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언론답지 못하다는 평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강한 비판을 하지 못해왔던 점도 이런 비판을 받게 한 요인이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려면, 정치가 국민 상식을 일탈할 때 개처럼 짖어대야한다. 그래서 감시견이다. 다만 감정 섞인 비판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감정의 개입은 언론이 짖는 소리를 의례 그런 집단 정도로 전락시킨다. 새 정부 인사청문회는 언론이 언론다움을 회복할 좋은 기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4월 3일 한덕수 전 총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10일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13일에는 나머지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언론의 집중 검증을 받았다. 지명 다음 날인 11일(월), 언론은 그가 윤 대통령 당선자와 ‘40년 지기’라고 보도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윤 당선자가 경북대 의대 출신의 정 후보자와 어떻게 40년 지기가 됐을까?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정 후보자의 고교 친구와 윤 당선인이 서울대 법대 동기여서 친분을 맺게 됐다는 한 줄 보도 덕이었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은 40년 한결같은 친구”라며 “식사할 때면 먼저 계산하려 했다. 공무원 봉급을 받아 가
언론이 참 태평해 보였다. 프로야구 기사를 읽으면서 와닿은 느낌이다. 특히, 신문이 그렇다. 2022프로야구가 지난 4월 2일 토요일 오후 2시 잠실야구장을 비롯해 전국 5개 야구장에서 성대하게 개막됐다. 최근 일부 선수들의 일탈행동으로 팬들의 외면을 받아온 프로야구였다. 하지만 금년은 팬들의 관심을 끌 흥행 요소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경기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SSG 김광현과 기아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왔다. 류현진의 LA다저스 시절 동료로 야구팬들 사이에 친숙한 야시엘 푸이그가 키움에서 활약한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는 신인도 있다. 김도영이다. 그는 4할이 넘는 타격으로 시범경기 수위 타자를 차지했다. 그에 필적할만한 다른 신인들이 1군엔트리에 많이 포함됐다. 지난 두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치뤄졌거나 소수의 관중만 입장이 허용됐다. 음식물 섭취는 물론 응원도 불가능 했다. 이젠 함성을 지르는 응원을 뺀 모든 제약이 다 사라졌다. 야구장은 일상회복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다.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하다. 시즌 시작 직전엔 야구인 출신 허구연씨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취임 했다. 취임
언론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상이 있다. 퓰리처상이다. 매년 4월이면 15개 분야에 걸쳐 수상작을 발표한다. 금년이 106회 째다. 수상자는 전세계 언론인의 부러움을 산다. 그가 일하는 언론사는 덩달아 권위를 얻는다. 수상 기사는 저널리즘을 지키는 희망의 빛이 된다. 그 상을 있게한 퓰리처가 한 명언이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은 함께 일어서고 함께 무너진다”. 20대 대선보도는 숱한 비판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정파적 보도까지 곳곳에서 경보등이 켜졌다. 선거 이후 보도들도 우려를 자아낸다. 검찰총장 등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표를 종용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받아쓰고, 의도된 보도자료를 베껴쓰는 관행은 한치의 개선도 없다. 마치 새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재촉하는 듯한 추임새 보도를 거침 없이 해대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MBC라디오에 출연, “김오수 검찰총장은 스스로 거취결정하라”라고 했다. 물러나라는 소리였다.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앙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을 권력에 예속시키고 권력의 주구로 만들었다”며 “본인이 한 일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선거는 끝났다. 그런데 선거보도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칼럼은 물론 스트레이트 보도조차 진영 논리로 춤을 췄다. 칼럼은 특정 캠프의 감독 명령으로 둔갑하고, 스트레이트 기사는 다른 언론이 검증하는 사안을 물타기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의 ‘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는 칼럼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학생이나 초년병 기자의 저널리즘 강의에 쓰면 더없이 좋을 사례가 됐다. 강의제목은 ‘버릴 관행’ 정도면 적절해 보인다. 보쌈이란 용어는 품격 있는 언론인이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이다. 그가 쓴 보쌈은 ‘삶은 돼지고기 편육을 절인 김치에 싸서 먹는다’는 뜻으로 쓰인 게 아니다. 투표용지 인쇄 마감일인 2월 28일을 혼인이 가능한 마지막 날로 보고, ‘혼기를 놓친 윤석열은 과부인 안철수를 납치해서 강간하고 같이 살라’는 교시였다. 후보나 선거 캠프의 일방적인 발언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관행도 여전해, 네거티브 선거전의 불쏘시개가 됐다. 클릭수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된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선거 진영에서는 더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 냈다. 언론은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 써 확성기 노릇을 자처했다. 유시민 작가는 3월 3일 MBC ‘100
TV토론을 보고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가 있을까? 거의 없다. 5% 내외다. 지난 3일, 20대 대선 후보 1차 TV토론이 끝난 후 조사를 봐도 그렇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 리퍼블릭에 의뢰해 7일 보도한 결과는 ‘TV토론을 보고 바꿀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는 7.3%다. 행동으로 옮길 유권자는 이보다 더 낮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보도한 내용도 비슷하다. 1차 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꾼 사람은 6.3%였다. 11일(금)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까지 두 차례 토론이 끝났다. 앞으로 후보가 싫어도 나서야하는 법정토론회 세 차례가 더 있다. 후보간 합의로 더 할 수 있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토론에 따른 이해득실이 있어 합의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TV토론을 거치면서 든 생각은 ‘국민 모두가 대선 해설위원’이다. 철벽 논리로 무장돼 있다. 군필 남자들의 군대 무용담 같다. 첫 TV토론은 시청률이 39%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후보가 출마했던 1997년 15대 대선토론 시청률 55.7% 이후 최고 기록이다. 종편,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청률은 놀랍다. 요즈음
지하철이 없는 중소도시에 사는 한 구순 할머니는 자식에게 신세 지기 싫다며 텃밭에서 수확해 창고에 보관해둔 농산물을 손수레에 끌고 저잣거리에 내다 판다. 하루 3만 원 남짓 번다. 교통비는 왕복 버스요금 2900원(편도 1450원)이 든다. 짚 옆에 지하철이 있는 수도권의 팔순 할아버지 한 분은 아침 식사가 끝나면 집을 나선다. 거미줄처럼 펼쳐진 지하철을 이용해 춘천, 인천, 동두천, 여주, 아산까지 주요 지역을 찾아 다닌다. 물론 교통비 무료다. 1만 원 들고나가면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고 귀띔했다. 복지 차별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지하철이 적자에 시달려도 무임승차 연령 조정 등 해결책을 말하는 후보는 없다. 오로지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개발 청사진만 난무한다. 충청의 후예고, 경상도의 자식이며, 호남이 사위를 들먹이지만 지역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은 없어 보인다. 정의의 화신처럼 처신하지만 지지율이 4위에도 못들자 후보사퇴라도 할 것처럼 칩거에 들어갔던 후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공정과 균형은 다 구두선이다. 유권자가 가식을 폭로하고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는 언론에 환호하는 이유다. ‘“GTX 속지마세요”···B·C노선 삽도 못 떴는데 E·F까지 남발’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게 좋아진 점이 있다. 색깔론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캠페인도 확연히 퇴색되고 있다. 이 자리를 ‘젠더 이슈’나 ‘세대 갈등 문제’가 끼어들 기미는 있다. 선거 때만큼은 국민이 왕임을 실감한다. 응축됐던 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선거 진영은 이를 수렴해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을 내놓는다. 국가적 난제도 여론의 힘으로 해결되는 계기가 된다. 대통령 선거 후 6개월은 언론도 승리한 후보의 정책에 비판의 칼날을 유보한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다. 특정 집단은 표의 응집력을 발휘할 때 그 힘은 배가 된다. 투표율까지 높으면 그 힘은 태풍이 된다. 이번 대선에서 2030 유권자가 그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해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이 세대의 위력적인 표심 때문이다. 이념이나 지역정서에 매몰되지 않은 이들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세대만을 대상으로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세대 갈등’이 아닌 ‘세대 여론’이 옳다. 안도하던 선거판에 난데없는 ‘멸공’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것도 정치적 언사를 극도로 조심하는 국내 기업풍토에서 정용
삼프로(3PRO) TV를 꼬박 세 시간 동안 시청했다.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라는 대선특집이었다. ‘어떤 유튜브 TV길래 여야의 대선 주자 이재명, 윤석열을 불러냈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 들어갔다가 세 시간을 감금당했다. 감금을 자청한 꼴이었다. 정확하게 듣기 위해 재생 속도도 높이지 않고 1.0을 유지했다. 전통 매체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했던 꼰대 수용자였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고백하면 삼프로를 3%로 알았다. 두 후보는 각각 90분 동안 주식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집권 후의 경제 정책 비전을 설명했다. 전통 매체들은 설명한 내용 가운데 특정 단어나 일부 내용을 중심으로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의 발언 내용을 심도 있게 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작전주에 투자해 큰돈 벌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윤석열 후보 기사는 “토론 무용론을 펼쳤다”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기자가 두 후보의 90분에 걸친 설명 내용을 다 듣고 기사화했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이 후보는 방송 서두에 주식투자를 해봤느냐는 질문에 “1992년 처음 주식 투자를 하면서 증권회사에 다니는 대학 친구의 권유로 주식을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작전
월요일 아침 7시부터 8시. 출근 시간대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많고 주목도도 높은 시간대다. 지난 3일(월), 이 시간대에 포털 ‘다음’의 뉴스 랭킹 1위는 중앙일보의 ‘“존경하는 박근혜” 우호 발언 이재명…TK지지율 9→28% 급등’이었다. 7시 전까지 1위를 기록하던 한국일보의 생활밀착형 기획기사인 ‘“차 빼지도 넣지도 못하고…” 주차가 괴로운 한국인’을 2위로 밀어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로 그날 뉴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라져야 할 그릇된 관행, 두 가지가 있었다. 먼저, 제목은 이재명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결과, 지지율이 급등한 것처럼 착각케 한다. 그러나 이 신문이 제목으로 뽑은 TK지역에서의 30%에 근접하는 지지율 급등 데이터는 한국갤럽이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조사한 결과였다. 이 후보가 ‘존경하는 박근혜’ 발언을 한 날은 3일, 전주에서 청년들과 소맥회동 때였다. 시기적으로 상관관계가 없었다. 낚시성 제목이었다. 다음은 단장취의(斷章取義) 저널리즘 문제다. 전후 맥락이 무시돼 ‘이재명이 박근혜를 존경하고 있다’는 것처럼 독자들을 오인케 한다. 당시 영상을 확인하면, 이 행사에서 한 청
지난 22일 이재명 39.5%, 윤석열 40%라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윤석열 후보 캠프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를 받아 쓰는 언론도 있다”며 “혹세무민의 여론조사를 규제할 방법은 없는가”라고 했다. 많은 언론이 이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같은 날 개그맨 강성범 씨의 유튜브 채널도 뉴스원으로 등장했다. “정권을 재창출해서 다음 정부가 이 정부를 계승한다면 부동산 폭등에 대한 ‘원죄의식’이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부동산을 잡으려고 머리카락을 세울 것이다. 근데 정권이 넘어가면 ‘우리가 한 거 아닌데’라며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낮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3일 김종인 씨의 윤석열 선대위 합류 문제가 난항을 보이자 이를 두고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이라고 화력지원을 해주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요지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스스로 정파적 발언을 했음을 자인했다.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은 속보성으로 기사화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