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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정파를 초월해 저널리즘 신뢰 복원에 나서라


선거는 끝났다. 그런데 선거보도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칼럼은 물론 스트레이트 보도조차 진영 논리로 춤을 췄다. 칼럼은 특정 캠프의 감독 명령으로 둔갑하고, 스트레이트 기사는 다른 언론이 검증하는 사안을 물타기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의 ‘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는 칼럼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학생이나 초년병 기자의 저널리즘 강의에 쓰면 더없이 좋을 사례가 됐다. 강의제목은 ‘버릴 관행’ 정도면 적절해 보인다. 보쌈이란 용어는 품격 있는 언론인이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이다. 그가 쓴 보쌈은 ‘삶은 돼지고기 편육을 절인 김치에 싸서 먹는다’는 뜻으로 쓰인 게 아니다. 투표용지 인쇄 마감일인 2월 28일을 혼인이 가능한 마지막 날로 보고, ‘혼기를 놓친 윤석열은 과부인 안철수를 납치해서 강간하고 같이 살라’는 교시였다. 


후보나 선거 캠프의 일방적인 발언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관행도 여전해, 네거티브 선거전의 불쏘시개가 됐다. 클릭수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된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선거 진영에서는 더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 냈다. 언론은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 써 확성기 노릇을 자처했다.   


유시민 작가는 3월 3일 MBC ‘100분 토론’에서 “사적 소유 언론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익 집단이다. 사회적 공기가 아니다”라고 통박했다. 또 “올드 미디어에 매달려 공정선거보도를 촉구하며 애걸복걸 호소하는 헛짓거리는 그만하자”라는 말도 했다. 사회자 정준희 교수가 “선거 때 유권자와 정치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미디어인데, 지금의 언론구조가 민주적 기능을 제대로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유 작가의 주장은 일부만 옳다. 공영언론이 아닌 언론사가 사기업이고 영리를 추구한다는 말은 맞다. 그렇다고 공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면 논리적 비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최순실 국정개입 특종보도는 뉴스버스 이진동 사장이 조선일보 재직 중에 한 걸작이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는 사적 소유임에도 전 세계가 우러러보는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해 닉슨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국방부 기밀문서 사건을 폭로해 미국의  베트남전 허상을 세상에 알렸다. 영국의 가디언, 프랑스의 르몽드가 공영 언론이어서 세계적 권위지로 자리매김된 것이 아니다. 대주주가 있어도 편집권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구축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사기업 언론들이 공적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는 구조에 대한 유 작가의 비판은 우리 언론계가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지만, 한국언론의 신뢰 추락 속도를 보면 초가삼간 허물고 재개발에 나서야 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정파를 초월해 저널리즘 신뢰를 높이는 일에 나서야 할 이유다. 출발은 대선보도를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작업에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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