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두 나라가 성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 지난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 모두 발언이다. 이에 대하여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이 갈등으로 바뀌지 않도록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중국이 ‘공존’을 말하니, 미국은 ‘경쟁’으로 응수하였다. 바이든의 대중국 전략의 핵심 개념은 ‘전략적 경쟁’이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신냉전’의 우려를 불식하고 대신 치열하게 ‘경쟁’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경쟁이 양국 관계에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종국에는 대결과 갈등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공존과 상생 협력’을 주장한다. ‘경쟁’에 대한 이들의 해석은 왜 이처럼 극명하게 다른가?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
쿠르드족은 뉴스 속의 나라였다. ‘어린 소년들의 늙은 노래’를 듣기 전까지. 그 노래는, 개봉한지 10여년 지나 보게 된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2004년 개봉/바흐만 고바디감독)’이라는 영화에 나온다. 언론 속에서 접한 쿠르드족의 이미지는 어떠했던가. 메마른 산악지역의 전사, 독립을 위해 늘 분쟁 속에 사는 투사… 그런 모습들이었다. 그 이미지 속에 아이들은 없었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은 고아가 된 다섯 남매의 이야기다. 가난만 남은 집안에서 가장이 된 열두 살 맏이 아윱에게 학교는 사치고, 설상가상 죽을 병 걸린 동생을 위한 수술비 마련이 발등의 불이다. 어린 누나가 수술비를 보태려고 이라크 노인에게 신부로 팔려갔지만 돈을 받지 못한다. 아윱은 유일한 재산인 노새를 팔기 위해 밀수꾼들과 함께 이라크 국경을 넘는다. 제목의 ‘취한 말’을..
경기도가 빈틈없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사회 각 기관단체와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도내 버스와 택시 2만7천여 대에 ‘긴급복지 핫라인’ 홍보물을 부착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긴급복지 핫라인’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나 이웃이 누구든지 연락하면 복지제도 안내와 도움을 받도록 지원하는 민선 8기 경기도의 대표적인 복지정책이다. 경기도의 복지정책이 위기가구 발굴 차원을 넘어 ‘자발적 배제’·‘고립’ 가구를 모두 설득하고 구출하는 임무까지 완수해내길 기대한다. 경기도는 도내 버스와 택시 2만7000여 대에 ‘긴급복지 핫라인’ 홍보물을 부착하고 연말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나섰다. 도는 지난해 8월 ‘수원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긴급복지 핫라인’과 함께 ‘긴급복지 콜센터’, ‘경기복G톡(카카오톡 채팅)’,..
종교의 차이라니, 이 얼마나 기묘한 표현인가! 물론 종교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시대에서 시대로 전해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신앙은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젠다베스타(페르시아의 고대 경전), 베다(바라문의 경전), 코란과 같은 여러 가지 종교 서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진실한 ‘종교’는 오직 하나뿐이다. 여러 가지 신앙도 다만 진정한 종교에 대한 보조 수단 외에 아무것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그 보조 수단은 우연히 출현한 것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뿐이다. (칸트) 너는 그르고 나는 옳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 중에서 가장 잔인한 말이다. 특히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일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데 종교에 대해 논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잔인한 말을 서로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네가 만약 이슬람교도라면 그리스도교도에게 가서 함께 살아라. 만일 그리스도교도라면 유대인과 함께 살아라. 만일 가톨릭교도라면 정교도와 함께 살아라. 네 종교가 어떠한 것이든 신앙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사귀어라. 만일 그들의 말에 네가 화내지 않고 자유로이 그들과 사귈 수 있다면 너는 이미 평화를 얻은 것이다. 하피스도 말했다. “모든 종교의 대상은 단 하나이다. 모든 사람들은 사랑을 구하고 있다. 전 세계가 사랑의 주거이다. 무엇 때문에 이슬람 사원을 말하고 그리스도교 교회를 말할 필요가 있으랴?” (수피의 잠언) 참으로 믿는 자는 어떤 교의 또는 어떤 경전을 맹신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순수한 양심과 명쾌한 사상 속에, 즉 신의 의지를 가장 바르게 표현하는 것에 두는 자이다. (게르베르트 비젤로프) 의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에게 제시된 신앙의 조항을 이성적으로 대담하게 검토하라. 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동해안에 위치한 함흥-흥남은 오래전부터 이름난 명태어장이다. 함흥에서 동쪽으로 흥남 항구가 있다. 항구가 생겨나기 전 서호진 앞바다에서 명태가 많이 잡혔다. 명태가 많이 잡혔으므로 가공시설도 발달했다. 특히 흥남이 화학공업도시로 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명태수요도 많았다. 멘타이코로 불리는 명란젓은 일본인들이 함경도 특산인 명란을 가져다 만든 것이다. 명태는 김장철인 지금 적기이다. 11월부터 1월까지 많이 잡히는데 특히 12월과 1월에 많이 잡힌다. 명태를 넣으려고 일부러 김장을 늦추기도 한다. 1980년 중반부터 명태가 사라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금태가 되었다. 명태가 한창 잡히는 성어기에는 항구에 명태가 산처럼 쌓여 그것을 가공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지금은 명태 치어를 방류해서 명태생태계를 복원하려고 하고 있다. 명태의 고장인 함흥-흥남 지역은 명태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다. 명란은 소금에 한번 절인다음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고 삭혀서 먹는다. 짠 맛의 명란젓이 아니라 새콤한 맛의 명란젓을 만든다. 창란젓은 명태 내장을 손질해서 고춧가루 마늘에 버무려 만든다. 명태식해는 명태를 좁쌀과 버무려 발효시켜 먹는다. 혹은 좁쌀을 넣지 않고 명태를 버무려 따뜻한 곳에 하루 이틀 발효시켜 먹기도 한다. 명태깍두기는 무에 명태를 넣어 만든 것이다. 김치에 명태를 넣으면 명태김치가 된다. 미역국에 소고기보다는 명태와 두부를 넣는다. 명태 내장으로 매콤한 탕을 만든다. 명태는 비늘이 적고 담백하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다. 김치에 명태를 넣으려면 몇칠 전에 명태를 손질해 삭혀야 한다. 절여진 배추에 삭힌 명태를 버무려 넣고 육수를 붓는다. 육수를 넣은 이유는 잘 발효되라고 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김칫물을 먹이 위해서이다. 발갛게 발효된 김칫물로 국수 육수를 만든다. 큼직한 무도 썰어 김장 사이에 넣는다. 명태김치는 금방 소비하기보다 40일~60일간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 김장포기가 물에 잠겨있기 때문에 발효가 잘되어 쩡한 맛이 난다. 함흥-흥남은 유명한 명태 어장으로 가공시설도 발달했다. 명태를 손질하는 기계로부터 냉동하고 저장하고 가공한다. 한 때는 제일 좋은 명란을 일본에 수출했다. 패망은 했어도 명란 맛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외화가 필요한 국가가 있다. 명태는 잡히는대로 전국 각지로 실어 나른다. 명태는 중국에 까지 수출되었다. 산간오지 어디에도 명태가 들어갔기에 명태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금 북쪽에서 한창 김장을 담는 시기이다. 지금은 어획량이 형편없어 명태를 모르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산에 비해 크기도 작고 맛도 좋은 함경도지역 동해안 명태가 그립다. 치어를 방류한다고 하지만 산처럼 밀려오던 그 시절처럼 명태의 자연생태계를 복원할지는 미지수이다. 명태 고장인 함흥-흥남의 황금어장이 복원되기를 바란다.
경기도 내 공공기관 부정 채용 사례가 올해 또 적발됐다. 산하 28개 공공기관 중 23개 기관에서 저질러졌다. 채용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은 뿌리가 제대로 뽑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채용의 공정’은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하여 기강을 다잡는 한편 비리가 발붙일 수 없는 ‘무결점’ 채용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 완비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8개 반 43명으로 감사반을 구성해 지난 7월 5일부터 8월 31일까지 공공기관에서 시행한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 업무 전반에 대한 채용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대상은 도 산하 공공기관 28개 기관 가운데 종합감사로 대체한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시·군에서 감사를 추진한 경기테크노파크(안산시)·킨텍스(고양시), 지난해 12월 설립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등을 제외한 24개 기관이다. 감사 결과 적발된 27건은 신규 채용과 관련된 사안이다. 유형별로 보면 공고위반 2건, 부당한 평가 기준 2건, 위원구성 부적정 3건, 규정 미비·위반 7건, 인사위원회 심의 누락 3건, 가산점 적용 부적정 5건, 기타 5건 등이다. 경기도의료원의 A병원은 응시 자격 미달로 부적격 처리해야 할 응시자를 적격 처리해 면접 뒤 임용했고, B병원과 C병원에서는 면접점수가 70점 미만이면 과락으로 불합격 처리하고 가산점을 부여할 수 없는 데도 가산점을 부여해 부당 채용했다.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는 경력직 직원 채용 시 대표이사가 수립한 채용 계획과 달리 2개 분야에서 각 1명씩 추가로 합격자를 결정했고, 경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응시자 3명을 최종 임용했다. 도는 지도 감독 부서와 해당 기관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경기도는 이번 감사를 통해 18개 공공기관에 행정상 27건(주의 14건, 시정 6건, 개선 4건, 권고·통보 2건, 기관경고 1건)과 신분상 17명(경징계 3명, 훈계 12명, 주의 2명)을 문책 요구했다. 2017년부터 매년 공공기관 채용 절차의 적정성과 비위 여부를 점검하는 공공기관 채용실태 특정감사를 진행 중인 경기도의 채용 비리 적발 건수는 첫해 75건에서 올해 27건으로 감소했고, 중징계나 고발·수사 의뢰가 필요한 적발 건수도 점차 줄어 최근 2년간 발생하지 않았었다. 우리 사회의 채용 비리 풍토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고질적 병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5∼10월 ‘채용·안전 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1197건을 적발하고 관련자 2489명을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분야별로는 민간이 914명(구속 2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공공은 64명(구속 5명)이었다. 취업 절벽의 시대를 맞아 공공기관은 젊은 취업희망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경기도 공공기관의 2023년도 2차 통합채용에는 총 5484명의 지원자가 몰려 평균 43대1의 경쟁률을 형성했다. 경기테크노파크의 경우 무려 1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공기관 채용이 공정성을 잃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구축하는 일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엄정한 ‘무결점’ 채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비리·부정의 여지를 터럭만큼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 가 살자 “그 이불솜 베개 다 버리고, 우리 이제 서울 가서 살자...미련 없이 버리고, 서울 가 살자”고 한다. 대중의 마음을 파고 드니 대중가요이고, 순식간에 대중이 즐겨 들으니 유행가라 할만하다. 노래나 정책 이슈나 사회적 흐름과 시대를 반영해야 성공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었지만 이번에 갑자기 튀어 나온 ‘김포 서울 편입론’은 얼마 전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은 노래 가사처럼 들린다. 이번 김포 서울 편입론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여당에서 나왔다. 이 이슈의 소통 풍경은 어떠한가. 급부상한 메가시티론과 사라지는 지역분권론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이 이겼다면 이런 주장이 나왔을까. 언론 보도를 보면 여당은 일개 구청장 선거 결과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으면서 선거 패배 국면의 전환용으로 새로운 이슈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하는 듯하다. 또 새로 출범한 여당 내 혁신위원회가 특정 지역 다선 출신 의원들의 내년 총선 출마 자제 내지 험지 출마라는 일종의 혁신안에 대한 서울 포함이라는 아이디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다시 말하자면 행정구역 개편과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국가발전 목표를 깊이 검토한 주장이라기보다 수도권 민심에 소구(appeal)하는 일종의 전술이라는 의미이다. 김포가 서울시에 편입된다면 또는 서울시가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한다면 그 결과는 같지만 주도를 어느 쪽이 하는지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여당이 보궐 선거 결과 국면에서 또 내년 총선 전략에서 이 이슈를 제기한 것이라면 짧은 시간에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은 사안이다. ‘서울 가 살자’와 ‘강변 살자’의 균형 서울에 김포가 편입되면 이른바 메가시티가 형성된다. 대형 광역 경제 생활권이 만들어져 글로벌 경제 시대에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규모가 커지고 면적이 넓어진다고 경쟁력이 강화될지는 의문이다. 서울과 김포가 하나의 행정상으로 통합된 지도상의 기이한 형태를 보더라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보다 해결이 매우 어려운 여러 난제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포 서울편입론에 대해 서울 시민과 김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고 심화할 수 있다. 지금도 심각한 지경에 있는 교통망이 더욱 해결 난망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 듯한 대치 상황도 우려되는 포인트이다. 김포시가 서울시에 포함되면 북한과 중국과의 수도 서울의 접경지대가 더욱 가까워지는 셈이고 군사도발이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에서는 더욱 심각한 여론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 이번 김포 서울편입론의 긍정적 효과는 서울-김포만의 문제가 아닌 국토균형발전과 지역분권이라는 이슈를 장기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남북 분도(分道) 논의도 이러한 범주에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이제 시대 역행적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김소월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고 하지 않는가. 신동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얼마 전 우리재단의 장학사업팀 직원이 장학금 기부에 대한 보고서를 가지고 왔다. 화성시 향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기부금 전달을 문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재단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기부금 접수를 할 수는 있지만 장학금이나 기부금 모금을 위한 홍보를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학금을 기부 받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다. 별 생각 없이 결재를 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니 사정은 이랬다. 이 학교에서는 매년 2학년 학생들 모두가 ‘우리가 마을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동안은 주로 학교 주변의 마을에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졌다. 2학년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일이 나눔장터를 여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서로 사고 팔아 모은 돈이 30만원이었다. 선생님들은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 끝에 우리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화성시인재육성재단에서 형편이 어렵거나 운동, 예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지원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한 후 아름다운 돈 30만 원이 그렇게 우리재단으로 오게 되었다. 나는 이 일을 가볍게 넘길 생각이 없었다. 고사리 손으로 형편이 어려운 누군가를 돕기 위해 모금을 한 일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피드백을 해 주고 싶었다. 본부장을 통해 구체적 사실을 파악한 후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다. 아울러 12월에 발행되는 재단의 소식지에도 아이들과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을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실어주기로 했다. 행정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이미 지역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선생님을 통해 알고 있으리라고 짐작하고 있다. 나는 비록 어린 학생들이지만 그들이 한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재단의 소식지가 학교로 전달되었을 때 학생들의 표정이, 마음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나눔에 대한 생각은 이랬다. “우리가 준 돈으로 먹을 것을 사 먹고, 옷도 사서 행복하게 사세요”. “무엇을 나누어 주는 게 기부예요”. “우체국에 우편물로 물건을 보내어 힘든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어려운 친구에게 장학금을 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물건을 나누는 게 기뻐요. 기부도 하니 뿌듯해요”.
수원특례시와 캄보디아 시엠립주는 19년간 자매도시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수원특례시는 2004년 시엠립주와 국제자매도시결연을 체결한 후 빈민 지역인 프놈끄라옴 마을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원사업은 단계별로 전개됐다. 화장실·공동우물·마을회관·도로·다리 등 주민 자립기반을 조성했다. 이와 함께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중·고등학교도 설립했다. 현재 프놈끄라옴 수원마을은 시엠립주에서 가장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 수원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하고 자립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4단계 지원사업도 추진됐다. ‘양봉 시범 가구’ ‘버섯재배·새우양식 시범 가구’ 사업이 그것이다. 수원시의 지원은 의료부문으로까지 확대됐다. 2007년부터 ‘캄보디아 수원마을 의료봉사단’이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연인’은 배우들의 열연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역사를 실감 나게 재현해 내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재미있게 보던 중 인상적인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전쟁이 일어나고 여인들만이 피난하던 중 은애는 만주 군에게 겁탈을 당할 뻔하는데 이 찰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길채는 가지고 있던 은장도로 만주군을 찔러 죽인다. “여인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하면 죽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잠시 적과 얼굴을 마주했다 해도 살 수가 있겠느냐”라고 받은 교육을 떠올리며 죽는 게 낫다고 절망하는 은애에게 길채는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라고 결연하게 말한다. 전쟁이 끝나고 정혼자인 연준이 은애에게 청혼하니 “나는 연준도련님의 각시가 될 자격이 없어,더럽혀진 몸이잖아”라며 한번 더 주저하는 은애를 설득하며 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하며 그 당시의 유교사회의 시선과 달리 혼인을 응원한다. 그 후 길채는 은애보다 더 심한 일을 당했지만 죽으려고 하지 않고 생명을 택하고 오히려 오랑캐에게 욕을 당했다고 치욕으로 우물에 빠져 죽으려는 여인도 구해낸다. 수치심은 거부되고, 조롱당하고, 노출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통스러운 정서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여기에는 당혹스러움, 굴욕감, 치욕, 불명예 등이 포함된다. 수치심의 발생에는 초기에 누군가에게 보이고, 노출되고, 경멸받는 경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치심은 자기 자신이나 내 행동의 특징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할 수 있는 행동을 숨기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이 알려지면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하지 않도록 비굴한 행동을 하도록 한다. 수치심은 학습에 기반 한다. 그 개인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만들어 사회에의 적응을 돕는 사회적 기능이 있기도 하지만 수치심 연구가인 브레네 브라운은 수치심은 전적으로 해롭다고도 말한다. 왜냐하면 수치심은 존재에 관한 감정이고 해로운 이유는 위의 은애와 같은 거짓수치심 때문이다. 사회적 관념. 주입된 어떤 신념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수치스럽게 여길 수 있다.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사회적 기준을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강요하고 그것에 도달할 수 없으면 스스로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우 해롭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수치스럽다고 말하면 더 움츠려 들게 되고 숨게 되어, 삶을 개선할 수 없다. 거짓수치심을 넘어서는 방법은 피하지 말고 응시하며 이 감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타인에게 용기를 내어 드러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다른 이에게 욕을 당해도 씩씩하게 살아내었던 길채지만 어떤 길채라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현에게는 주저하며 “하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길채는”하고 묻는다. 장현은 “안아줘야지 괴로웠을테니”하며 이제는 다 괜찮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존재했던 수많은 길채에 대한 위로로 들렸던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