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상품권 구매와 교통카드 충전 등의 소액결제를 유도해 편취한 혐의를 받는 중국교포들이 체포돼 구속됐다. 이들은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다니며 수도권 특정 지역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기상천외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털어놓은 ‘중국에 있는 윗선’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철저한 수사로 사건전모를 밝혀내어 여죄를 찾아 밝히고 추가 범죄를 차단해내야 할 것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정진우 영장 전담 부장판사)은 KT 소액결제 피해 사건 피의자로 체포된 중국 국적 남성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가 밝힌 영장 발부 사유는 ‘도망 염려’였다. 이들 중 한 사람은 지난 8월 말쯤부터 9월 초까지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다니며 수도권 특정 지역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모바일 상품권 구매와 교통카드 충전 등의 소액결제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해당 소액결제 건을 현금화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이들을 각각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광명시 소하동 일대 거주 피해자들로부터 “지난 8월 27~31일 새벽 시간대 모르는 사이 휴대전화에서 소액결제로 수십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신고를 여러 차례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 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광명과 인접한 서울 금천, 인천 부평, 경기 부천과 과천 등에서도 비슷한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경찰이 집계한 피해 규모는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200건에 피해금은 약 1억 2000만 원이지만, KT가 자체 파악한 규모는 278건에 약 1억 7000만 원에 육박하는 차이를 보여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중국에 있는 윗선 모 씨의 지시를 받고 범행했다”면서 “‘아파트가 많이 있는 곳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실제 주범이 중국에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구속된 이들이 지목한 윗선의 소재와 구체적인 범행 수법, 범죄 수익을 가로챈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속된 피의자들이 자신의 진짜 이름과 나이, 국적 등의 신원을 밝혔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조직화·체계화한 거대 범죄 집단에 속한 하부 조직원에 불과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의 수사로 범행 전모를 밝히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범죄 유형·범행 수법·피해 규모 등으로 비춰볼 때 상식적으로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관련 전공자도 하기 어려운 첨단 범죄를 통신사 근무 이력은 물론이거니와 전화·인터넷 가입이나 설치 등의 업무 경험조차 없는, 국내에서 주로 일용직 근로에 종사해 온 피의자가 주도했을 리는 없을 것으로 유추된다. 실제로 주범이 중국에 있다면 신원을 특정한다고 해도 검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소액결제 범죄는 타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개통하거나, 개인정보를 악용해 소액결제를 진행해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신종 범죄다. 문제는 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대개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주요 범죄 유형은 노인·장애인 대상 소액결제깡, 대리점 직원·해킹, 스미싱·악성앱 감염 등이다.
이번처럼 차량에 소형 기지국을 싣고 다니면서 마구잡이로 저지르는 소액결제 범죄는 강력히 차단돼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하여 밝히고 발본색원해야 한다. 무고한 국민, 특히 취약계층의 다수 일반인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 지금 호미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가래로도 못 막는 대형 범죄로 번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