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를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유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해졌으나 기저효과로 인해 농산물 물가가 내리면서 상승세를 방어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했다. 지난달(2.2%)보다 상승폭은 둔화됐으나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3%까지 내려앉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후 11월(1.5%), 12월(1.9%) 등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2.2%까지 오르며 2%를 넘겼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하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국제유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차이가 없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환율이 오른 데다 지난해 10월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데 따른 영향이 미쳤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축산물(3.8%), 수산물(3.6%), 전기·가스·수도(3.1%), 외식(3%), 외식 제외 개인 서비스(2.9%) 등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 하락했다. 특히 과실류가 1년 전보다 5.3% 내리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감(-27.7%), 참외(-26.7%), 복숭아(-25.7%), 토마토(-19.5%), 수박(-18.4%) 등의 하락세가 컸으며, 지난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던 사과의 가격도 2.3% 내렸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과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기저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집세는 0.7%, 공공서비스는 0.8%, 외식은 3% 상승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2.9% 올랐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9% 올랐다.
밥상물가 지표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생활필수품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며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근방에서 오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높은 환율 수준 등 상방요인과 낮은 수요압력 등 하방요인이 엇갈리면서 2월 전망경로대로 목표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정세, 주요국 통상갈등, 환율 움직임, 내수 흐름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지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상승세는 지난달(2.4%)보다 둔화됐으나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 연속 2%대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가스·수도(3.6%)의 가격이 가장 크게 뛰었으며,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도 각각 2.1%, 1.4%씩 올랐다.
경기지역 역시 밥상물가 흐름이 엇갈렸다. 생활물가지수는 2.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신선식품지수는 0.8% 하락했다. 특히 신선과실이 1년 전보다 5.2%나 떨어졌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