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색채와 감각이 어우러진 미술축제가 수원의 한여름을 물들였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이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아트페어 '화랑미술제'가 올해도 수원을 찾았다. 수원컨벤션센터(SCC) 1층 전시홀과 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 동안 진행됐으며 전국의 정상급 갤러리 104곳과 6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대규모 전시를 선보였다.
지난해 수원에서 처음 개최한 이후 꾸준히 관심을 모은 이번 행사에는 약 3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다녀가며 현대미술 대중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행사 첫날 VIP·프레스 프리뷰 데이에는 4700여 명이 몰리며 행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고 이후 일반 관람 기간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초보 컬렉터들이 활발히 방문해 미술시장에 대한 저변 확대를 체감하게 했다. 특히 신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의 방문과 작품 구매가 늘어나며 새로운 미술 수요층의 등장을 실감했다.

주요 갤러리들은 이머징 작가부터 중견·블루칩 작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보였다. 갤러리 반디트라소의 윤위동 작가는 50호 작품과 다수의 소품을 완판하며 눈길을 끌었고 갤러리 위의 홍승태·신지아·손진형, 갤러리 다선의 왕에스더, 갤러리 도올의 권소영 작가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학고재의 정수영과 에스더 킴,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의 최제이 등도 관람객의 큰 호응을 받으며 수원의 신규 컬렉터층과 소통했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가족과 함께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3층 컨벤션홀에서 운영된 키즈 아트살롱 '그림아 놀자'는 '달항아리가 머문 책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조선시대 전통 도자기 '달항아리'를 오마주한 프로그램에서 달항아리를 손으로 직접 빚어보고 나만의 미니 책가도를 완성하는 체험을 하며 예술을 보다 친근하게 느꼈다. 개막 첫날부터 많은 가족들이 참여하며 큰 호응을 이끌었고 미술축제가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문화의 장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줬다.

또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 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도 함께 3층에서 열렸다. '수문장 아트페어' 사업은 2022년부터 이어져온 수원의 대표적인 미술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역 예술인과 시민을 직접 연결하며 전시·마켓·아트페어를 꾸준히 기획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청년예술가 20명과 지역 예술단체 소속 작가 21명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풍경들(-Scapes)'을 주제로 수원의 일상·사람·감각을 담은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다양한 시각적 경험과 새로운 취향의 발견 기회를 제공했다.
도슨트 투어와 토크 프로그램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관람객이 귀로 듣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도슨트 프로그램은 두 가지 테마로 구성돼 대부분 회차가 조기 마감됐다. 아트살롱 오그림과 협업해 진행된 해설 투어에서는 작가와 작품의 서사를 상세히 풀어내며 관람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아트 컬렉팅 트렌드', '한국 동시대 미술의 이해', '컬렉터를 위한 세금·법률 상식' 등 실용적이고 흥미로운 주제의 토크 세션도 큰 호평을 받았다.

야외에서도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이어졌다. 구름정원에서는 마리끌레르 후원으로 '갤러리스 나잇'이 열렸고, 재즈 공연 '레이크 바이브', 와인 페스티벌 등 부대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또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할 수 있는 펫모차 대여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다. '마중(Majoong)'과 함께한 이 서비스는 반려동물과 함께 미술제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미술계의 포용적 분위기를 한층 확산했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를 수원에서 개최함으로써 서울에 집중된 현대미술 행사를 지역으로 확장했다"며 "지역 문화 활성화는 물론 현대미술의 저변 확대에도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수원의 여름을 물들인 이번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누구나 편하게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라는 목표를 현실로 만들었으며 앞으로도 화랑미술제는 지역 미술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