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과 부채의 이중고 속에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임대료의 ‘3중고’가 장기화하면서 매출은 급감하고, 정부의 경기 부양책도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들은 ‘상생금융’ ‘포용금융’을 내세워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거의 없다는 불만이 높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신고 건수는 100만 건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456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급증했다. 연체액도 3조 1300억 원에 달해 17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기 이후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수원 영통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7)씨는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 대출 이자 갚기도 벅차다”며 “임대료를 밀리면 바로 퇴거 통보가 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김모(42)씨는 “문을 닫으면 빚을 감당할 수 없어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매일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은퇴 후 창업한 60대 이모씨는 “이자가 밀리면 신용불량자가 되니까 장사가 안 돼도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는 경기 침체의 전조이자 사회적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반면 은행들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역대급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조 원을 돌파했고, 이자이익은 30조 원에 달했다. KB금융 5조 1217억 원, 신한금융 4조 4609억 원, 하나금융 3조 4334억 원, 우리금융 2조 7965억 원으로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예금금리가 평균 2%대, 대출금리가 6~8%대에 머물며 예대마진이 크게 확대된 결과다.
은행권은 ‘상생금융’ ‘포용금융’을 내세워 자영업자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은 소상공인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연 3.36%로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신용 1등급 및 거래 우수자에게만 적용된다. 일반 자영업자의 실제 금리는 여전히 4~6%대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포용금융 17조 원 확대’ 정책도 대표 상품인 ‘개인사업자 햇살론119’가 연 6~7%대 금리로, 정책금융진흥원 보증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하나은행의 ‘행복플러스 소호대출’, 우리은행의 ‘채무조정 프로그램’ 역시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수혜자는 극소수에 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상생을 강조하지만 영세 자영업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은 거의 없다”며 “결국 상생금융은 이미지 제고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부채 문제를 개인의 신용 문제가 아닌 구조적 위험으로 본다. 한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이 고금리로 얻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적 환원 형태로 재투자하고, 담보 중심의 대출 심사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자 부담 완화와 상환 유예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