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아니라 열매를 보고 나무를 판단하라.” 로마 속담이다. “남을 악평하지 말라.” 플라톤이 한 말이다. “상처를 주는 재치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로마 속담이다. “비평가는 남의 옷을 손질해 주는 사람과 같다.”서양 속담이다. 후한(後漢)말기 여남(汝南)지방에 관상을 잘 보는 유명한 허소(許邵)와 그의 사촌형 허정(許靖)이 살았다. 그들은 매달 초하루에 허소의 집에서 그 일대의 인물에 관해 평가했다. 어느날 조조(曺璪)가 찾아와 자신에 대한 인물평을 부탁했다. 이 때만해도 조조는 유명인사가 아니였다. 허소는 조조의 청을 마다했지만 간청에 못이겨 말했다. “당신은 올바르고 평온한 시대에는 간사한 도둑이 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영웅이 될 것이오.” 그런데 십팔사략(十八史略)에는 “잘 다스려지는 세상에서는 유능한 신하가 되겠지만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간사한 영웅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조조는 큰 소리를 내어 웃었다.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하는 인물평을 ‘월단평(月旦評)’이라고 했다.
요즈음 정가에서는 국무위원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 논의가 한창이다. 올 들어서만도 재산증식, 자녀문제, 도덕성 시비 등으로 4명의 각료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청문회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말이 인사청문회지,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월단평’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막상 월단평 아닌 청문회가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별의 별 소리가 나오고, 공연히 국무위원 한 자리하려다가 개망신 당하는 인사도 생겨날 것이다. 인간은 너나없이 자기만은 결백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문회장에 버젓이 나오기도 하고,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부인하다 막판에 가서야 자백하고 만다. 면전에서 직언하는 월단평은 이제 씨가 말랐다. 오직 남아있는 것은 위선과 자화자찬 뿐이다.
이창식/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