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먹은 칼국수가 자꾸 물을 찾는다. 수제비와 칼국수를 함께 넣고 끓여주는데 이름하여 칼제비다. 겉절이와 곁들여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충분해서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묵은 김치만 먹다가 겉절이가 입에서 당겨 먹다보니 짰나보다. 물을 몇 컵씩 들이켜도 갈증이 난다. 나이 들면서 가급적 싱겁게 먹으려 노력하고 음식의 간도 조금은 약하게 한다. 짭짤하고 칼칼한 음식 좋아하는 가족들의 불만도 많지만 서서히 길들여지다 보면 입맛도 변하지 않을까 싶어 고집을 피우고 있다. 시장에 나가보면 제철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모든 것이 풍요롭다. 냉이며 마늘잎 달래까지 싱싱한 야채를 좌판이며 상점 어디든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자랄 때는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양지바른 텃밭에서 캐온 봄동을 조물조물 무쳐서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언 땅을 비집고 올라서는 미나리를 뿌리째 캐서 먹으면 그 향기 일품이었는데 지금은 직접 들에 나가 나물을 뜯기도 어렵지만 그 맛을 찾을 수가 없다. 먹을거리가 흔해진 까닭도 있겠지만 인스턴트와 기성의 맛에 길들여진 입맛 때문이기도 하다. 입맛도 그럴진데 사람살이라고 다르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문명 속에서
아야진 /권혁수 여자가 빨랫줄에 낡은 청바지를 널어 말린다 해감에 절인 가슴을 물방울로 뚝뚝 떨구는 해안선이 오늘 빈 배만큼 무겁다 ※아야진: 동해안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청간정 옆에 위치한 항구 -시집 ‘얼룩말 자전거’ 고성 건봉사에 들렸다가 속초 가는 길에 아야진, 이라는 이름을 만났었다. 그 지명이 가히 시적이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해안선과 백사장에 마음을 뺏겨 잠시 둘러본 해변마을을 시에서 만나니 짐짓 반가웠다. 그리고 빨랫줄에 널어 말리는 여자의 청바지가 낯설지 않았다. 여느 해변마을이 그러하듯 슬레이트 지붕과 낡은 수성페인트 벽, 군데군데 널린 생선들, 바다갈매기와 해조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러한 풍경 중에서 유독 생선이 아닌 낡은 청바지에 주목한다. 직관의 힘으로 낡은 청바지에서 그 여자의 해감에 절인 듯 신산한 삶의 세목을 읽는다. 그 삶이 물방울 뚝뚝 떨구는 해안선으로 전이되어 시적 이미지의 도약을 일군다. 그곳을 거닐다가 빈 배만큼 무거운 그 마을의 척박함을 잠시 접어두고 청간정에 올라 송강의 가사 한 구절 읊어도 좋으리라. /이정원 시인
‘인구지진(age-quake)’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저서 ‘에이지 퀘이크’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20년쯤에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고령 인구가 많아져 세계 경제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엄청난 격변을 겪을 것이라며 경고한 용어다. 그러면서 파괴력이 자연 지진보다 훨씬 크다고 해서 충격을 줬다. 굳이 비교하자면 2011년 일본을 초토화시킨 ‘동일본 대지진’ 수준인 규모 9.0의 강도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세계 각국마다 겪고 있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있다. 1.2명도 채 되지 않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었지만 ‘백약이 무효’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정책도 나와 국민저항에 부딪치기도 했다. 3년 전 ‘싱글세’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 게 한 예다. 보건복지부의 관계자가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싱글세라도 거둬야 할 것 같다는 사견(私見)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난리가 났던 것이다. 당시 네티즌 의견은 “돈 없어서 결혼 못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을 내라고?”에서부터 “이러다 노인세, 어린이세, 남자세, 여자세, 100세세,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성경에 보면 몹쓸 병에 걸린 병자가 예수의 옷깃을 만지고 병이 나았다는 내용이 있다. 예수는 옷깃만 만져도 병이 완치될 것이라는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병자에게 말한다. 최순실의 위력은 가히 예수에 버금갔다. 그의 실세를 아는 이들은 그녀의 옷깃만이라도 만져보려고 발버둥 쳤다. 그녀는 전지전능했다. 누군가 신이 아무리 전지전능해도 단 한 가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자살이라는 것이다. 신은 아니지만 부소부재의 권력과 재물을 지녔던 대통령은 부끄러움을 생명으로 마감했다. 자살은 결코 옳은 길은 아니었음에도 국민들은 그의 죽음을 고귀하게 여겼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심판과 재판이 끝나지 않았지만 청문회와 특검의 조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들이 저지른 사건에 앞서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은커녕 이들의 뻔뻔함 때문인 듯 했다. 대통령의 옷에 대한 최순실과 고영태의 이해관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유명 백화점에 가서 수입명품 옷을 보게 되었는데 한 벌에 수 백 만원,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것을 보고 소문으로만 듣다가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이미지가 있으니 개인 기호를 떠나서 여
겨울 가뭄에 경보가 울렸다. 인천, 경기, 전남, 강원 영서 등 서부지역 35개 시·군의 강수량이 평년의 40% 미만을 기록하고 있어 가뭄 예·경보 ‘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기도내 안성 용인지역의 경우 다른 시군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안성지사에 의하면 금광(38.2%)·마둔(29.2%) 저수지와 용인 두창(35.7%) 저수지의 저수율이 40% 이하인 심각 단계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현재 관내 19개 저수지(보조 저수지 3개 포함)의 저수율도 50%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5%의 절반 수준이어서 봄가뭄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지난 겨울만 해도 고삼 금광 마둔저수지 등 이들 대형 저수지는 수량부족현상으로 저수지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어 올 농사에 차질을 예고했다. 이같은 이유는 최근 3개월간 이들 지역의 강우량이 25㎜에 그쳐 예년 평균 67㎜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미리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얼마 있으면 봄 못자리용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농어촌공사 입장에서도 올 봄 농업용수를 공급하려면 저수지보다는 인근 하천용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할 정도다. 이런 극심한 겨
본보는 어제자(22일) 사설 통해 물가는 심각하게 오르는 데 월급은 제자리여서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과 정부의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가 상승과 함께 서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가계부채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를 줄이면 된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계대출은 이자를 내지 못하거나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 재산을 압류당하고 경매처분돼 가족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또 본인은 신용불량자가 돼 경제활동에 심각한 제한을 당하게 된다. 부채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 총액이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1천300조원을 넘어섰다. 2016년 말 가계신용 잔액은 1천344조 3천억원으로 2015년 말(1천203조 1천억원)보다 141조2천억원(11.7%) 늘었다. 가계신용은 일반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진 빚(결제 전 카드 사용액)을 합한 것이다. 개인 간의 거래인 사채(私債)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가계빚은 더 많을 것이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제2금융권인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상호저축은
‘불은 좋은 하인이자 나쁜 주인’이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이는 불을 어떻게 이용하는냐에 따라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평소방서가 제공한 화재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내 4만3천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그중 임야에서 발생한 화재는 2천736건으로 약 6.3%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로 범위를 좁혀보면 전체 화재발생건수가 1만여 건이고 그중 임야화재는 998건으로 약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가평군에서 발생한 임야화재는 총 163건으로 경기도 전체 임야화재 중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 내에 31개 시·군이 있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3년간 가평소방서 임야화재 통계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137건, 2015년 151건, 2016년 163건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더욱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가평소방서 및 가평군은 다년간 협업을 통해 임야화재로 인한 군민의 피해를 막고자 다각적으로 화재예방 홍보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야화재는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이
최근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던 중 아동학대 사건 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았다. 당시 피해를 입은 아동이 엄마로부터 학대를 당하자 세탁기 안에 숨어 112에 신고를 하고 그 신고 내용을 받은 현장 경찰관들이 피해아동을 구출하는 내용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아동학대의 유형으로는 신체적·정신적 학대, 방임, 유기, 성학대 등의 유형이 있으며, 가해자의 경우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르게 친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전체 가해자의 81.8%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아동을 보호해야 될 의무가 있는 보호자가 가해자가 되고, 발생장소가 가정 내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찰의 입장에서는 선제적 개입이 어렵고 아동이 치명적 위협을 당하고 나서야 외부로 표출돼 확인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이러한 아동학대 범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고자 2016년 3월부터 학대전담경찰관(APO)을 운영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자 지원, 미취학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유관기관과의 합동점검, 피해 아동에 대해 정기적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어느덧 겨울이 지나가는 3월이 다가온다. 올 겨울은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추웠던 것 같다. 동절기 폭설, 한파로 인해 공사장 및 건축물, 저수지 강과 같은 곳에서 동결과 융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기온 급변으로 공사장의 붕괴 위험과 저수지, 강 등의 얼음이 약해져 낚시, 빙상놀이 등으로 인명사고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런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몇 자 적어보도록 한다. 첫째, 저수지, 강 등과 같은 곳에서의 상황을 보도록 한다. 가급적 얼음위에서 놀이, 낚시와 같은 것들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을 듯하다. 아이들이 얼음위에서 놀 경우에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하여 안전사고 방지에 대비한다.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지체 없이 119에 신고를 하고 주변사람들의 도움과 함께 장대나 로프 등을 이용하여 구조를 한다. 둘째, 공사장이나 축대등과 같은 곳에서의 상황을 보도록 한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집 주변의 공사장, 절개지, 낙석위험지역, 축대, 옹벽 등 붕괴 우려가 있는지 스스로 점검을 한다. 붕괴 위험이 있을 시에는 통행금지 또는 사용제한 등 안전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안전시설을 설치한 경우에는 함부로 치우거나 위험지역에 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영신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신임 인사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