로서 1928년 처음으로 중국 여행길에 나선 에드거 스노가 미국에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치던 1950년대 초반까지 저널리스트로서 경험한 역사적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중국에 유독 애정을 갖고 있던 그의 행적을 따르다 보면 그가 단순한 기록자를 넘어서 역사적 인간으로 항일운동에도 개입했으며, 당시 서방세계에 도적떼로만 알려진 마오쩌둥의 홍군이 진지한 정치적 실체라는 점을 처음으로 대내외에 알린 사실을 알수 있다.
자서전에서 그는 맹목적 이데올로그가 아니라 자유주의자였음을 밝히면서도 각국이 처한 현실을 충실히 서술하면서 공산 혁명이라는 중국의 선택이 불가피했음을 논증한다.
또 중국통으로만 알려진 그가 실제로는 인도와 소련 전문가이기도 하며 전세계에 촉각을 갖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 속에서 중국 서북부 지방의 대기근, 베트남과 미얀마의 독립운동, 간디의 비폭력 운동, 중일전쟁, 봉건적 악습과 국민당 정부의 학정에 피폐해진 중국 전역과 공산당의 투쟁, 스탈린 치하의 소련, 제2차 세계대전, 소련군 치하의 오스트리아, 미군정 하의 조선, 암살당한 간디의 장례식 등 그가 접한 세계사의 주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루스벨트, 쑹칭링, 마오쩌둥, 간디, 네루 등 역사적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부패한 집권층이 된 자신의 가족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양심을 추구하며 혁명을 수호하려 했던 쑹칭링의 숨겨진 행적, 간디와 네루의 견해 차이, 기자들로부터 살아있는 정보를 얻었던 루스벨트의 모습 등이 펼쳐진다.
또한 혁명의 열정과 환멸, 낭만적인 사랑과 씁쓸한 결별을 겪으면서 성숙해 가는 청년시절 에드거 스노의 개인사도 끼어 있어 흥미롭다.
첫 부인인 님 웨일스와의 파국의 과정은 생략했지만 사랑과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한편 미얀마 여인 바탈라, 러시아 여대생 일레나 등 연인관계를 밝히고 있어 또 다른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성실한 저널리스트로서 역사적 진실을 보여줄때도 방대한 지식과 치밀한 분석으로 한정된 경험을 뒷받침해 상황을 무리하게 단정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냉전시기인 1960년대 미중 양국간 화해를 염원했던 스노는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등과 단독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이끌었지만 아쉽게도 그 며칠 전 세상을 뜬다.
799쪽, 1만7천9백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