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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달 라이더’ 산재 사각지대 해소책 시급

노동부, 플랫폼 종사자실태 통계 조사 나선다

  • 등록 2025.12.17 06:00:00
  • 13면

노동 당국이 지난 10월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 관련 기획서를 국가데이터처에 제출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한편으로 만시지탄을 부른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의 애환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게 대체 언제인데, 위정자들의 대책은 왜 이렇게 거북이걸음인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쏟아낸 정책들이 제대로 된 통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어서 씁쓸하기 짝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신속하게, 제대로 대처해주길 바란다. 


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 실태조사 결과를 매년 발표해왔다. 그러나 공표 정례화를 위한 국가통계 승인 신청을 데이터처가 모집단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반려하면서 실태조사 발표는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의 신청은 전국에서 무작위 추출한 5만 명(15∼69세)을 대상으로 플랫폼 종사자를 파악하고, 여기에 사후가중치를 적용해 전체 취업자 중 플랫폼 종사자 규모를 추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모집단이 너무 작고 무작위 추출이어서 표본을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통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국가데이터처의 불승인 사유다.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종사자 등의 임금과 복리후생, 산업안전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관련 통계에 기반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로 일감과 보수를 받는 이들의 규모와 근무 실태 등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통계 기준으로 플랫폼 종사자는 88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노동부는 특수고용 종사자와 합쳐 약 144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각종 안전보건 법령 대상에서 벗어나 산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다.


노동부는 임금노동자 성격이 모호해도 법이 포괄해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일터기본법)’ 등 노동 존중 입법 패키지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보험 관리체계도 ‘근로시간 기준’에서 ‘소득 기준’으로 개편해 플랫폼 종사자 등 비임금 노동자들의 가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책 추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통계 공표 필요성에 노동부와 데이터처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데이터처는 모집단의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게 노동부에 관련 연구진을 추천하고 연구용역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고,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여 내년 상반기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 관련 모집단 구성 조사방법론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르면 2026년부터 실태조사가 다시 공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빠르고 편리한 배달문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 국민이 안락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배경에 ‘배달 라이더’들의 존재는 핵심 요소다. 일상 용품에서 기호품, 살림살이에 이르기까지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삽시간에 현관문 앞에 필요한 물품이 배달되는 놀라운 초고속 생활 문화는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선진시스템이다. 


그 편리함 뒤에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속도전에 종사하고 있는 배달 라이더들의 노고가 있다. 편의만 누리고 노동자들의 애환에는 관심이 없는 민심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태만은 더더욱 질타받아 마땅할 직무 유기다.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제도 구축으로 144만 명 플랫폼 종사자들의 노동복지가 하루빨리 일신돼야 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배달문화를 누리는 안락한 일상의 뒤편에 그 누구도 미비한 제도로 인해 눈물짓는 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웬만한 노동자들이 다 누리게 된 산재보험 혜택을 강 건너 불 보듯 발만 동동 굴리는 플랫폼 종사자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들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평등한 제도를 하루빨리 구축하길 바란다. ‘사람이 모두 빠짐없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일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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