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은 체육복을 입은 초등학생들이 줄을 지어 한 바퀴가 2㎞인 서호를 돌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중 초등학교 2∼3학년 되어 보이는 여학생이 계속 뒤쳐져서 걷지 못하고 있었다. 여학생이 힘들어 하자, 고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뒤쳐져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있었는데, 그도 힘들었는지 뒤쳐졌던 여학생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앞서가던 친구, 선배들 모두 달려와 넘어진 학생 이름을 부르며 “괜찮니? 친구야?” 하고 묻고, 부축하여 일으켜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는 경기 모처에 있는 대안학교였었다. 서로 따뜻하게 격려하고 다독이는 모습이 정말 감동스러웠으나 또한 낯설었다. 일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은 성실함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위치가 어디에 있든 그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농사짓는 농민들과 같아 보인다. 언제나 성실함으로 임하고, 농작물에 큰 영향을 주는 가뭄, 폭우, 병충해 등 시련이 닥쳐도 다시 딛고 일어나 자연재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수긍하며 농작물을 훼손시키지 않는 자연 그대로 지켜내는 방법을 터득하여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자연과 인간의 공생법을 연구하는 욕심 부리지 않는 삶, 그러면서 부의 가치가 높아져가는 이런 농부의 모습이 성공한 사람들과 같아 보인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농민이나 성공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실함이나 위기 극복 능력에서 많이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자연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알고는 있지만 자연이 먹을 것만 제공하는 단순한 의미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인간은 자연 없이는 살아 갈 수 없음을 깨닫고 자연이 주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고자 도시 부모들은 아이들을 농촌으로 보내고 있다. 농촌유학은 단기간, 장기간 체험학습 또는 가족 모두가 귀농·귀촌을 계획한다. 농림수산식품부의 2012년 3월 조사에 따르면 전국 농어촌 유학시설은 35개소로, 2007년115명에 불과하던 농어촌 유학생이 2009년 183명, 2010년 302명, 2012년 355명으로 3배 이상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친구들을 모아 시골 한적한 곳에 학교를 만들어 소수 인원으로만 운영되던 대안학교를 시작으로 폐교 위기에 놓인 작은 학교를 숙소로 제공하고, 계획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면서 농촌유학을 체험한 아이들이 농촌 학교로 전학을 희망하고 있다. 처음에는 6개월 단기 과정에 참여하여 농촌생활을 통해 자연을 체험하고 초등학교 졸업에서 중·고등학교 진학까지 농촌에서 지내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대도시 거주 인구의 66% 이상이 귀농·귀촌을 희망하고,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로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가구가 2만 가구가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촌유학을 오는 아이들, 베이부머세대들의 은퇴와 동반되는 귀농·귀촌 외에 고용 불안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대 청년들도 최근 유기농법을 이용한 작물 재배, 특용작물 재배 등을 통해 농민 소득이 높아지고, 농업 기술력이 동원되면서 대기업이 아닌 농촌으로 취업의 초점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청년층의 귀농·귀촌 사례는 총 1천734가구로 2010년에 비해 2.8배가량 늘어 도시인들의 귀농·귀촌을 촉진시키고 있다. 귀농·귀촌 하는 도시인들이 자신의 전문성과 도시문화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이것을 농촌에 접목시킨다면 그것이 신자본과 신기술로 기존 농촌 사회에 생산, 유통, 판매의 판로를 개척하는데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억대 부농으로 성장하거나 자연이 주는 건강과 삶의 즐거움을 얻고 있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이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격언은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과 농촌의 가치를 깨닫고, 자연과 소통하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교육은 없다고 생각한다. 밝고 깨끗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우리 아이들이 드넓은 평야와 높고 깊은 산을 벗 삼아 행복한 아이들만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농촌유학이야 말로 아이들이 배워야 할 필수 과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