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일인이 있었다. 21세 약관의 나이에 베를린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한 신학자 칼바르트는 그가 쓴 박사학위논문을 “신학적 기적”이라 평할만치 세상은 천재의 출현을 반겼다. 24살에 베를린대학 신학부 교수가 되고 25살에 목사안수를 받았다. 촉망받는 신학자이자 목사로서의 삶은 27살 나치가 집권하면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의 많은 교회들이 히틀러를 그리스도에 비유하며 우상숭배에 휩쓸리자 그는 히틀러에 반대하고 기독교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고백교회운동의 지도자로 나서게 된다. 그가 나치에 저항하는 활동에 투신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게슈타포의 감시를 받던 그는 망명권유조차 거부한 채 활동을 이어가다 1943년 4월 결국 체포되어 히틀러암살모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독일패망 한 달 전 교수형에 처해진다. 그의 이름은 ‘디트리히 본회퍼’이다. 시무식에서 찬송가를 불러 종교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진욱공수처장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연일 공수처장 사퇴를 압박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공수처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공수처장이 부른 찬송가는 본회퍼가 감옥에서 죽음을 앞둔 1945년 약혼녀에게 보낸 ‘선한 능력으로’라는 시에 곡을 붙인…
“다량의 빛과 그늘을 찾아라. 나머지는 저절로 온다. 그것은 종종 별로 중요치 않다.” 별로 중요치 않은 것, 이것이 현대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예술혁명의 화신이자 현대미술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이야기다. 화폭의 새 지평을 연 그를 세기의 지성 에밀 졸라는 경탄했고, 미셸 푸코는 100쪽이 넘는 글로 분석했다. 1832년 1월 23일 파리 7구 부르주아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마네. 부친 오귀스트 마네는 법무부장관의 비서실장이었고, 모친 외제니 데지레는 스톡홀름에 주재하는 외교관의 딸이었다. 근엄한 가문에서 자랐지만 상당히 엉뚱하고 왕정주의자였던 외삼촌 덕에 일찍 예술계에 눈을 떴다. 해군 함장이었던 외삼촌은 에두아르와 그의 동생 외젠을 데리고 자주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그는 조카들에게 대가들의 그림을 비평했고, 특히 스페인관을 찾을 때는 더욱 열정적이었다. 해군장교에서 화가로 꿈을 돌린 마네 열두 살에 마네는 뤽상부르공원 근처 롤랭중학교에 입학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어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그의 귀중한 자산이 될 앙토냉 프루스트를 만났다. 마네는 푸루스트과 함께 외삼촌을 따라 루브르…
모든 종교의 본질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리고 나를 둘러싼 무한한 세계와 나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에 있다. 가장 고차원적인 종교에서 가장 야만적인 종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교가 그 밑바탕에, 이러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나’의 관계의 수립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교육장이며 최대의 계몽주의자이지만, 반면에 외면적인 현상과 정체성의 이기적 활동은 인류의 진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종교의 본질인 신성함과 영원함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한 모든 사람의 마음은 한결같이 채워진다. 우리가 탐구의 길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모든 위대한 종교의 근본 원리는 하나라는 것, 천지창조 이후 오늘날까지 연명해 이어져 온 가르침이 그 하나로 관철되어 있음이 밝혀질 것이다. 모든 신앙의 밑바탕에는 오직 하나의 영원한 진리의 흐름이 있다. 조로아스터교도는 조로아스터교의 깃발을, 유대교는 유대교의 깃발을, 그리스도교는 십자가를, 이슬람교도는 반월의 깃발을 걸게 하라. 그러나 그들도 모두, 그러한 것은 단순한 외면적인 표징에 지나지 않으며, 모든 종교의 본질적 원리는 예수, 바울, 마누, 조로아스터, 부처,…
요사이 북한 무인기의 대한민국 침투 문제로 시끄럽다. 이 사안은 크게 세 종류의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무인기의 정확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용산 비행 금지 구역 진입 가능성을 언급한 야당 의원의 주장에, 그렇지 않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문제점은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더구나 국정원도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은 앞으로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왜 이런 문제점들이 불거지게 됐는가 하는 경위를 밝히고, 밝혀진 사실에 입각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북한 무인기 침투에 어떤 대응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부터 따져 봐야 한다. 기존의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존의 대응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의 무
그리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것을 많이 알기 보다는 참으로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더 낫다. 작은 서재에 굉장한 보배가 존재할 수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세계의 모든 문명국에서 추려낸 가장 지혜롭고 고귀한 인물들의 세계, 즉 그들의 연구와 지혜의 소산이 그 책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인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고독을 깨뜨리거나 자신들의 작업을 방해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또는 사회적 조건들이 그들과의 교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는 그들의 최상의 벗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상이, 세기를 건너뛰어 누구인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명료한 언어로 펼쳐져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정신적 은혜를 책 속에서 얻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반추동물(反芻動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많은 책을 머리에 채워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삼킨 것을 잘 새김질하여 소화시키지 않는다면 책은 우리에게 아무런 힘과 자양도 주지 않을 것이다. (로크) 무엇보다 먼저 좋은 책부터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평생 그 책을 읽을 기회를 놓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한 인간의 생애주기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람의 생의 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복지 욕구를 사회적으로 해결해 주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영유아 돌봄, 아동의 건강한 성장, 청장년의 취업, 노인의 노후생활 보장과 의료서비스 등 생애주기에 맞추어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확대해 가고 있으며, 이에 더해 국민 개인에 차별화된 맞춤형 복지제도에 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인구위기 대응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1.5년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사용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사회 문제 해소를 위해 민간의 노인돌봄서비스 진입을 통한 사회서비스 다양화와 규모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장기요양기관 갱신제 시행(’25)으로 장기요양기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요양 대상자들이 요양기관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장기요양 지출 면에서 OECD 평균 수준이면서도 서비스 이용률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장기요양 병상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요양병원 이용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바다는 이순신, 육지는 황진!" 1550년 전라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세종 때 명재상 황희 정승의 5대손으로 27세에 무과에 합격했다. 함경도에 배치되어 6년간 여진족들의 준동을 억누르고 방어했다. 1591년 황윤길 김성일이 책임자로 갔던 조선통신사의 수행무관으로 참여했다. 우리 일행을 깔보던 왜의 관리들 앞에서 활쏘기 시범을 보여 그들을 놀라게 했다. 신궁(神弓)이었다. 귀국 후 왜가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에 섰다. 황윤길은 황진의 당숙이었다. 훗날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에서 의병장으로 맹활약하고 전사한 황대중은 황진의 6촌 동생이다. 황진은 일본에 다녀온 후, 동복(전남 화순) 현감이 된다. 이 때부터 일본이 쳐들어올 것을 대비하여, 공무가 끝난 뒤에는 궁술과 기마를 연마했다. 마침내 왜군이 쳐들어왔다. 개전(開戰) 때 그의 직급은 종6품이었다. 요즘 군대계급으로 치면 중위 정도의 하위직이었다. 그 말단 무사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충청병마사가 된다. 요즘 계급으로 치면 중장(별 셋)에 해당되는 고위직이었다. 이 초고속 승진은 그의 출중한 활약상을 증거한다. 왜군이 호남을 점령하기 위하여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주성 인근의 이치
1. TV 보면서 지식이 무럭무럭 자라는 경험을 하고 싶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알쓸신잡의 새 버전 알쓸인잡을 기대한다. 제목과는 반대로 정말 쓸데 있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 될 거다. 인간에 대한 사유와 고민이 있어야 공학도 의학도 쓸모가 커진다. 누가 뭐래 든 지적 허영을 만끽하는 시청자가 제법 있다. 시청률이 어지간한 예능 못지않다. 연예인의 신변잡기 이제 그만 듣고 싶다. 기획 잘하면 교양이랄까 지식예능이랄까 장르야 뭐라 하든 많은 시청자를 프로그램 앞에 앉혀둘 수 있다. TV와 인문학의 콜라보, 대중문화와 역사, 사회과학의 결합, 자연과학의 대중화 등 추구하는 바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은 다양해진다. 2023년 지식 프로그램으로 모두들 머리가 묵직해지면 좋겠다. 2. 재미도 있고 보고 나면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많아지면 좋겠다. 장마다 꼴뚜기 날수 없고 모든 드라마가 다 그럴 필요는 없다. 재미있으면 제 역할 다한 거다. 그래도 요즘처럼 변화가 빨라 공감대가 줄어드는 시대에 재미와 메시지 공감이 커지는 드라마가 몇 편 있다면 그 효능감은 커질 것이다. 우리들의 블루스(시청률 14.6%), 슬기로운 의사생활 2 (14.1%), 이상한 변
전호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한국철학사』에서 현대철학자로 함석헌, 장일순 등 6명을 다루고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독창성에 있다. 동서양 철학의 각주가 아니라 한국적 삶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일제에서 해방되어 근대를 거치지 않고 현대로 직행한 한국은 여러 모순의 집합체다. 이 모순을 끊어내려고 줄기차게 싸워왔던 게 한국 현대사의 자기정체성이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철학이 태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현대 철학자들 중 김상봉 교수(전남대 철학과)는 "우리의 역사에 뿌리박은 철학의 형성"을 궁극적으로 지향한다. "한국의 주류 철학계가 철학을 외부에서 얻어오는 일에 골몰하여 자기로부터 새로운 보편적 세계상을 형성해내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는 철학을 "자기 속에서 세계를 만나며 세계 속에서 자기를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만남의 철학'인 것이다. 김 교수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에서 "진리는 만남에 있다"고 선언한다. 진리하면 고차원적인데다 난해한 철학적 명제로 알고 있는 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고작 사람과 사람의 부딪힘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은 얼마나 평범하며 비철학
교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들 중에 하나가 ‘철밥통’이다. 교사는 공무원이라 어떤 비위를 저질러도 잘리지 않는다는 멸칭, 혹은 경기가 어려울 때는 고용 안정성의 부러움을 담은 칭찬을 담은 말이다. 여러 가지로 사용되는 거 같지만 용례를 떠올리면 대체로 멸칭에 가깝다. ‘나 때는 교사가 애들을 두드려 패도 잘리지 않았어. 그놈의 철밥통들.’ ‘교사는 철밥통이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지.’ 등등. 철밥통이란 말을 들어도 고용 안정성은 교사를 선택하는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였다’, 라는 과거형을 쓴 건 더 이상 교사는 철밥통이 아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위가 사라진 건 아닌데 더 이상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수업 중에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돼서 1원 이상의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10년 동안 교사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아동 관련해서 법적 처벌을 받으면 교단을 떠나야 한다는 건 이미 정해져 있던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철밥통이 부서질 정도인가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교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교단을 떠나야 하는 게 맞다.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때리거나, 정서적 학대를 한 사람이 아이를 가르친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