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던 3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전체 인생의 반이 지나는 나이가 바로 30대지만 내면의 고민은 목숨을 담보로 할 정도로 복잡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30대는 20대 풋풋한 젊음으로 품었던 “뭐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어느덧 “모든 걸 해야 한다”로 바뀌는 시기다. 또 현재 몸담고 있는 길을 그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연령대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매우 큰 세대다. 내 인생에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내게도 사랑이 올까? 등을 고민하며 방황하는 세대 또한 30대다. 비록 짧지만 수년간 사회경험을 해서 20대와는 다르고 육체적 정신적 노화가 덜 진행돼 40대와도 구별된다. 하지만 가끔 나에게 마흔이란 나이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기도 하는 보헤미안이 30대다. 이런 30대지만 사실 시간은 없다. 그런데도 미래를 위해 해야 할일은 너무 많다. 수명은 계속 늘어나지만 연장되지 않는 정년을 감안, 3
이틀을 꼬박 앓던 아내가 사과가 먹고 싶단다. 한밤중에 마트에 간 이유다. 구토를 동반한 두통으로 몸앓이를 심하게 한 것을 옆에서 뼈저리게 지켜본 터라 서둘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가 원할 때를 기다려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라, 세 군데를 돌아다녀 가까스로 구입했다. 어두워서였을까. 집으로 돌아와 사과 박스를 열었을 때 대부분이 상해 있었다. 그나마 제 모습을 갖춘 몇 알을 깎아 아내의 입에 넣는 것으로 남편의 도리를 다했다. 누가 이 많은 사과를 상하게 했을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잠든 아내를 뒤로 하고 찬찬히 사과 박스를 살폈다. 진원지는 예상처럼 사과 하나에서 출발했다. 당연, ‘썩은 사과 이론’이 떠올랐다. ‘한 개의 썩은 사과가 상자 속 다른 사과들도 썩게 한다’는 논리다. 우리에게는 ‘애치슨라인’으로 유명한 미국의 외교 전문가 딘 애치슨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이런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개의 썩은 사과가 상자 안에 있는 신선한 사과를 모두 썩게 한다.” 그의 말은 ‘썩은 사과 이론’이라 불리며 21세기에까지 즐겨 인용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우물을 흐린다’는 우리 속담과 격을 같이한다. ‘소수가 다수에게…
21일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 내용은 고용률 확대를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임금과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차별이 없고 기업주가 필요로 하고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정규직 일자리다. 다시 말하자면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정규직과 차별 없고 정년도 보장되는 정규 일자리다. 그런데 사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출산과 육아 등으로 기혼 여성의 전일제 근무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제로 전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자신의 전문분야를 더 공부하려는 청년들에게도 유용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8월16일 인천시청에서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가 확산을 추진 중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의 명칭을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시간제 일자리라는 것이 좋게 어감이 와 닿지 않는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경기도가 적극 나섰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노·사 모두에게 나쁘지 않다. 이
용인 역북 도시개발사업의 토지매각과정에서 사업 시행사 대표들이 서로 짜고 뇌물상납계획과 매각공고 조작 등을 논의한 사실이 녹취파일을 통해 드러났다.(본보 22일자 1면 보도) 공개된 녹취파일 내용대로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용 중에는 용인도시공사 간부에게 돈을 전달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도록 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사전 각본대로 들러리를 세우거나 밀어주기를 통해 매각공고 무력화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경쟁 입찰을 가장하기 위해 나머지 업체가 들러리를 서거나 저급한 방법으로 단독입찰이 가능하도록 져주기 게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천300여억원의 대형 토지매각사업 입찰이 일부 시행사의 담합과 뇌물상납 놀이터로 전락한 꼴이다. 용인도시공사는 지난 1월22일 용인 역북지구 내 B블록(5만5천636㎡) 일반 매각공고를 낸 뒤 23일 취소했다. 25일 재차 공고를 냈다가 3일 뒤 취소하고 당일 제안방식으로 재공고, 단독 입찰한 K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선정과정이 녹취파일을 통해 시행사 대표들 간에 오고간 대화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예측대로 이루어졌다. 사전에 용인도시공사…
과감한 금융완화정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무제한의 양적완화와 일본은행의 건설국채 매입 및 이의 장기보유를 통해 엔고체제를 시정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비전통적 금융정책이다. 그런데 최근 외국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아베정권의 이 같은 금융정책을 경제에 대한 기대를 인위적으로 형성시켜 자산시장을 떠돌아다니면서 투기차익을 꾀하는 자본들을 자극하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그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있어서도 지금 일본의 금융정책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근본적 배경과 그 한계에 관해 보다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접근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아베정권이 내놓은 금융완화정책의 ‘활’은 일본의 디플레 불황 타개라는 ‘과녁’까지 이르기에는 그 힘이 턱없이 모자란다.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조치를 통해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량을 확대하는 것까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 후 은행으로부터 기업 및 일반 개인으로 돈이 회전되는지에 관해서는 일본은행이 관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개인은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은행으
65세 이상 기초연금이 국감장에 등장했다. 후보시절 국민 앞에 약속한 공약은 국민과 계약한 중대한 일이기에 지키는 게 영도자의 도리다. 선거과정에서는 국가를 발전적으로 이끌 비전을 준다는 의미에서의 공약 제시는 유권자의 마음을 끌 수 있으나 대개 과대한 공약이나 실현성 없는 공약도 있어 뒷말이 있게 마련이다. 대통령의 임무를 보면 “헌법 제66조에 ②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③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라고 돼 있다. 대통령은 우선 이 항목을 잘 지킨 것만으로도 큰 틀에서는 임무를 잘 수행한다고 봐야 하지만 복지국가 건설은 국민 전체의 복지증진과 행복 추구를 위한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에 태평성대를 이루어야하는 국민의 열망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돈 드는 복지에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노인 전체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해 국민 앞에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처럼 돈이 드는 공약이다 보니 생각보다 빗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된 후 마음이 변했고 공약 파기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매년 있는 일이지만 국정감사를 지켜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특히나 굵직한 국정현안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시원한 돌파구가 나오는 게 없다. 최근 알고 지내는 의원들과 이러저러한 현안을 놓고 방담을 나누는 가운데 통상에 관련된 아주 흥미로운 지적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묻기를 ‘이번 국회에 왜 통상문제가 안 보이냐. 특히 한·중 FTA, 환태평양 FTA(TPP), 쌀관세화(쌀시장 전명개방) 등이 제대로 다루어지기는 하는 건가’. 그 뒤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통상은 외교부를 떠났지만, 아직 산업통상자원부에 도착하지 않았다. 현재 오고 있는 중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도대체 통상정책은 어디로 갔는가. 조금은 자조적이긴 하지만, 현 정부 통상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촌철살인의 멘트였다. 한·중 FTA만 놓고 봐도 그렇다. 우리 농축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전자·전기, 섬유를 비롯한 중소기업으로 봐서는 자칫 생사여탈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최근 제주도에 대한 중국 부동산자본의 ‘진격’에서도 보듯이, 동일
석화(石花). 돌에 핀 꽃이라고 해서 굴을 지칭하는 말이다. 날것을 잘 먹지 않는 서양에서도 예부터 굴만은 생식으로 즐겨왔다. 굴을 먹어라, 그럼 더 오래 사랑하리라(Eat oyster, love longer)’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그 영양도 인정받고 있다. 전설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매일아침 50개씩 생굴을 먹고 화려한 여성편력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세 유럽에서는 굴이 마약, 심지어 최음제로도 애용됐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보통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나는 굴을 제철 음식으로 친다. 그래서 이 기간 가장 많이 굴요리를 즐긴다. 그들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월을 지칭하는 영문표기에 알파벳 ‘R’이 들어가는 달에 굴을 먹어야 제맛이라는 논리다. ‘R’발음이 왠지 굴과 닮은 것 같아 재미있고 수긍이 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이 굴의 제철이다.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굴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굴, 강굴, 벚굴 등 5종 정도가 있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기도 하는 굴에는 칼슘뿐 아니라 다른 식품에 비해 아연이 풍부해 남성들의 건강 증진에 좋다. 아연의 역할을 알고 나면 곧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정력이 세다는 것은
군포시, 김포시, 가평군이 지난 17일 대한민국평생학습 박람회에서 평생학습도시로 새롭게 선정됐다. 따라서 경기도내에는 2013년 현재 평생학습도시가 21개 지역으로 늘었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평생학습은 지식정보사회라고 할 수 있는 21세기의 국가비전전략 중 하나로 택할 만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각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인적자원개발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지역발전전략의 필수요건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도 활용되며, 날이 갈수록 역할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개개인들이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수행토록 하면서 나아가 지역사회 및 국가 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하는 데 적극 나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3개 시·군의 학습 도시선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들 지역이 경기도내 대도시에 비해 비교적 상대적으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더욱 그렇다. 가평군의 경우 군민의 더 나은 평생학습을 위해 마을형 행복학습관 건립과 중·장년층을 위한 웰(WLL)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도시를 만들기 위해 평생학습과 연
예전에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아는 얘기지만 ‘남편의 계급이 대령이면 사모님은 장군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군대뿐만이 아니다. 사회에서도 권력이 있는 곳이면 이런 주변사람들이 꼭 있다. 측근이 권력자보다 더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지난 정권의 대통령 측근 비리사건을 통해 많이 접했을 터이다. 대통령 측근 경우만 아니라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측근 비리로 자치단체장이 구속되거나 도중에 옷을 벗는가 하면 차기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가 흔하다. 용인(用人)은 이처럼 중요하다. 최대호 안양시장의 측근들이 법정구속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마음이다. 이에 안양시의회 의장단과 새누리당은 성명서를 내고 최 시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최대호 시장의 측근 비리로 안양시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에 측근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다. 이들은 21일 최 시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최 시장의 측근들은 안양 박달·석수하수종말처리장 위탁업체 선정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입찰 관련 자료를 넘긴 혐의(입찰방해 등)를 받고 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안양시는 2011년 10월 한 업체와 2014년까지 3년간 총 95억7천만원에 하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