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냥꾼이 수풀을 헤치고 있다. 사슴을 찾는 중이다. 드디어 바위 모퉁이에서 사냥감이 나타났다. 어미 사슴이다.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옆에 무언가가 보인다. 새끼 사슴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총구를 거둔다. 어미와 새끼를 함께 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한지 4년 만에 조민 씨를 기소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상태로 3년 3개월째 실형 살고 있는 어머니와 재판 중인 아버지에 이어 딸까지 기소의 형틀에 묶은 것이다. 주범을 처벌하는 경우 가족은 함께 기소하지 않는 법적 관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다. 유례가 없는 전 가족 처벌 시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말아먹은 압도적 범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기소를 포기했다. 조민 씨의 경우는 왜 다른가. 검찰이 제기한 입시서류 제출 관련 ‘업무방해’가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천문학적 뇌물수수보다 더 크고 심각한 죄목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검찰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것이다. 부모자식 관계를 천륜이라 부르는 것은 그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조국…
중년의 사업가 김모 씨는 얼마전 자녀들과 부인에게 세무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그 내용은 2년쯤 전에 자녀들과 부인 명의로 분양상가를 각각 1채씩 취득하여 임대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세무서에서는 부인과 자녀들의 취득 상가에 대하여 재산취득에 관한 자금 출처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아울러 취득자금의 출처가 불명 시 이들에게 증여세가 부과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를 자금출처조사라고 하는데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재산취득자금 등의 증여추정'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금출처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기준은 신고된 소득금액, 양도 증여세 신고가액의 합계액과 자산 취득 당시 부담했던 채무 인정금액의 합계액이 취득금액 또는 상환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이다. 즉 직업·연령·소득 및 재산상태 등(이하 직업 등)으로 보아 당해 부동산을 자신의 능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취득자금의 출처를 조사받게 되며, 조사결과 취득자금의 출처를 제시하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또한 직업 등의 현황으로 보아 채무를 본인의 자금으로 상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상환자금을
황제 나폴레옹. 우리는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165센티의 작은 키?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에서 패배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 된 사실? 야망에 찬 이 남자가 유럽 역사에 남긴 건 전투나 군대보다 예술과 패션 쪽이 더 거창하다. 그가 폭군인지, 천재인지 다양한 논의들이 아직도 펼쳐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는 엄청난 아이디어맨이었다. 흔히 프랑스를 패션의 나라라고 한다.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오르, 루이뷔통, 셀린느, 지방시, 게를랑, 쇼메, 크리스찬라크루아... 수많은 명품의 원산지는 프랑스다. 이 나라가 패션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어마어마하다. 작년 한 해 루이뷔통 그룹인 LVMH(Louis Vuitton-Moët Hennessy)가 벌어들인 돈은 11조 4334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프랑스가 패션 왕국으로 우뚝 서는 데는 나폴레옹의 역할도 컸다. 군인과 패션?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나폴레옹의 유명한 프록코트와 전설의 검은 이각뿔 모자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고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이 남자가 저울질해서 만든 것이다. 패션은 그에게 힘과 정당성을 입증하는 엄청난 상징매체였다. 그가 프랑스 정치와 제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입추가 열흘이 지났는데도 33도를 상회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가이아』란 책이 있다. ‘지구 생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란 부제가 붙었다.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남긴 유명한 책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을 이름으로 하여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요 생명체라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기후위기를 넘어 인류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가이아』는 지구가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시키는 등 사이버네틱스의 자율규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실태를 생생하게 증명했다. 이때만 해도 러브록이 지구가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과 같은 끔찍한 사태를 맞이하리라고 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살충제와 제초제로 인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7년이 지나 내놓은 『가이아의 복수』는 사뭇 달았다. 제1장 첫 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처럼 지구를 학대한다면 지구는 5,500만 년 전과 같은 뜨거운 상태로 되돌아갈지 모른다. 그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대다수는 죽을 것이다.” 한 세대 만에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데카르트 이후 지구와 지구…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참으로 가벼운 몸 컨디션이다. 그동안 답답하고 무겁고 우울한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침 기분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 먹고 물 마시고 몸을 살폈다. 속으로는 가끔 ‘살고 싶지 않다는 말 내뱉으면서 독한 인생길을 많이 걸었다.’고 푸념도 했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뜨거운 물 커피포트에 담고 생강차 봉지를 넣어 뚜껑을 닫은 채 곁에 두고 마셨다. 약국에서 지어준 어깨통증 약과 감기 몸살 약은 30분 차이를 두고 삼켰다. ‘이게 사는 것인가? 이렇게도 사는 것이구나.’하고 혼자 뇌까렸다. 팔과 가슴에서는 계속 땀이 흘렀다. 지구의 온도는 36도라고 한다. 살아오는 동안 몸이 약해 선풍기와 에어컨을 멀리하면서 체질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어젯밤에는 살아남기 위해 한 시간을 돌렸다. 내가 내 몸을 위해 이렇게 예의 갖춰 정성스럽게 약을 복용하면서 건강이 회복되길 소원해 본 일도 많지 않았다. 그래 내가 내 육신에 대한 예의도 있을 것이다. 내 몸의 허전함과 영혼의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위로할 시간이 지금이겠지- 싶기도 했다. 50년 전 직장 동료와 지금껏 벗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그를…
경기도정과 교육에 다망하신 두 분 단체장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제2경춘국도 3공구 노선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경기도에서 어떤 노력을 했다는 내용을 접한 바가 없어서 간절한 마음에 이렇게 두 분께 직접 공개서신을 드리게 된 점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2경춘국도는 경기도에 하나뿐인 조선 임금의 태봉인 중종대왕 태봉을 절단내고, 경기도문화재인 이방실장군묘의 보호구역을 침범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을 지은 어우당 유몽인 묘의 풍수적 경관을 훼손하며, 수백억 원을 들여 2021년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달전천을 파헤치며 나가 가평군의 대표적 교육기관인 가평고등학교 바로 앞을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김동연 도지사님, 저는 이 도로가 도지사님의 도정철학에 반하는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도지사님이 가평군에서 진행된 ‘민생현장 맞손토크’에서 ‘기후대응과 환경보존을 하는 지속가능한 질적발전’과 ‘문화사업과 연계하는 탄소중립 관광특구 가평군’을 강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임태희 교육감님, 지금 가평고등학교는 백수십 억 원을 들여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학교 바로 앞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드는 게 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끝났다.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라며 자괴감을 곱씹어야 했다. 동아일보가 8월 14일 전현직 잼버리 준비와 운영에 참가한 전현직 책임자 11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일을 하다 잘못될 수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면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반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때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고, 과도한 질타를 받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솟게 한다. 누가 봐도 이번 잼버리는 국제 망신이다. 근래 우리 사회엔 그릇된 풍조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국민의 찬사를 받을 만한 일에는 너나없이 고개를 내밀고, 비판을 받을 일이 발생하면 묵묵부답이다. 책임은 아래로 전가하고 공은 내 것으로 낚아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새만금 숙영지 화장실을 점검하고 박수를 받았다”고 썼다. 낯뜨거운 자기 자랑이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질까? 언론 탓이 크다. 정파적 보도
전쟁이 끝나자 경북 성주에서 대도시 대구 변두리로 이주한 우리 집에는 70년대가 되자 손님맞이가 잦았다. 성주의 일가친척들이 대구 나들이를 할라치면 대부분 우리 집에 들러 숙식을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해방전후 좌익활동 여파로 고향을 등져야 했던 아버지는 그 시절 찾아오는 고향 손님치레로 큰집 맏아들 역할을 되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엄마와 자식들은 찢어지는 살림에 주린 배를 더 졸라매어야 했다. 자식들은 갱죽조차 배불리 못먹어도 혹여 손님이 올세라 쌀 한되박은 고이고이 모셔두어야 했고, 우리는 윗묵에 둔 걸레가 꽝꽝 얼어붙는 방에서 자다가도 손님이 오면 아랫묵이 절절 끓도록 군불을 넣고는 인근 이모댁으로 피신해야 했으니.. 그래야 손님에게 할 도리를 다한 것이라 여긴 살림살이에 간난신고가 오죽했겠는가? 우리 집만 그런게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원래 그랬다. 국민 생존권보다도 손님맞이가 우선이었던 때, 88올림픽 때는 미관상 서울의 판자촌까지 깡거리 밀어버렸다. 나는 심지어 87년 민주화투쟁과 직선제 쟁취 조차도 ‘88올림픽 성공개최’라는 명분이 적잖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불과 7년전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군사정권이 87년이라고 무력으로 진압하지 못할 이유가…
심리학자 크리스티안 미쿤다(Christian Mikunda)는 사람들은 ‘제3의 공간’을 원한다고 주장했는데, ‘제3의 공간’이란 사람들에게 삶의 균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학교와 직장이라면, 사람들은 두 공간을 벗어나 제3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캠핑을 떠나고 멋진 카페와 공간을 찾아가는 이유가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매력적인 공간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배우며 일상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이다.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제3의 공간’이라는 책에서 제3의 공간을 이루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째, ‘랜드마크(land mark)’로 건축물이나 공간이 사람들 눈에 띄어야 한다. 둘째, ‘몰링(malling)’으로 사람들이 공간에 들어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콘셉트 라인(concept line)’이다. 공간이 전체적으로 일관된 느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넷째, ‘코어 어트랙션(core attraction)’이다. 사람들 눈길을 확 사로잡는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제3의 공간을 마케팅 전략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뉴욕의 나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8월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여론조사, 응답률 1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 32%, 더불어민주당 31%, 무당(無黨)층 32%였다. 일각에서는 무당층이 이렇게 증가한 적은 없다며 그만큼 양당 정치의 폐해가 크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정확한 지적이라고 하기 힘들다. 이 정도 규모의 무당층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을 240여 일 앞둔 시점이었던 2015년 8월 1주 조사(한국갤럽)에서 나타난 무당층은 34%였다. 여기서 20대 총선 240여 일 이전 조사를 언급한 이유는, 21대 총선은 일반적인 선거였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은,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정치사 초유의 사태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였을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엄습해 국기 결집 효과가 극대화되던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일반 선거이론으로 21대 총선을 분석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