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1 (월)

  • 맑음동두천 3.7℃
  • 맑음강릉 13.4℃
  • 맑음서울 5.5℃
  • 연무대전 9.1℃
  • 맑음대구 7.0℃
  • 맑음울산 12.9℃
  • 박무광주 10.4℃
  • 맑음부산 14.3℃
  • 맑음고창 9.7℃
  • 구름많음제주 14.8℃
  • 맑음강화 4.3℃
  • 맑음보은 8.5℃
  • 맑음금산 9.8℃
  • 구름조금강진군 8.1℃
  • 맑음경주시 9.3℃
  • 맑음거제 12.0℃
기상청 제공

[주필칼럼] 기후온난화와 곰의 공격

 

얼마 전 일본 남부에서 열린 동아시아포럼에 다녀왔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자원봉사포럼’이 인구감소시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본과 중국 시민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는 고무적인 자리였다.

 

첫날 오프닝은 미에현 나바리시(三重県名張市)에서 진행됐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안내 책자와 선물상자가 든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앙증맞은 호루라기와 렌턴이 들어 있었다. 무슨 용도로 이런 선물을 준 것인지 무척 의아해 옆자리의 일본인 선생에게 물었다. 그는 “요즘 일본에는 곰의 공격이 잦아 호신용으로 호루라기를 준비한 것 같다”라고 설명하면서 본인이 평소 소지하고 있는 호루라기를 보여줬다.

 

‘인구가 감소하니 이제 동물과 공존하는 사회가 되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한국인들에게 선물용도를 알려주자 한 여선생은 호신용으로 쓰겠다며 호루라기를 키 링에 매달았다.

 

귀국 후 뉴스를 보니 일본의 곰 공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올해 초부터 곰에게 공격당해 사망한 사람은 열 명에 달했다. 이는 기존 기록을 넘어섰고 곰과 마주칠 위험은 산간지역뿐만 아니라 도시지역도 포함돼 있었다. 최근에는 곰이 관광객을 덮치고 상점에 침입까지 했다. 특히 일본 북부에서는 학교와 공원 근처에 곰이 출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대 피해지역인 아키타현(秋田県) 지사는 “자위대의 도움 없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라고 호소하며 군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곰은 왜 인간사회를 위협하는 것일까? 이 배경에는 사회변화와 기후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먼저 저출산과 젊은이들의 도시이탈은 숲 가장자리에서의 인간활동을 감소시켜 서식지 간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러한 재야생화는 남아 있는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또한 기후 온난화로 곰들의 동면시기거 늦어져 겨울잠을 자기 전 먹을 도토리, 밤 등 식량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곰들은 새끼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가 쓰레기를 뒤지고 심지어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일본에는 현재 이러한 위협에 대처할 국가정책이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곰을 쫒기 위해 조직 활동을 펼친다. 곰의 유인을 저지하기 위해 강화된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늑대를 닮은 전자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기도 한다. 학생들은 책가방에 작은 종을 달고 다닌다. 호루라기나 종소리를 들으면 곰은 겁을 먹고 달아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캐나다 전역에서도 일어난다. 최근 밴쿠버에서 북서쪽으로 약 700km 떨어진 벨라쿨라 인근 강가로 소풍을 나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곰의 공격을 받았다. 중상을 입은 네 명은 병원으로 이송되고 나머지 일곱 명은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 교사들은 후추 스프레이와 폭죽을 사용해 곰을 쫓느라 진땀을 뺐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자연보호관 서비스 대변인 케빈 반 담(Kevin Van Damme)씨는 “34년 동안 활동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공격받는 것은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

 

곰의 공격은 지구온난화와 인구감소가 우리사회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생생한 한 사례다.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직감하게 된다. ‘한국자원봉사포럼’과 같은 뜻 깊은 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정치권에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중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