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사는 사도세자의 원찰로 건축되어 나라의 지원을 받았으며 해마다 제를 올렸다. 하지만 정미조약으로 왕실의 지원이 끊어지자 모든 원찰들은 서둘려 유교적 색채를 걷어낸다. 용주사 역시 그 뜻을 따라 원찰의 틀을 벗고 선종 사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주제는 사도세자의 사당인 호성전으로 용주사를 세운 목적에 부합하는 중요한 건물이다. 사찰에서 사당을 논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만, 문화재적 입장에서 원형과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를 이장하고 바로 조포사(造泡寺, 제사에 쓰이는 두부를 만드는 사찰)의 건축을 시작한다. 묘 이장 1주년을 기념하여 조포사의 낙성식을 하고 이름을 용주사(龍珠寺, 용이 구슬을 물고 승천)라 하였다. 이는 사도세자의 묘가 풍수상 반룡농주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능침원당사찰(陵寢願堂寺刹)인 이곳에 사도세자를 위한 제각(祭閣)인 호성전을 설치하였다. 이 건물은 정조에게 사찰보다 더 중요하였지만, 사찰에 맞지 않는 유교 건물이어서인지 유독 수난을 겪게 된다. 현재 호성전은 1988년에 새로 복원한 것으로 원 건물이 언제 소실되었는지는 기록이 없다. 1970년 항공사진을 보면 창건기의 건물은 대부분 건재한데 호성전의 빈자
청렴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사회적 자본임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서 청렴도를 높이지 않으면 공정한 사회도, 선진국가로의 진입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77개국 중 52위에 머무르며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고 35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29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뇌물과 뒷돈이 통하던 시절의 잔재가 남아있어서일 수도, 정 많은 대한민국의 정서로 인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것이 부끄러운 것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청렴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국격 상승을 위한 ‘기본요건’이 됐다. 성장이 우선시되던 시절, 반부패나 청렴의 사회적 자본보다는 경제적 자본 축적이 미덕이었던 탓에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쯤은 별 죄책감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가 사회의 주축이 되면서 더 이상 이런 편법으로는 사회적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 됐다. 최근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오는 대형비리 사건은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가 관련된 경우가
올해 2월7일부터 5월17일까지 100일 동안 우리 경찰은 이 기간을 ‘3대 반칙 근절 단속기간’으로 정해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반칙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해 보다 공정한 사회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의 3대 반칙이라 함은 생활반칙, 교통반칙, 사이버반칙으로 나누어지는데 하나씩 간단하게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생활반칙이다. 생활반칙은 국민안전을 위협하고 구성원 간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국민의 안전과 관련하여 각종 부정입찰 등의 안전비리, 입사 및 채용과 관련된 선발비리, 서민을 상대로 한 서민갈취가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교통반칙이다. 교통반칙은 생명·신체를 위협할 수 있는 음주운전, 불특정 또는 특정운전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난폭·보복운전, 교통소통을 방해하는 꼬리 물기와 같은 얌체운전이 이에 속한다. 세 번째는 사이버반칙이다. 사이버반칙은 인터넷 상에서 소비자를 기망해 입금을 받은 뒤 연락을 끊는 인터넷먹튀인 전자상거래 사기, 상대방을 전화상으로 기망하여 거액의 돈을 편취하는 보이스피싱,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게재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사이버 명예훼손이 이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은 19대 대선정국으로 바뀌었고, 문재인 정부의 탄생으로 귀결되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 말이 참신하게 들리는 것은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선되면 자신을 당선시켜 준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듣고, 반대했던 사람들의 의견은 나쁜 것으로 매도하거나 적어도 무시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최순실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 대의제의 한 축을 이루는 국회의원도 지지자들이나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전 국민의 대표다. 지역구 현안만 챙기는 국회의원은 스스로 시·도의원으로 격을 낮추는 것이다. 시·도의원이 그렇다면 동네의 대표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 국민의 대표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당연히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동의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전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수많은 의견을 가진
최초의 동 서간 교역 교통로는 ‘실크로드’다. 중국의 중원에서부터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길이만도 6400㎞에 달한다. 생성 시기는 중국 전한(BC 206~AD 25) 때다. 바다를 통한 동서 교역로 역시 중국에 의해 개척됐다. 중국의 남동해안에서 시작하여 페르시아만을 거쳐 중동 여러 나라에 이르는 바닷길을 15세기부터 17세기초까지 중국인들이 자주 왕래 했고 명나라 때 정화(鄭和)의 원정으로 해상 실크로드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실크로드는 매우 오랜 세월 인류 문명의 교통로로서 그 기능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실재에 대한 인지(認知)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130여 년 전이다. 인류역사에 실크로드가 미친 영향과 역할이 막중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아이러니 한 일이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주석은 2014년 자국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정상 회의에서 실크로드개척에 대한 자부심 강조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경제권구상을 제창했다. 일대일로의 일대(One Belt)는 중국에서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뻗는 육상실크로드 경제벨트이고, 일로(One Road)는 동남아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말한다. 현대판…
완장 /황상순 완장은 초등학교 때 주번완장 차 본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흘러내리는 완장 고쳐 올리며 못내 어색하기만 한데 임종도 못 지킨 불효 죄스러워 팔에 두른 완장이 돌확처럼 무거운데 국장님도 과장님도 완장에 기죽어 엎드려 큰절들을 하고 가네 정족리 돼지엄마 육천 삼백 원 삼천동 김숙희 만 오천 원 비뚤비뚤 침 묻혀 쓴 외상장부로 자식들 알곡 들일 일만 남았는데 까만 줄 선명한 완장 마지막 선물로 주시고, 어머니 미소만 짓고 계시네 삼베완장 무거워 자꾸 흘러내리네 -시집 ‘오래된 약속’ 해학과 익살을 버무려 촌철살인의 시를 쓰는 이 시인의 시는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짙은 페이소스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서 보듯 완장은 때로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시인은 어머니의 장례를 맞아 두른 완장이 일종의 권력용인듯 뭇 조객들의 조문을 받고 있지만 임종도 못 지킨 불효에 가슴을 치는 아픔을 이 시를 통해 넌지시 보여준다. 누군들 부모의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후회는 늘 돌이킬 수 없을 때 오는 법, 역설적이게도 완장으로 대변되는 자격은 헛것인데 죽음에 이르러 부모는 자식에게
5월은 어버이날, 대선일, 스승의 날이 함께 존재하는 달이다. 이에 5월을 맞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그동안 군사부일체라는 말은 군사부(君師父)가 대우받기 위한 말로 쓰였을 것이다. 그동안의 쓰임은 적어도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일체이니 모두 똑같이 섬기라는 생각으로 대우받는 사람 중심으로 사용되어 그 실제적 의미가 왜곡되어 사용되었다. 요즘은 정부에서도 혁신, 교육에서도 혁신, 부모마저도 혁신을 내세운다. 하지만 내 자신부터 혁신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혁신은 나의 얘기가 아니라 항상 다른 사람들이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수천 년 정치 문화 종교 교육이 있었음에도 혁신이라는 말은 언제나 본질을 찾지 못하고 그 의미도 모르는 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것이다. 그동안의 군사부일체를 ‘대접받을 내가 아니라 대접 받아야 할 너’로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정비된다고 해도 구성원의 마음으로부터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이란 말은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때문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lsq
K시인은 산골짜기 고향마을과 A시를 오가며 지낸다. 고향마을에선 선대의 전통가옥을 정비해서 민박을 하고 A시에는 아들네가 거주한다. 지난 초봄에는 아들네가 산골짜기로 들어가고 K시인이 시내로 나왔다고 했다. 손자가 그 산촌 소재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이었다. 의아해서 되물었다. 바뀐 게 아닌지,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아들네가 시내로 나와서 손자가 시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K시인이 산골로 들어가 정착한 건 아닌지…. 아니라고 했다. 제대로 얘기하고 들은 것이라고 했다. 시내 학교는 아직도 한 학급에 25명이 복작거리는데 산골 학교는 1학년이 딱 네 명이고 선생님이 아이들을 ‘정말로!’ 따듯하고 정겹게 보살펴주는데다가 시설설비는 이 세상 어느 선진국 학교와 비교해 봐도 월등해서 “세계 최고가 분명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게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우선 6년간 그 손자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어디냐고 했고, 중·고등학교 진학문제는 그때 가서 보겠다고 했다. 그동안 행복하게 지내면 분명히 또 행복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리는 그 산촌이…
경기도에서 있었던 실화다. 한 남성이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아내와 뱃 속의 첫 아이를 위해 이륜차 배달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여타 아르바이트에 비해 시급이 다소 높은 배달수당을 받을 수 있었기에 선뜻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나라도 더 빨리 배달을 해야 하는 속도와의 전쟁을 치르는 와중 안전모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탓이었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보면 이렇듯 안타까운 일들을 보게 된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에서 이륜차 사고로 383명이 사망하였고, 최근 2년간 음식업종 사망자 중 80%가 이륜차로 배달을 하던 중 사망했다. 대다수의 사망자는 안전모를 미착용하거나, 빠른 배달을 위해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한 결과이다. 이에 2017년 3월 3일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오토바이 배달원의 사고를 예방하고자 고용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다. 사업주가 배달을 위해 이륜차를 운행하는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해야 하고, 제동장치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 근로자를 탑승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 의무화를 공포해 시행 중이다. 이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