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임기가 지난 달 30일 시작됐지만 국회의장단 구성만 겨우 마쳤을 뿐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및 상임위원장 선출이 미뤄지고 있어 상임위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한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 이라크 추가파병, 주한미군 감축, 경제난 심화, 청년실업 및 민생불안 등 현안이 산적해 있으나 국회의 제대로된 활동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국회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총리후보 인사청문특위에 이어 김선일씨 피랍사건 관련 국정조사특위 활동을 통해 발등의 불만 겨우 꺼가면서 소걸음을 하고 있다.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일하는 국회'를 내세웠던 17대 국회 임기 시작 직후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17대 국회가 시작하면서 여야는 역대 국회에 대해 `정쟁만 일삼았던 국회'라고 새로운 탄생을 다짐했지만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 시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강제하고 있으나 여야는 이를 헌신짝처럼 무시해 버렸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3대 국회이후 16년만에 여대야소 정국이 됐지만 소수 야당을 설득해 타협을 이끌어내는 등 정
여야는 故 김선일씨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행정개혁과 국정을 혁신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국가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28일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김선일씨 피살 사건이 공직사회 전면 혁신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외교시스템 정비는 물론 지난 50년간의 관료주의적 폐단을 청산, 공직사회가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의장은 "이번 사건은 과거처럼 장관 교체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며 "공직사회의 일대 혁신만이 김선일씨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IMF가 경제개혁의 단초를 제공했고, 4.15 총선'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었다면 이번 김선일씨 피살 사건은 행정개혁의 출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역시 "김선일씨 피살 사건은 국가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 때문이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외교안보라인이 시스템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국정혁신을 주문했다. 박 대표는 "김선일씨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국회 원구성이 되면 각 상임
열린우리당은 28일 참여정부의 국정 우선과제로 꼽고 있는 언론개혁과 관련, `신문법', `언론피해구제법' 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등 3대 입법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당 문광분과위 간사인 김재홍 의원은 이날 분과위 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들 법안을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해 금년내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밝혔다. 여당이 추진중인 신문법 제정안은 기존 정기간행물법을 대체하는 것으로 신문편집권의 독립과 내부 민주화, 시장독과점 개선을 위해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 공동배달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언론피해구제법의 경우 반론보도 청구권 보장 등 언론보도 피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모두 담긴 종합적인 `피해구제법'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김 의원은 "아직 연구결과 축적된 상황은 아니지만 방송위원 인선문제, KBS 예산결산 감독기능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등에 대해 추후 논의를 통해 입법에 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7월 1일 국회에서 언론개혁 워크숍을 열어 이같은 입법과제에 대해 심층 토론을 갖기로 했으며, 이와 관련 7월중 `언론개혁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의 공개토론회 및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8일 공직자 비리조사처에 대한 기소권 부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에서 "공비처에 기소권까지 주면 대통령이 3부를 다 휘두를 우려가 있다"며 "막강한 권한의 기구를 만들 땐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특히 "과거 사직동팀도 단지 친인척 비리에 대한 조사권만 부여받았음에도 결국 친인척 비리를 은폐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면서 "이같은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직시했다. 한편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소폭 개각 방침과 관련, "정부 혁신을 위해 전면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최근 청와대의 순차적인 개각방침은 김선일씨 피살사건관 무관한 대권주자의 경력관리용 개각"이라면서 "일하는 정부로 새 출발하기 위해선 조각수준의 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안양 동안乙)도 "개각사유에 대한 한 마디 설명도 없이 통일부 장관에 아마추어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묻지마식 개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28일 국민연금 보험료와 건강보험 보험료의 납부에 관한 사항을 공개토록 하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과 '인사청문회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천 출신으로 보건학 박사이기도 그는 개정안을 통해 인사청문회법 대산이 되는 공직후보자와 공직선거 등의 후보자 본인은 믈론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국민연금 보험료.건강보험 납부 및 체납에 관한 증명서를 제출, 공개토록 했다. 안 의원은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검증과 국민 알권리 충족을 위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보험료의 납부 및 체납에 대한 검증을 법률로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안 의원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고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인 이들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선 공직자가 되고자 하는 인사들의 보험료 납부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안 의원이 제출한 인사청문회법은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의 소득세와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의 납부실적에 관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린게 특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단 유보한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성 개각의 폭은 감사원의 조사결과가 어느 정도 진행되는 내달 초쯤에나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故 김선일씨 피랍.살해 사건을 놓고 인책론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외교.안보라인 교체에 대해 "정확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일단 유보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르면 국회 총리임명동의안이 처리되는 29일 통일, 보건복지, 문화관광 등 당초 개각단행 예정이었던 3개 부처에 대해선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개각에선 정동영, 김근태 두 차기 대권주자와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의 입각이란 당초 방침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주 3개 부처 개각에 이은 추가개각은 감사원의 조사결과가 발표되는 내달 중순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그동안 노 대통령이 누누히 강조해 온 국면전환을 위한 개각이 없다는 원칙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뒤 추가개각을 단행하더라도 하겠다는 뜻이어서 노 대통령이 이번 김선일씨 사건으로 인한 문책성 개각의 폭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선 지금까지 외교부 자체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반기문 외교통상장관의 교체는
감사원은 28일부터 故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캐기 위해 감사관 10여명을 외교부에 투입, 본격적인 현장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김선일씨의 신원 확인을 요청한 AP측과 외교부 실무진간 통화내용이 외교부 상부로 보고됐는지와 추가 통화자가 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AP측과 전화통화를 했거나, 이같은 사실을 전해들었는지 여부로 진술서를 작성한 직원이 2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경위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또 지난 6월 3일을 전후한 통화내역자료를 외교부를 통해 KT로부터 제출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외교부와 이라크 대사관간 주고받은 전문내용도 주요 조사대상 중 하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특히 29일쯤 이라크 현지조사단 7명을 요르단 암만에 파견, 주 이라크 임홍재 대사 등을 불러 피랍사실 인지시점과 허술한 교민안전관리 실태에 나선다. 이 뿐아니라 관련부처들이 위기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했는지 여부도 조사대상이다. 감사원은 외교부와 이라크 대사관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관련부처의 문제점이 드러나면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가정보원 등 외교안보라인 전반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가나무역 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7일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교민 납치기도 사건이 있었으나 현지 대사관이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날 故 김선일씨의 시신이 안치된 부산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거주하는 한국인 태권도 사범 김모씨가 아랍인 괴한 4명으로부터 납치시도를 받았다"며 정부의 진상파악을 촉구했다. 권 의원은 "이같은 사실은 리야드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당차원에서 조사를 벌인결과 사실로 드러났다"며 "현지 대사관의 대응조치와 은폐의혹에 대해 정부가 조속한 진상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27일 경기도 김포시 중앙승가대학에서 열린 제8회 세계여성불자대회 개회식에 서면 메시지를 보내 축하하고 故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었다. 권 여사는 "故 김선일씨에 대한 살해 만행사건은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다"면서 "고인의 명복과 극락왕생을 빌며, 이처럼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소원한다"고 피력했다. 권 여사는 또 "불교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증오와 적대가 없고,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세상을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오는 30일부터 `김선일 피랍 및 피살사건 국정조사' 활동에 착수키로 함에 따라 각 당은 27일부터 국정조사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각 당은 우선 20명으로 구성되는 특위 위원 인선에 착수하는 한편 구체적인 국정조사 대상기관, 증인 및 참고인 선정 범위, 활동계획 등에 대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번 국정조사가 의결되면 국회는 지난 90년 7월 `5공비리 국정조사'가 의결된 이후 18번째(본회의 의결 기준) 국정조사 활동을 벌이게 된다. ◇열린우리당 = 정부의 무능과 실책에 대한 따가운 국민여론 때문에 여당으로서 향후 국정조사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무척 곤혹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를 비호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사후대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신기남 의장은 27일 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사건을 면밀히 조사 분석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한점 의혹없이 진상을 규명하고 관계당국에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정조사 대상기관이나 증인 선정에 있어서 `성역'을 인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종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