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직장의 인터넷 공지게시판에 정부에서 보낸 공문이 하나 떴다. 제목이 눈길을 확 끌었다. “빈대 정부합동본부 구성, 운영안”. 눈을 씻고 다시 봤다. 정말로 빈대 정부합동본부였다. 세부 내용은 이렇다. 11월 3일부터 별도 상황 해제 시까지 복지·질병·행안·교육·법무·국방·문체·고용·국토부 등 전 관계부처가 모여 평일 하루 한번 씩 회의를 열겠다는 거다. 그리고는 낮과 밤에 걸친 '빈대 발견방법'을 별도로 상세히 첨부해 놓았다. DDT 사용 이후로 사라졌던 빈대가 다시 나타났다.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해충이 사람들의 두려움 대상이 되고 있다. 그로 인한 건강악화와 불편 해소가 중요하니, 이렇듯 세심히 신경을 쓰는 걸 어찌 나쁘다 하겠는가. 하지만 공문 내용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천둥처럼 떠오르는 생각은 이런 거였다. 159..
인공지능(AI)인 '챗GPT'가 학생들 사이에서 대필 및 표절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이다. 챗GPT는 OpenAI가 개발한 언어 모델로, 사용자의 질문이나 요청에 따라 매우 자연스럽게 텍스트를 생성하는 능력이 있다. 이는 학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업의 정직성에 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책 대필을 단순히 '표절'이나 '비윤리적 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대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세계 3대 종교의 경전인 성경, 코란, 불교경전들은 여러 사람들이 수세기에 걸쳐 집필한 것이다. 이들은 대필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종교 창시자들의 가르침을 충실히 기록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경기도가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겠다는 ‘경기RE100’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화성시와 ‘경기 RE100 산업단지(H-테크노밸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화성시 산업단지의 지붕과 유휴부지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는 첫 번째 ‘경기 RE100’ 산업단지이기도 하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석유화석연료 대신 풍력·태양광·바이오·풍력·수력·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날 경기도청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김근영 화성도시공사 사장, 신동진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부문장(대표)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협약식에서 김지사..
최근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사태 등이 겹쳐서 주식 시장이 많이 침체되고 투자자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손해를 보고 있으니 나만 힘들지는 않다는 생각이나 팔지 않으면 실현된 것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정신승리(?)하고는 있지만 속은 이미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절세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것이 주식 증여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 또는 증여세 과세 기준이 되는 해당 재산 평가의 대원칙은 시가주의이다. 상장 주식에 대해서도 이 원칙이 적용되는데 특이한 점은 평가일 현재의 종가 기준이 아니라 평가 기준이 이전, 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주식 거래소 최종 시세의 평균액으로 평가를 한다는 점이다. 평가에 있어서 자의성을 배제하고 객관..
마돈나 주연의 1997년 영화 ‘에비타’는 뮤지컬 영화였다. 마돈나의 빼어난 가창력으로 ‘돈 크라이 포 미 알젠티나’라는 영화 삽입곡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그 노래 덕에, 아니 노래 탓에 에비타, 곧 에바 페론이라는 여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의 동정심을 지니고 있는 듯 싶다. 본명이 에바 마리아 두테르테였던 에바 페론은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고 나이트 클럽의 댄서 등 힘든 삶을 살아 오다 노동부 장관이었던 후안 페론을 만나 대통령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라 온 여인이었다. 그녀의 삶은 꽤나 격정적이었는데 그건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33살이라는 아주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 에바 페론은 남편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만큼 자신만의 정치력을 과시했으며 그만한 인맥도 지니고 있..
어제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국회의원 30명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현재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법률안은 5개가 입법 대기 상태에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의당 등 소수정당 들이 제출한 방안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확정된 직후 거대양당이 한 석이라도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전력에 비추어 볼 때, 위성정당 방지법이 마련되더라도 거대양당은 결국 그것마저 형해화시키는 꼼수를 만들어 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반드시..
보어(Niels Bohr)는 주역(周易)의 음양사상에서 상보성 원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주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는바 원자는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로 되어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핵력)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 원자의 세계가, 세상은 음과 양의 상보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역의 원리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서양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반면에 동양은 자연을 본받을 대상으로 인식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함으로써 자연을 정복해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런 사고방식이 서양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한동안은 자본주의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연을 본받는 게 된다(人法自然). 노장사상의 핵심인 동시에 공자의 세계관이요 유교의 전통이기도 하다. 자연의 질서는 중(中)을 지향한다. 서양의 종교는 신을 섬기지만, 동양의 종교는 상상의 신을 섬기지 않고 자연에서 지혜를 터득해 실천한다. 유교는 중용을 강조하고, 불교는 중도를 강조한다. 여기서 중은 대립하는 양자 사이에서 어느 편도 아닌 기계적 중립(medium)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진리를 의미한다. 정치인들이 흔히 말하는 중도보수니 중도개혁이니 하는 말은 표를 의식하는 레토릭이지 철학과는 무관하다. 공자의 중용(中庸)은 자연을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 덕(德)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불교에서 중은 원래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불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쓰인다. 한편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해탈한 경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원효의 화쟁(和爭) 사상이 가리키고 있는 것도 중이다. 무엇보다도 중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성의 사유에 의지했지만, 지금은 과학이 그 역할을 한다. 보어가 심취한 주역의 음양사상도 음과 양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하는 가운데 다양하게 전개되는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조화를 이루어 만물의 근원이 된다. 음과 양이 서로 배척한다고 해서 음이나 양 만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공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주의 섭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중성자의 역할이 원자 상태의 안정을 담보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는 원자핵을 무리하게 떼어놓을 때, 원자는 핵분열에 의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공할 폭발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만행은 원자핵 분열과 같은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 평화적 공존 대신에 이분법의 사고로 홀로 군림하려고 하는 제국의 욕망을 제어해야 한다.
‘살아갈수록 외롭습니다. 인간이기에/ 진실할수록 힘이 듭니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러나 가야 할 운명의 길이라면/ 편안한 모습으로 살아갑시다.…’ 이 시는 내가 만들어 애용하는 우편엽서에 새긴 문장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하루살이에겐 비가 고통이요 평생의 불행일 수 있다. 그런데 그 고통을 감사한 마음으로 견디며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깨달음을 준다고 한다. 의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내 삶이 그렇다고 생각될 때는 씁쓸하기만 하다. 자기 운명을 깨닫고 노력하는 사람이 하늘에서 타고난 복 있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논리 앞에서는 ‘그래 그렇겠지’ 하고 승복하면서도 뒷머리가 썰렁해진다. 살아온 날을 생각하다 기억에 의..
경기도·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수원시·용인시 등 4개 기관의 ‘광교신도시 개발 이익금’ 분쟁이 무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광교 개발이익금 정산금 산출 방식과 법인세 부과 주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내년 12월 마무리 예정인 광교 개발사업의 사업 정산 총금액은 약 1조 3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H와 수원시는 지난 2018년 광교 개발 이익금을 별도로 산출했다. 그런데 산출액이 6500억 원가량 차이가 났다. 이러니 이익금 분배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었다. 광교신도시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하동·원천동, 용인시 상현동·영덕동 일원 약 11.3㎢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택 3만1429호 등이 들어섰다. 경기도, GH, 수원시, 용인시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했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사업지구 인프라 확장 등에 투자하..
뉴스를 읽고 보기가 두렵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정책이 뒤죽박죽이다. 메가톤급 뉴스가 숨가쁘게 터져 나온다. 복잡한 사안을 정리해줄 언론이 절실하다. 그러나 언론 생리를 잘 아는 스핀 닥터(미디어 홍보전문가)들이 꾸민 이벤트를 단순 전달하기에 바쁘다. 지난 5일(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空賣渡)를 다음날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허용한다. 일반화된 금융제도라는 말이다. 갚을 시점에서 주식이 내리면 투자자가 돈을 벌고, 반대면 손실을 본다. 손실도 볼 수 있음을 거론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하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대부분 언론은 주식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금융위원장의 발언 등 공매도 금지 논리만 부각하고,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진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공매도 전면금지를 무게 있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치 논리가 개입됐음을 자인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첫날 코스피는 134 포인트(5.66%)가 폭등, 상승폭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는 주가가 급등한 월요일 이슈를 전하는 화요일자 지면에서 ‘총선 어젠다 전쟁 불붙었다’는 1면 머릿기사를 실었다. 4·5면 두 면을 할애, 정책 대결로의 변화라며 반겼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주식시장은 꺾였다. 공매도 금지 직전인 3일과 비교하면, 1주일새 1.7%(4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조선은 토요일 지면에서 ‘첫날 급등했다 주르륵···공매도 금지, 반짝 효과’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도 ‘잠시 환호했지만, 더 깊은 미궁 속으로’라는 기사 한 문장으로 잘못된 정책임을 지적했고, 사설에서 ‘정부·여당이 앞장서는 포퓰리즘 정책들’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평소 이 신문의 입장과는 크게 달랐다. 우리나라는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행해졌던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 방식이었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해야 빌릴 수 있는 대차거래다. 개인투자자는 일정한 증거금을 내야 주식을 빌릴 수 있는 대주거래 방식이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COVID-19) 사태 등 세 번 있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위기를 악화시킬 우려 때문이었다.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한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조치였다. 갑작스런 이번 공매도 금지가 국민에게 말못할 경제 위기 상황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