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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롯데화랑, 숲속조각가의 나들이전

대학시절부터 '선에 관한 각서'라는 작업에 줄기차게 매달려온 조각작가 김주환이 안양 롯데화랑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연다.
'숲속조각가의 나들이'전이라는 타이틀로 4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스스로 소박한 삶의 형태를 선택하고 자연의 질서에 동참한 작가 김주환의 일상과 이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결혼 이후 강원도 횡성의 하대리라는 작은 농촌마을로 이주한 작가가 새로운 작업 세계를 전시회에서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단조롭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골마을의 일상을 작품 속에 담았다.
농부들은 눈이 녹아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폭신하게 솟아오른 땅을 뒤엎어 씨를 뿌리고, 싹이 나면 순을 치고 흙을 북돋아 주며, 가물면 물을 주고 바람에 쓰러지면 일으키는 등 한참동안 고단한 수고를 해야 한다.
힘겨운 노동 끝에 농부들은 찬바람이 부는 가을철이면 수확물을 하나하나 저장하게 되고, 남겨진 몸체들을 겨우내 썩혀 새 생명의 밑거름이 되는 퇴비를 만든다.
작업장이 위치한 하대리에서 작가 김주환의 삶도 필시 농부의 삶과 닮았다.
생명의 순환이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작업의 영감을 얻은 작가는 ‘한 송이 들꽃에서도 우주를 발견하는’자기만의 성찰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들 일상을 기초로 한 그의 작업들이 다소 관념적이고 미니멀해 생경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학창시절부터 '선에 관한 각서’라는 제목의 작업들을 ‘정신의 변화’와 ‘무한’을 주제로 일관성있게 지속해온 작가의 끈기있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전시에서는‘선에관한각서' 1부터 4까지 작가 김주환의 작업 4단계의 진화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3작업부터는 하대리 정착 이후,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며 얻어진 작가의 정신적 변화들이 작업에 반영됐다.
애벌레가 수차례의 변태를 거쳐 성충이 되듯‘선에 관한 각서’역시 내면의 동질성은 간직한채 허물을 벗을 때마다 새로워진 작가의 작업 형태를 보여준다.
경작하는 농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처럼 그가 하나의 선을 한 땀 한 땀 용접해가며 만들어낸 나선 구조의 형상들은 마치 수도자의 경건함을 연상하게 하며, 단순한 기호의 형태로 사고와 해석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특히 깍지를 낀채 맞잡은 두 손처럼 일상과 이상을 조화롭게 엮어 만든 '옥수수법계도'(선에관한각서4-1)에서는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가 작업 속에 함께 녹아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작가는 현재 자신의 삶의 거처이자 작업장인 하대리에서 사람과 자연, 예술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축제인 ‘하대리 여름숲속미술제’를 3년간 주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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