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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당적 공개와 국민의 알 권리

  • 신율
  • 등록 2024.01.11 06:00:00
  • 13면

 

이재명 대표에 대해 테러를 가한 피의자의 당적 공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정당법 24조를 들어, 피의자의 당적을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당법 24조에는 “범죄 수사를 위한 당원명부의 조사에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조사에 관여한 관계 공무원은 당원명부에 관하여 지득한 사실을 누설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또한, 같은 법 58조는 “당원 명부에 관하여 지득한 사실을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피의자의 당적)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있어서 결정적 단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범인의 당적을 공개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난 1월 4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홍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적 여부가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면서 “(당적 논란은) 정치적 테러도 자기들의 정파의 이해관계에 활용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홍 원내대표의 언급은,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이다. 당적 논란은 사건의 본질이 아닐 뿐 아니라, 당적과 범행 동기가 일정 부분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당적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마디로, 공당이 국가 기관에게 법 위반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이 이미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런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사문화된 법도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엄연한 현행법이기 때문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검찰과, 당적 공개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하는데, 법을 지키는 문제가 협의의 대상이 되는지 정말 기가 막힌다. 정치권의 공세를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몰라도, 법 집행 기관이 이런 식으로 사안을 접근이라면, 매우 중요한 국가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인사가 범법을 저질렀을 경우, 해당 인사의 법적 처벌이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이 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면책특권을 이용해 국회에서 당적을 밝히는 방안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는 모양이다. 만일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면 더욱 큰 문제다. 가뜩이나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판국에, 국회의원이 특권을 이용해 현행법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를 부리면, 의원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통해 법치를 훼손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경찰이든, 민주당이든, 현행법을 훼손해서는 절대 안 된다.

 

법치의 근간은 제도의 존중과 준수에서 비롯되는데, 이렇듯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현행법을 무시하려 든다면, 이는 법치를 현격히 훼손하는 행위이고, 법치의 근간이 훼손되면 궁극적으로 이들이 주장하는 알 권리라는 국민의 기본권도 결국에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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