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만들어진 것은 1928년이다. 그리고 인류는 이를 계기로 그 동안 지긋지긋하게 벌여온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본격 상용화된 2차 대전 이후에는 희망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폐렴 매독 천연두 등 난치병에 대해 획기적 효과를 보였고 심지어 세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죽던 환자까지 거짓말처럼 완치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이었음을 감지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면서 진화한 세균이 등장하기 시작해서다. 금속을 녹일 정도의 진한 황산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세균도 있고, 수심 11㎞나 되는 태평양 속에 살고 있는 세균도 있으며, 심지어 달 표면에 2년 동안 놓아두었던 카메라의 밀폐된 렌즈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박테리아의 끈질긴 생명력을 인류가 간과한 것이다. 곧바로 세균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1961년 영국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이 세계 최초로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수없이 나타났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최근 미국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사람이 연간 200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2만3000명 이상이 매년 사망하는 것으로
雨中 /서정춘 내 몸의 잎사귀 뒤 귀때기 빗소리 얻으러 귀동냥 가고 있다 귓속으로 귓속으로 귀동냥 가고 있다 2 비오는 날은 떠돌이 빗소리를 아느냐 빗소리 따라다닌 슬픈 귀동냥 3 세상은 빗소리로 가득하고 문득 나만 없다 - 서정춘 시집‘죽편’ / 동학사 혼자만의 숨결 속에서 빗소리에 나를 온전히 맡기면 나는 비 맞는 잎사귀가 된다. 귀때기는 빗소리를 따라다니는 떠돌이가 된다. 들리는 것은 빗소리뿐, 세상천지에 빗소리 가득한데 내가 서 있는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비이며 잎사귀이며 빗소리를 따라 떠도는 쓸쓸함이다. 맑게 씻기는 나무처럼 투명해지는 내 몸의 잎사귀. 그 몸 잎사귀 뒤 귀때기도 빗소리 따라 슬픈 귀동냥 가는 것이다. 홀로 비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청량한 적막함. 지금 댓잎들 위에 솨솨 거리는 빗소리가 천지사방 가득 들리는 듯 하다. 내 마음 댓잎 위에 듣는 빗소리. /김은옥 시인
요즘 ‘금수저 흙수저’와 함께 ‘갑(甲)질’이란 말이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다. 갑질이란 권력상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말이다. 갑질은 아마도 인류가 탄생한 시점부터 있었을 것이다. 무력이나 권력, 재산을 가진 자가 못가진 자를 대상으로 행하는 갑질의 논란은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 백화점 모녀사건, 재벌 3세들의 운전기사 폭행사건 등 인터넷에서 ‘갑질’을 검색하면 갑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대기업들의 소상공인들에 대한 갑질도 도가 넘친다. 오죽하면 지난 4일 소상공인연합회,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300여 단체로 구성된 한국자영업자총연대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 말살하는 갑의 횡포 저지대회’를 개최했을까? 이들은 이날 대한민국 1%인 기득권층 갑질은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고 비판한 뒤 “골프존과 홈플러스, 편의점 같은 독과점기업의 갑질, 대형유통사의 갑질 등은 대표적인 갑질 사례가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편의점운영자, 인터넷 콘텐츠서비스업자, 대리운전자, 수퍼마켓 운영자, 꽃집 운영자 등 소상공인들의 고발을 들어보면 이 나
날로 다문화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적절한 지자체와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지구촌에는 242개 국가가 있는데 이들은 인류공동체문화를 이루면서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다문화인구는 국제평균수준을 넘고 있다. 다양화 되어가는 국제적 변화에 문화적 특성은 국재경쟁력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다문화를 활용한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 가는 일이 중요한 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현재 주민의 10%이상이 다문화인구인 지자체는 7곳에 이른다. 이중에서 대표적인 다문화지자체는 안산시이다. 안산시에는 다문화 특구 내 업소 중 17%가 외국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안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 특구 상권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업소 중 1천274곳으로 지난 2014년 1천454곳에 비해 12.3% 감소하였다. 다문화업소 감소는 매장 대형화 등을 위해 주변 점포들이 통·폐합한 데 따른 것으로 시는 분석한다. 이외에도 경영상 어려움으로 폐업하는 곳도 있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전체 업소 가운데 외국계 업소가 219곳으로 17%를 차지하고 있다. 업소를 운영하는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 베트남 등 13개국이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대표를 선출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워왔던 정치인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한 12년 인연을 빼놓고서는 그의 정치이력을 설명할 수 없다.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마다 친박이 아니라며 발을 빼는 분위기에서도 그는 변함없이 박근혜 마케팅을 했다. 선출 직후 수락연설에서는 “모두가 손가락질할 때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 준 박 대통령께 저는 감사함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이 대표의 마음은 각별하다. 그러하기에 그는 위기의식을 가진 친박표가 결집하는 중심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복심’이라는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한계이기도 하다. 과연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여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짐을 안고 있다. 마침 새누리당 새 지도부는 친박 일색으로 구성되었다. 선출된 최고위원 4명 가운데 3명이 친박이고, 최고위원회의 멤버 9명 가운데 8명이 친박이다. 역대 최강의 친박 지도부가 구성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청와대가 새누리당이 일심동체가 되는 것이 조금
구글, 애플 등 대표적인 IT기업의 직원들은 과연 자녀들에게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강조할까? IT 전문가들이니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에 몰두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교로 아이들을 보낸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고,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도 없다. 대신 분필, 종이, 연필 등 아날로그 교육 기자재를 사용하고, 독서 및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와 좋은 인성을 배우고자 애쓴다. 반면 최근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스마트 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초·중등학교에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한다. 물론 디지털 교과서가 갖는 장점이 있다.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동기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다양한 교육자료를 바로 링크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교과서는 좋은 성품(인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면(面) 대 면(面) 협력학습 기회를 감소시킨다. 디지털 교과서의 큰 장점으로 ‘완전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많이 거론되는데 디지털 교과서가 학습에 필요한 전반의 과
폴란드 남부도시 비엘리치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 광산이 있다. 동서로 5㎞, 남북으로 1㎞나 된다. 1290년 프셰미시우 2세에 의해 건설된 이 광산은 700년 동안 약 2600㎦의 암염(巖鹽)이 채굴된 곳이다. 17세기부터는 채굴량이 줄어 광산의 의미는 퇴색됐지만 지금도 소량의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광산이 유명한 것은 규모가 아니다. 소금을 캐낸 총 300㎞에 달하는 동굴 곳곳에 가득한 경이로운 관광자원이다. 때문에 우리에게는 연간 100만 명이 찾고 있는 세계 제일의 ‘광산 관광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금을 캐낸 갱수만도 180개 이상이 있고, 9개 층에 걸쳐 2천여 개의 채굴이 끝난 빈 방들이 있다. 이곳에는 수세기 동안 채굴 과정에 참여한 광산 노동자들이 남긴 수많은 예술 조각품들이 남아있다. 모두가 암염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경이로움을 더 한다. 특히 동굴 내에는 여러 개의 예배당이 있고 이곳에는 제단, 부조 작품 및 수십 개의 실물 크기 조각상들도 남아 있다. 이 또한 모두가 암염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음향효과가 뛰어난 이곳에선 오케스트라 연주와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리면서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비록…
웃음 /유병록 검은 행렬이 이동한다 구부러진 길을 따라 눈 쌓인 비탈을 지나 천천히 걸어간다 자꾸 무릎이 꺾여 주저앉는데 얼어붙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다 가슴을 치다 울음을 터뜨리는데 선두에서 죽은 입술이 피리를 부는가 관 속의 두 손이 북을 두드리는가 행렬은 멈춰서지 않고 앞세우고 가는 사진 속 얼굴은 웃고 있다 죽음이 틈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대, 살아서 이렇게 환하게 웃은 적이 있었던가 살아서 이만한 대열을 이끈 적 있었던가 바구니 같은 눈송이들이 지상으로 내려오고 외투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앞으로 나아간다 웃음이 통곡의 대열을 이끌고 행진한다 또 한 사람이 주어진 시간을 다 소비하고 죽음의 문에 들어섰다. 다시 말하면 죽음이 그와 동행하며 삶을 좌우하다, 생명의 에너지를 다 쏟아낸 육체의 끝을 매듭지어준 것. 맞이하기 싫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해야하는 문. 그 문을 넘어가는데 그가 웃고 있는 것이다. 웃으면서 슬픔에 잠긴 대열을 끌고 가고 있다. 생전 환하게 웃은 적도 그만한 대열도 끌어 본적도 없는 것 같은데 죽음에 이르러서야 끌고 가고 있다. 삶과 죽음을 뒤섞으며 웃음과 울음을 뒤섞으며 액자 속 그가 앞장을 서고 있다. 슬픔에 젖은…
흔히 하는 말로 여성은 약하지만 모성은 강하다고 한다. 얼마 전 이를 입증하는 사건이 있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외출 중이던 여성이 가까운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 줄 것을 권유했다가 뺨을 맞는 놀랄만한 사태가 벌어졌다. 사건은 경찰에서 쌍방폭행으로 종결되는 듯 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아기 엄마를 폭행한 남성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으나 아기 엄마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간이 가면서 잊혀질 것 같았던 사건은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급기야는 방향을 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어진 댓글에서는 아이를 동반한 여성이 지하철역 구내에서 불법흡연자로부터 백주대낮에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고 격분에서 본능적으로 밀친 행동을 쌍방폭행으로 취급한 일에 격분하고 있다. 결국 흡연 남성은 검찰로 송치되었다. 금연을 권고하는 공익 광고가 아니어도 비흡연자에게는 담배 연기가 참기 어렵다. 하물며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기 엄마에게는 어떻게 해서라도 담배 연기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 생각이 처음 보는 남성에게 자리를 옮겨줄 것을 권하는…
여름철에는 무더위와 습도, 잦은 날씨의 변화로 생체의 대사기능이 활발해져 체력소모가 많아지며, 낮 시간이 길어지고, 열대야 현상 등으로 인하여 만성적인 수면부족 및 피로를 유발한다. 그러므로 영양부족, 수면부족 및 정신적 긴장을 해결하여 무더운 여름을 잘 보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바람인 듯하다. 다른 계절과 달리 여름철은 무더위로 체력소모가 훨씬 심해지나 식욕부진으로 신체리듬이 깨지기 쉬워 육체적 정신적 피로 회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도당을 포함한 적절한 에너지를 섭취하여야 한다. 비타민, 미네랄이 부족하면 피로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우유, 유제품, 육류, 간, 녹황색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며, 감귤이나 고추 같은 야채류는 입맛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무더운 날씨로 인해 음식물이 상하기 쉬운데,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인해 급성 위장병 및 신경장애 등의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구토, 설사, 복통, 발열, 식은땀과 혈압 하강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설사에 의한 탈수를 교정하기 위해 정맥 주사를 통해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주고 보존적 치료를 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증상이 호전된다. 음식을 공기 중에 4~5시간 방치하면, 식중독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