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중부대로 102, 지번으로는 팔달구 인계동 208-6 성빈센트병원 건너편 풍림빌딩 건물에 수원제일평생학교가 있다. 1963년 수원제일야학으로 시작, 지금까지 60년 동안 6000명이 넘는 졸업생 배출했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운영되는 건 마찬가지다. 건물에 불이 나자 고등동성당 교리실 등을 전전하다가 교사와 졸업생·재학생들이 일일찻집을 여는 등 모금운동을 벌여 평동 교회 한 층을 빌려 교실을 마련했다. 이후 수원 매교동의 건물 3층에 있다가 2019년 현 건물로 이전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학령기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60~70대가 많다. 2000년 전까지는 정규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과 청년, 낮엔 일하고 밤에 공부하러 오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늙거나 젊거나 모두 배움에 목이 말라있으며 ‘못 배운 것이 한이 된’ 사람들이다.
이 학교에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문해(文解)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정규 과정의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인성교육과 사회교육을 실시해 성실하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사회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육은 40명이 넘는 교사들의 봉사로 진행된다. 문해 교육을 비롯해 검정고시 과정,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교육, 다문화 주민들을 위한 교육 등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교사들의 중심엔 ‘야학의 산증인’ 박영도 교장이 있다. 박 교장은 1995년부터 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 1980년 대학생 시절부터 야학교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재야교육’에 헌신해왔다. 대구효목성실공민학교, 서울 YMCA 청소년학교에 이어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사와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배움에 목말랐던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준 공로가 인정돼 지난 2017년 ‘평생교육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정지웅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헌액 되기도 했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에 있는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은 1996년부터 평생교육에 공헌한 전 세계 인사를 선정해 1996년부터 매년 한 차례 헌액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포스코청암재단이 선정해 시상하는 포스코청암상도 수상했다.
이와 관련, 경기신문은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 학습자들이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일평생학교를 취재, 교육특집을 내보낸바 있다.(19일자 6면, ‘배움에 일시정지는 있어도 정지는 없습니다’) 제일평생학교엔 초등학력인정과 중학학력인정 과정이 있으며 중학학력인정 과정은 초등학력을 이수한 뒤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각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학력이 인정된다.
실제로 참여 학생들은 집안 사정으로, 남아 중심의 사회 분위기로, 또 일하기 바빠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 학습자들이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학력인정 문해교육'이다.
때문에 학생들의 열정도 뜨겁다. 한 교사의 말처럼 ‘자발적 학습자’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학교와는 참여율, 열정 등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교사를 존중하고 진정성을 보이는 문해 학습자들의 태도”로 인해 자부심과 열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힌다.
경기도교육청은 기본지원금과 예산 운용을 통해 수원, 고양 등 도내 많은 지역에서 운영되는 문해교육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공부하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즐겁고 성격이 저절로 밝아져 일상생활도 활기차게 변했다”는 70세 학생의 말을 정부와 지방정부가 흘려듣지 말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