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5천원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세상인데 신용카드로 교통카드 충전을 할 수 없다니 말이 됩니까?"
최모(42.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씨는 지난 달 29일 오후 고등학교 재학 중인 아들(17)의 선불형 교통카드 잔액을 채우러 교통카드충전소에 갔다.
그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 아들을 위해 선불형 교통카드에 5만원어치를 채워 줄 생각으로 신용카드를 제시했지만 충전소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충전소업자는 "카드 충전으로 남는 것도 없는데 카드사 수수료까지 물게 되면 완전히 밑지는 장사"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학생들은 후불형 교통카드를 못 써서 선불형 교통카드에 한 번 충전할 때마다 3~5만원씩 돈이 들어 큰 부담이 되는데 충전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도내 31개 시.군 대중교통에 도입중인 충전식 선불형 교통카드(T-money)가 잔액 충전시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카드를 분실해도 교통카드 발급사인 T-money사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 이용자들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김모(34.여.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씨는 지난 달 30일 오후 초등학교 재학 중인 딸(9)이 선불형 교통카드를 잃어버리자 다시 카드비만 3천원을 내고 잔액 1만원을 충전해주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고장 나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김씨는 권선구 소재 충전소에 갔지만 재발급받기를 포기해야 했다.
충전소 직원이 "잔액을 환불해 주려면 고장난 교통카드를 본사에 보내 전산자료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만 열흘이 넘게 걸린다"며 "차라리 새로 구입하는 편이 낫다"고 귀띰해준 것.
김씨는 "교통카드는 일일이 등록도 안 돼 한 번 잃어버리면 그대로 끝이고 고장으로 인한 환불.교환은 거의 해 주지 않아 너무나 불편하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한 충전소 업자는 "선불형 버스카드 비용의 신용카드 결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내에서 이용되는 T-money 카드의 충전수수료는 보통 1만원당 0.7%인 70원이다"며 "이같은 푼돈을 벌기 위해 몇 백만원씩 하는 카드조회기를 도입할 충전소가 몇 개소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충전소 업주 최모(60.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씨는 "고장난 카드를 교환해 달라는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 온다"며 "특히 카드를 분실하면 방법이 없어 손님들에게 액면가가 많은 카드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