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상임이사 임용 ▲유지관리본부 이사 이관호
5월이 되면 어김없이 가장 비극적인 우리의 현대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시 만나게 된다. 체제 순응과 저항의 과정이 역사의 가장 큰 동력으로 두 축을 이루고 있다면 광주민주화운동은 분명 큰 방점으로 기록될 저항의 역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념식에서 부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과 합창의 간극 사이에서 시비하느라 반쪽짜리 기념식으로 치러지고 말았다. 보훈처는 정부의 모든 기념행사에서는 공식 기념 노래만 제창 형식으로 부르는데, 현재 5·18 행사는 공식 기념 노래가 없기 때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노래의 상징성이 변했기 때문”이라던가 “노래를 부를 때 주먹을 쥐고 흔드는 모습이 5·18의 의미를 폭력적으로 윤색시킬 수 있다”는 이유들도 등장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은 사라지고 제창이니 합창이니 하는 궁색한 소리들만 남았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동명의 뮤지컬만큼이나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치
공무원이란 직업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최상의 직업으로 선망받는 안정된 직업이다. 그런데도 유흥업소로부터 금품과 성접대를 받고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으로 고소되고 있다. 최근 고양시 일부 간부급 공무원들의 행태다. 이뿐만 아니다. 일부 구청의 경우 당직 기사들의 수당 챙기기 의혹, 농업용 창고를 식품가공 공장으로 용도변경해 주겠다며 금품수수, 수사기관을 통해 조사를 받고 옷을 벗는 공무원, 비리를 하고 명퇴수당을 받기 위해 퇴직을 신청한 간부공무원 등 한마디로 가관이다. 이처럼 반복되고 있는 고양시 일부 공무원들의 비리와 부적절한 행태에 대해 최성 시장이 연일 강도 높은 기강확립 대책을 주문하고, 물의를 일으키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직에서 배제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하겠다며 일벌백계를 선언하고 있다. 최 시장은 평소 ‘청렴은 모든 선의 근원이요, 덕의 근원이니 청렴하지 아니하면 수령을 할 수 없다’는 목민심서의 구절을 직접 인용하며 “공직비위에 관련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일부 시 공무원들이 불미스런 사건을 일으키며 시의 명예와 품격을 떨
‘학교폭력’ 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다가오며 박근혜 대통령의 ‘4대악 척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와 함께 ‘학교폭력’ 근절책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학생들의 체감온도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12%로 전년도 18.3%에 비해 줄었지만, 학교폭력을 당해 심한 고통을 느꼈다는 응답은 33.5%에서 49.3%로 오히려 증가했다. 그 중 45%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또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 중 44%는 학교폭력 피해를 방관한다는 것이다. ‘나도 당할까봐’, ‘관심이 없어서’, ‘도와줘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에서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홀로 일어서기란 지금의 현실과 제도에선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나서도 전혀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일만 커진다’ ‘내가 대신 학교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자신도 모르게 방관자가 되
지난 10일자 본란에서도 밝혔듯이 지금 수원시는 쓰레기와의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름하여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과의 전쟁이다. 수원시가 지난 5월 1일 ‘무단투기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하고 길가에 버려진 양심과 전쟁 중이다. 본보는 당시 사설을 통해 이번 쓰레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길 기원했다. 현재 수원시내 곳곳에는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몰래 버린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쓰레기가 부패,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해충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다간 여름철 질병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걱정 속에서도 희소식이 들린다. 수원시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선포 이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무단투기가 크게 감소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시가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에 대한 무기한 단속에 돌입하면서 쓰레기 반입량의 감소와 함께 종량제봉투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시에 의하면,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선포 이후 보름 동안 주민들의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지난 4월 일일 평균 350t에서 5월 일일 평균 318t으로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흘 연속 볼썽사나운 충돌을 빚었다. 불법건축물 등을 점검한다며 지자체가 공무원을 대거 동원하고, 이에 맞서 공기업도 직원들을 시켜 물리적으로 대치하게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충돌 원인은 LH가 재개발지구 세입자 순환이주용으로 지은 백현4단지 1천869가구를 국민임대주택으로 분양 공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6개월 동안 빈집 상태여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LH의 입장인 반면, 성남시는 2단계 재개발의 숨통을 죄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자초지종을 떠나, 지자체와 국내 최대 공기업이 백주에 조직폭력배 맞서 듯한 행태는 싸잡아 비난받아 마땅하다. LH는 애초 용도와 달리 백현4단지를 분양키로 결정함으로써 성남시를 격분시켰다. LH는 백현3·4단지가 장기간 ‘유령단지’로 방치되면서 누적 손실이 490억원에 이르고 매월 12억씩 손해가 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백현3단지는 남겨두었고, 지난해 성남시부터 거절당하기는 했어도 순환이주단지를 위례신도시에 만들면 된다는 입장인 듯하다. 국민임대로 변경한 절차에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남2단계 재개발이 오랜 기간 헛바퀴를 돈 데는 LH
바야흐로 열정이 인간성을 전복하는 사회, 기업이 국가를 움직이는 시대다. 인생의 최대 목표는 취업이 되었고, 구직자들은 기업의 모집전형에 몸을 구겨 넣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상경 분야를 전공하지 않으면 기업 취업에 불리하다는 것은 오래된 불문율이다. 늦깎이로 상경계 전과를 감행하거나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인문학 전공자는 자신의 이력에 하자가 있음을 느낀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취업률을 보장하지 못하는 학과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최근 배재대학교가 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외한과)의 통폐합을 결정했고, 이에 재학생들과 여론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민족시인 김소월·국어학자 주시경 배출을 내세우던 학교가 스스로 정체성을 폐기했다는 비판이다. 대학 측은 취업 경쟁력 강화를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건양대와 서원대는 수년 전 이미 국문과를 폐지해 통폐합했고, 광운대는 폐지 논란이 불거진 끝에 간신히 국문과 유지 결정이 났다. 인문학의 지향점은 활용 아닌 ‘사유’ 단순히 ‘취업률 1위 대학’의 타이틀을 얻기 위한 대학의 기업화는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선호도 감소보다는 위로부터의 구조
최근 들어 부쩍 경찰에 대한 비난기사가 늘고 있다. 물론 예전부터 경찰과 관련한 내용은 특별히(?) 취급되어 언론의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급격히 경찰에 대한 비난성 기사가 난무하면서 경찰조직이 출렁이고 있다. 경찰은 그 인원이 10만을 상회하는 대한민국에서 육군 다음으로 큰 조직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일부 경찰관의 그릇된 업무태도나 일탈로 인하여 전체가 매도되는 경우가 많다. 신문 등 언론에서 경찰을 비난하는 기사는 거의 정해진 틀이 존재한다. ‘나사 빠진 경찰’, ‘넋 나간 경찰’, ‘경찰 이래도 되나?’ 등 꼭 ‘경찰’이라는 문구를 넣는다. 늘 경찰조직 전체를 지칭하는 문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경찰로서 직무를 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한 경우라면 그나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경찰의 직무를 떠나 사적인 일로 실수를 하는 경우에도 전체 ‘경찰’을 지칭하여 비난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경찰 개인의 잘못된 부분을 부각하지, 전체 조직을 싸잡아 비난하는 보도 태
그러니 애인아 /김선우 바람에 출렁이는 밀밭 보면 알 수 있네 한 방향으로 불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람이 실은 얼마나 여러 갈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배가 떠날 때 어떤 이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어떤 이는 물을 바라보지 그러니 애인아 울지 말아라 봄처럼 가을꽃도 첫 마음으로 피는 것이니 한 발짝 한 발짝 함부로 딛지나 말아주렴 시집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 지성 2007> 우리는 얼마나 여러 갈래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못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기까지 수많은 갈등 속에서 질문을 생략하기 일쑤다. 일상생활에서 그럴진대 우리들 내면에서는 얼마나 많은 갈등의 싸움이 있을까. 하물며 사랑이라는 이름의 벅찬 무엇이 밀물 썰물처럼 드나들 때 돌아누워 베개를 적셔 본 사람은 알지도 모르겠다. 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얼마나 여러 갈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막 흐드러지는 꽃에게도 함부로 말 붙이기 힘든 봄이다.
페이퍼컴퍼니, 서류 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버진 아일랜드는 이런 페이퍼컴퍼니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곳이다. 정확한 수치도 없다. 수만개가 존재할 것이라는 추산뿐이다. 우리나라 돈 200만원이면 법인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진 회사는 세금이 면제된다. 물론 이 회사들은 명목상 유령 회사다. 그러나 그 안을 살펴보면 정당치 못한 검은 돈, 떳떳하지 못한 거래내역들로 넘쳐난다. 돈세탁은 기본이고, 본국의 세금 징수에 대해 합법적 조세 회피 또는 불법적 탈세도 난무한다. 그런데도 금융거래에 있어서 익명성이 보장된다. 버진 아일랜드가 세계 최고의 조세 회피처(Tax Haven)인 이유다. 버진 아일랜드는 중앙아메리카 동쪽에 있는 서인도제도에 위치한 섬 무리다. 인구 10만9천여명, 80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으며 영국령과 미국령으로 나뉜다. 조세피난처가 몰려있는 곳은 주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로, 동부의 36개 섬지역이다. 이곳은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3년 발표한 소설 ‘보물섬’의 배경 중 한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설에서처럼 당시 해적과 약탈자들의 은신처였던 이곳이 최근 들어서 현대판 보물섬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비아냥댄다. 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