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읽다 가슴이 뜨끔한 문장을 만났다. 子遊問孝(자유문효). 子曰(자왈) “今之孝者(금지효자), 是謂能養(시위능양), 至於犬馬皆能有養(지어견마개능유양), 不敬(불경), 何以別乎(하이별호)?” 자유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가 답했다. “요즈음의 효(孝)는 부모를 그저 봉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개나 말도 먹이고 돌볼 수 있지 않는가. 만약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와 무슨 구별이 있겠는가?” 과연 나는 공자의 이 말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얼마 전 병중에 계시던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장모님은 척추 수술과 양쪽 고관절 수술 등 돌아가실 때까지 2년여 동안 가까운 도시의 요양원, 요양병원, 대학병원 등을 전전 하셨다. 아내가 무남독녀인 까닭에 뒷바라지 할 사람은 오직 아내와 나 뿐이었다. 한동안은 매일같이 병원에 다니기도 했고 요양병원에 계실 때에는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문안을 드렸다. 나름대로 아내가 고마워 할 만큼 최선을 다했다. 장모님의 뒷바라지는 좋든, 싫든 마땅한 나의 도리(道理)라고 생각했다. 공자 말씀은 도리만으로 병 뒷바라지를 했다면 개나 소를 가축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온몸으로 세상을 밀고 가는 저것! 연초록 비로드 봄비 속을 라마승처럼 달팽이 한 마리 꾸물꾸물 기어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처럼 힘껏 이 세계를 떠메고 가는 달팽이 한 마리 봄 들판 비에 젖어 제 몸으로 길을 내고 있다 오! 저 빛나는 생의 오체투지 -글발 한국시인축구단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췌 달팽이 한 마리를 보는 시인의 눈은 달팽이를 아버지로 본다. 아버지의 사랑으로 본다. 이 땅의 모든 가장으로 본다. 달팽이는 온몸으로 세상에 길마저 낸다. 그 길을 따라 연초록 꽃이 오라고, 그 길을 따라 기다리던 세월이 오라고, 그 길을 따라 사랑하는 사람이 오라고, 그 길을 따라 옥빛 하늘이 흘러오라고... 짧은 시가 읽을 때마다 긴 감동 큰 여운을 끝없이 가져다준다. 이처럼 사물은 저마다 큰 의미를 가지고 존재한다. 그것을 보는 사람은 보고 보지 못하는 사람은 보지 못한다. 보는 사람은 세상을 좀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보고 보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을 삭막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방을 가만히 둘러보면 세상 한 자리를 말없이 차지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주류인 것과 비주류인 것이 세상을 채워서 비로소 세
지난 3일 오후 2시부터 수원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4만3천352명의 ‘구름 떼 관중’들은 후반 5분경 터진 수원블루윙즈 오장은의 골에 환호성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그 골은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골이었다. 이날 경기는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수원과 서울간의 경기 이른바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게임이었다. 참 신기한 것은 수원과 서울간의 경기다. 수원은 현재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을 만나 7연속 승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원과 전북, 서울과 전북간의 경기도 재미있다. 전북은 수원에 11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전북은 서울만 만나면 꼬리를 내린다. 그래서 프로축구가 재미있다. 특히 지난 3일 열린 수원-서울 전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 전기한 것처럼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슈퍼매치인데다가 천적관계가 이어질 것인가 무너질 것인가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7연속 수원의 승리로 끝났지만 경기내용은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관중들은 라이벌 팀답게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투혼에 열광했다. 부상자가 속출했고 심판은 경고카드를 꺼내기 바빴다. 양측 응원단의 응원경쟁도 치열
지난 7월말 KT 가입자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해킹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KT는 피해자에게 침해 사실을 신속하게 알리지 않아 피해자가 직접 침해 사실을 조회해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개인정보가 줄줄이 샌다고는 하지만 KT 같은 대기업에서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러한 정보유출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이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2년간 통신·포털업체, 금융기관 등에서 새어 나간 개인정보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수보다 많은 6천325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강동원 의원은 3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5천30만건, 올해 들어 1천295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며 “5천만 전체 국민의 개인정보가 1인당 1개 이상 유출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현대캐피탈에서 175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3천500만명의 개인정보유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8월에도 한국엡손에서 35만명, 11월 넥슨에서 1천320만명의 개인정보가 새어나갔다. 올해 들어서는 5월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서 422만명의 개인정보가
올해 우리나라는 ‘덴빈’, ‘볼라벤’, ‘산바’와 같은 태풍이 상륙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대형 태풍이 여러 번 상륙하는 것은 기상관측 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빈번한 태풍 상륙의 원인이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지난 5년간 국내 폭염경보 횟수는 2008년 107건, 2009년 10건, 2010년 105건, 2011년 17건, 2012년 134건으로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이렇게 지구 온난화는 조금씩 우리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이것을 기회로 삼고자 녹색성장 정책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지금의 ‘녹색성장’, ‘녹색경영’ 이라는 개념은 2009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정부가 많은 매체를 통해 그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널리 알려졌고 이제는 중소기업인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인들을 만나서 이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이 ‘취지는 좋은데 나와는 거리가 먼’ 이상
요즘 의학기술이 발달해 불치병이지만 초기에만 발견하면 완치가 될 확률이 상당히 높은 병이 암이다. 하지만 몰라서 또는 치료시기를 놓쳐서 치료가 늦어지면 겉잡을 수 없이 전이가 되는 것이 암이고, 수술 잘못하면 그나마 남은 생명시계도 더 빨리 가버리는 것이 암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기검진과 초기치료가 중요한 것이다. 거래활성화를 위해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과 취득세 추가감면 내용을 포함한 9·10대책이 발표됐다. 시장에서 예상을 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을 한 내용이 포함돼 별로 새삼스러운 내용은 없었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취득세 추가 감면이 돼 다행이고 매수심리를 회복하는데 미약하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조금 더 빨리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 2012년 올해가 4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 감면 및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을 해준다고 하면 남은 3개월 동안만 집을 사고 내년에는 다시 거래가 얼어붙어도 좋다는 의미인지 답답하다. 취득세 추가감면과 미분양 양도세 감면, 분양가상한제 폐지, DTI일부 완화 등의 대책은 작년 말에는 나왔어야 하고, DTI는 작년인 201
<알기쉬운 FTA Q&A> 43.페루 원산지증명서 증명방법 Q. 수산물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업체입니다. 칠레와 아세안(ASEAN) 국가는 원산지증명서(Certificate of Origin)를 따로 받았고,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는 인보이스란에 ‘THE EXPORT’로 시작하는 문구로 증명을 받았습니다. 페루에서 물건을 수입할 때 원산지증명에 관한 증명법은 어떤 것인지요? 칠레처럼 원산지증명서를 받아야하는 건지, 아니면 따른 양식이 있는건지요? 또 자율발급인지 기관발급인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A. 한-페루 FTA 원산지증명서는 협정발효 후 5년 동안은 원칙적으로 기관발급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즉, 협정 발효 후 5년 동안은 ‘기관증명’을 원칙으로 하되, ‘인증수출자’ 및 ‘미화 2천달러 이하 수출자’에 대해 ‘자율증명’을 허용합니다.(부속서 4A 규칙 1 및 4) 기관증명이란 원산지증명서(Certificate of Origin)를 수출자의 요청에 의해 수출국의 관계당국(페루 통상관광부)이 발급하는 것을 말합니다.(부속서 4A 규칙 2) 협정 발효 5년 이후에는 전면 ‘자율증명’ 제도로 전환됩니다. 자율증명은 원산지증명서를 원칙적
삼층집 옥상에서 화단을 내려다 본다 크나 작으나 기울지 않는 나무가 없다 사느라 굽고 비틀거리는 것들, 말도 못하고 비에 젖고 바람맞으며 함께 서있다 김정원 시집 ‘환대’/2012년/황금알 조금만 높은 곳에 서보면 서있는 나무, 꽃들도 다 굽고 휘어져 피어 있음을 본다. 사람이 사람보다 높을 수 없는데 때로는 높다는 착각으로 인생들을 내려다보면 그 인생들 한결같이 우중충(愚衆蟲)하다.이 시의 제목이 ‘우중’인데 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는 풍경이라 우중(雨中)이겠지만, 다른 한편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크나 작으나 치우쳐 있고 굽어 있는 군상(群像)들을 가르켜 우중(愚衆)이라 일컬음은 아닌지. 이 시는 하염없이 비 내리는 어느 하오(下午) 옥상에 올라 굽고 비틀린 나무들처럼 비에 젖고 바람을 맞으며 사는 이웃들을 보노라면 그 가운데 엉거주춤 굽은 채 서 있는 자신을 발견케 해주는 연민의 노래다. /김윤환 시인
경기도와 수원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가 오늘(4일) 전야제에 이어 7일까지 연무대 광장과 화성행궁 광장, 수원천, 수원화성 등 시내 전역과 화성시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어느덧 49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나누고 즐기는 한국 최고의 전통문화관광축제’를 지향한다. 이번 축제는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한 터라서 더욱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쉬는 미래지향적인 전통문화관광축제로서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원시의 대표축제다. 수원화성문화제는 원래 1964년 경기도청이 수원으로 이전하면서 기공식을 했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10월 15일을 시민의 날로 정하고 ‘화홍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실시했던 행사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축제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관변행사에 지나지 않아 시민들의 호응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다가 민선시대를 맞아 ‘문화시장’이라고 불리는 고 심재덕 씨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12월 그의 노력에 의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이듬해부터는 화홍문화제를 수원화성문화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뿐만 아니라 행사내용도
학교 안에서 외부인이 침입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면 이는 심각한 일이다. 학교당국은 물론이고 관계기관들이 합심해 학교내에서 어떠한 폭력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것이 얼마전이다. 학교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출입문을 닫아 걸고 엄격하게 관리해 출입자를 일일이 통제하겠다고 공헌했었다. 그러나 학교는 무방비로 뚫렸다. 10대 고교 중퇴생이 대낮에 수업중이던 초등학교 교실에 난입, 흉기를 휘둘러 학생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친 학생이나 이를 목격한 학생이나 어린 학생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교실 안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났다니 어떻게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맡길 수 있을 것인가. 피의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학교내 경비가 철저했다면 이러한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 범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김수철 사건’도 범인이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를 학교 운동장에서 자신의 집으로 끌고가 성폭행했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학교 안전 강화대책이 발표됐다. 경남 통영에서 초등학생이 등굣길에 동네 주민에 의해 살해된 지난 7월에도 교육과학부가 학교 안전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