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써 ‘챗지피티(chatGPT)를 내 주거 공간에 둘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나는 외출하고 돌아와 챗(chat) 로봇(robot)에게 ’봄날은 간다‘는 옛 가요를 불러줘’ 라고 말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곧바로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를 불러 내 마음 깊은 곳으로 곡이 흘러 들어가게 할 것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 리 – 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서낭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 – 날 – 은 - -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면 자연스럽게 속치마가 보일 것이고 속치마 속으로는?… 이 얼마나 고상하고 섹시한 표현인가. 세계적인 배우 마릴린 먼로의 치마가 센 바람에 위로 치솟아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장면보다 훨씬 은근하고 점잖으며, 동양적인 멋과 맛이 절묘하지 않는가. 더욱 연분홍 치마는 봄바람의 동작이지만 마릴린 먼로는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한 돈벌이의 장난 같은 아이디어가 아니던가. 나는 이 ‘봄날은 간다.’ 는 노래와 ‘물레방아 도는 내력’의 대중가요를 듣고 부르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둘째 누나가 시집가서 처음으로
물은 흐른다. 마땅히 그러하듯. 앞으로, 앞으로. 여린 새싹의 뿌리 곁에서 초록 수풀 사이로, 겹겹이 쌓인 낙엽 틈에서 얼어붙은 강의 밑바닥으로. 어떤 날은 세상 곳곳을 유람하고 어떤 날은 무리 지어 어울리며. 물은 흐른다. 흐르는 물은 모든 생명의 휴식이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기 전부터 물이 있는 곳은 곧 쉬어가는 곳이었다. 한 지역에 대한 유랑을 마치고 새로운 길에 오를 준비를 하는 곳도, 지친 몸을 달래며 휴식을 취하는 곳도 흐르는 물의 곁이었다. 섬 자체가 산인 제주는 물이 귀한 곳이었다. 지금도 제주의 강은 모두 건천이다. 현무암질 토양은 물을 담을 수 없어 큰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제주의 하천은 늘 비어 있다. 제주엔 지표수가 부족했지만 지하수가 풍부했고 제주의 물은 특정한 지역, 주로 해안가에서 땅 위로 솟구쳐 올랐다. 지하 깊숙이 들어간 물을 길어내는 기술이 발달하기 전,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물허벅을 지고 십 리를 걸어 해안가로 가야 물을 뜰 수 있었다. 땅속이나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이라는 뜻의 ‘난물’, 살아 숨 쉬는 물이라는 뜻의 제주어 ‘산물’은 ‘용천수’라는 말보다 물의 생명력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1980년대까지 상수도가 제대로
다양한 공간에 스며든 다국어 열차 차창을 통해 먼 산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 다음 정차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알려준다. 여러 외국어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문득 우리 사회가 다국어 사회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의 소통 언어적 풍경이 다언어 상황이었던가. 운전을 하면서 또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도로 표지판을 보게 된다. 한글, 영어, 중국어 한자가 병기되어 있다. 전철 역의 역명 표기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 전철 안에서도 다음 정차역 안내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으로 듣게 된다. 내릴 때 열차와 플랫폼 사이에 발이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영어가 함께 나오고 있다. 사회의 다양한 공간에서 다국어가 이렇게 쓰인다. 우리의 언어 생활이 이렇게 다양한 외국어로 실제로 소통할 수 있다면 다언어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다언어로 소통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조선에서 지배적인 문자 생활은 양반 중심의 한자와 한문이었다. 대다수 백성들은 문자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글이 창제되고도 오랫동안 한자가 주요 소통 수단이었다. 그러다보니 신문에서 사
작년 4월 이후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급등하는 등의 이유로 11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주력이다. 앞으로도 공급망 재편, 수출 경쟁력 저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무역수지 적자 구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경제란 모든 경제활동을 디지털화하고 생성된 데이터를 주된 생산요소로 활용하는 경제를 말한다. 데이터는 일반 상품과 달리 소비로 인하여 가치가 소멸하거나 경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를 통하여 새롭게 재탄생하는 등 소비할수록 증가하는 무한자원이다. 또 데이터 생성의 한계비용은 0에 수렴하나 데이터의 한계효용은 감소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는 물질 자원이 부족한 한국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보고(寶庫)이자 핵심 동력임에 틀림없다. 미국은 금년 11월 APEC 정상회의 이전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대 기둥 분야의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디지털 통상은 무역 분야의 핵심 과제이다. 디지털 통상이 IPEF의 협의 테이블에 오른 배경에는…
기도한다는 것은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인 하느님의 법칙을 인정하고 그것을 상기하며, 그 법칙에 자신의 과거와 미래의 행위를 적용하여 생각하는 일이다. 되도록 자주 기도하는 것이 좋다. 기도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먼저 자신이 그 시간 동안 온전하게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 만약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기도하지 말라. 습관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진실된 기도가 아니다. (탈무드) 우리의 약점과 싸우는 수단인 기도를 어찌 자신으로부터 빼앗아야 한단 말인가? 신에게 다가가기 위한 모든 정신적인 노력은 우리를 아집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신에게 도움을 구할 때, 우리는 그것을 자기 자신 속에서 발견하는 것을 배운다. 신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서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신에게 간절하게 바라는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루소)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어버이께 기도하여라. 또
몇 달 전에 출시된 ‘ChatGPT’라는 앱이 있다. Open AI라는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인데 나오자마자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앱이야 기존에 한국에서 알려진 ‘심심이’나 ‘이루다’ 외에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ChatGPT는 다르다. 간단한 일상대화 이외에 학문적 영역에서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고 에세이부터 논문 초록까지 이용하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영어를 사용할 줄 안다면 글 쓸 때 참고할 수 있는 초안을 키워드에 맞게 무한대로 생성할 수 있고, 질문자가 AI에게 특정 내용을 학습시킬 수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의 모든 주제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가 여러 분야에서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은 건 이미 오래전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배하던 날 충격과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AI 기자가 쓴 기사는 중립성, 신뢰성, 가독성, 심층성 등 모든 면에서 인간 기자를 앞섰고, 사람이 그리면 몇 시간은 걸릴 그림이 클릭 후 몇 초면 완성되며, AI가 만든 인간의 모습과 닮은 인물이 인플루언서가 되어서 TV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법조계, 의학계처럼 보수
비 묻은 먼 구름 속으로 점 하나 날아간다 한 생을 온전히 지고 가는 새 젖었으리라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당연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주목받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인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규정된 권리다. 국회의원의 특권이라 불리지만 국회의 특권에 더 가깝다. 불체포특권은 과거 왕권이 의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왕권이 특정 의원의 신상을 구금함으로써 의회 권력을 무력화시키려 할 때 이에 대한 의회의 방어수단이다. 즉, 왕권으로부터 의회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그렇기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의 본질은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의 권리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자마자 이재명 대표를 향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불체포특권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이는 이재명 대표가 판단할 권리가 아닌 국회가 내려놓을지 말지 결정할 문제다. 불체포특권은 이재명이라는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권리가 아닌, 국회의 보호를 위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왕권이 존재하던 시절, 왕권의 독주로부터 의회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권리가 여태 살아있다고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노동만큼 인간을 고상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사람은 노동하지 않고는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다.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이 겉치장에 그토록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꾸미지 않으면 사람들로부터 경멸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땀 흘려 일하며 자신이 먹을 빵을 제 손으로 얻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 진정한 종교적 이해와 순수한 도덕성이 존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존 러스킨) 지극히 확실하고 순수한 기쁨의 하나는 노동 뒤의 휴식이다. (칸트) 가장 탁월한 재능도 무위도식하면 사장된다. (몽테뉴) 공정함이란 자신이 남에게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남에게서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동과 자신이 이용하는 남의 노동을 저울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언제 어느 때 스스로 일할 능력을 잃고 남의 노동력을 가로채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므로 되도록 공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평소에 자기가 취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남에게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꼭 다루고 싶었다. 그러나 시의성을 잃으면 의미가 반감되는 주제들 때문에 불가피하게 뒤로 미뤘다. 두 달이 다 된 시점에서 이 이슈를 끄집어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갈수록 악화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선일보가 눈길을 끈 신년기획을 했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이란 이름으로 6일간 연속보도를 했다. 1월 3일자 《국민 40% “정치성향 다르면 밥도 먹기 싫다”》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를 포함, 매일 2∼3면을 할애했다. 기사 내용에는 ‘정치성향이 다르면 본인이나 자녀의 결혼이 불편하다는 답도 42%에 달했다’는 조사내용도 담았다. ‘정치적 양극화가 우리 일상까지 지배하며 국가적 리스크로 떠올랐다’며 우려도 했다. 이 신문은 신년호인 1월 2일자에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신년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했던 것처럼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는 상징성을 띤다.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은 고전적 가치 중의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일보의 문제 제기는 적절했다. 그러나 원인 진단과 해결책은 공감을 자아내기엔 크게 부족했다. 이 여론조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