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명예퇴직(이하 명퇴)제도라는 게 있다. 직업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은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명퇴 제도로 인해 정년 전에 자진하여 퇴직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명퇴제도는 나름 장점이 있다. 명예로운 퇴직을 유도하고 조직의 침체와 행정능률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인사정책상 목적에서 운영되는 제도여서 금전적 보상 및 특별승진 혜택이 부여된다. 공무원 명퇴는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승진을 바라보는 후배들에게서 전해져 오는 무언의 압력, 또는 명퇴를 당연시하는 조직문화 때문에 할 수 없이 20~30년 넘게 근무했던 정든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나이 든 사람에게 직장은 삶의 전부이기도 하다. 특히 정년퇴직을 몇 년 남겨둔 말년 직장인들에게 직장은 가정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로서 노후를 준비하는 단계다. 그런데 명퇴는 이를 몇 년 앞당기게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거나 명퇴 후 직업을 착실히 준비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날로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이 명퇴 제도를 놓고 수원시 공무원들 간에 은밀한 갈등이 생기고 있는 모양이다. 본보 보도(24일자 22면)에 의하면 수원시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수년간 지
지난주 수원시청 강당에서 제37회 수원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섬진강’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을 초청해 시와 선율이 함께하는 한여름의 쉼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김용택 시인은 필자와 오랜 세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년 전 필자가 ‘박 경장이 양말 파는 이유’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김용택 시인은 지난해에도 수원평생학습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특강을 가졌다. 전주에서 상경한 시인과 필자는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뒤 광교 호수가 보이는 찻집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수필가 유민지 작가가 동행해 줘 참으로 고마웠다. 김용택 시인은 항상 만날 때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순수한 정감이 가득한 사람이다. MBC라디오방송국에서 제작진 프로듀서들과 식사를 나누던 자리도 인상 깊었고, 경찰추모공원에 방문해 시낭송도 해준 바 있다. 김 시인이 수원포럼 토크콘서트에 특강인사로 초청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서춘자 시인을 비롯한 지역문인들이 강의 전에 간담회를 가졌다. 안희두 시인과 김훈동 수원예총회장을 비롯한 신금자 수필가, 김순덕 시인, 은결 시인 등 20명이 자리해 담소를 나누었다. 이어서 자리를
정부가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내세우면서 창조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재점화시키고 고용률 70% 달성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우리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기업에 있어 창조경제란 무엇일까? 과감히 기존 방식을 전환하여 창조적인 마인드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하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는 선순환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런 창조경제의 핵심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 물론 대기업도 그 역할을 할 것이지만 이미 고용 없는 성장시대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상당부분 혁신과 유연성이 뛰어난 중소·벤처기업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들은 이미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구조 안에서 제대로 설 자리를 마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지난 22일 발표된 취득세 인하 방침은 발표 내용 자체가 요령부득이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3개 부처 장관 합동 명의인데, 발표 요지는 취득세를 인하한다는 단 한 문장에 불과하다. 얼마만큼 내릴 것인지, 언제까지 유효한지, 소급적용은 되는지 결정된 게 전혀 없다. 8월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하겠다는 게 다다. 취득세 인하는 지난 6월말 취득세 한시 감면 혜택이 종료된 이후 부처 간 이견을 보였던 사안이다. 특히 안행부는 부동산 활성화 차원에서 재원 보전 방안 대책 없이 이뤄지는 취득세 인하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이번 발표에 부동산 거래를 살리겠다는 의도 외에는 아무 것도 없고, 구멍이 생기는 재원을 메울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게 될 정책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정부의 태도에 화가 치민다. 취득세 인하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로 직결된다면 또 모르겠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는 인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거래 침체는 집값 하락 추세, 가계 부채 문제, 낙관적이지 않은 경기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취
경기도는 매년 여름이 되면 집중호우로 인해 심각한 수해를 입는다. 2011년 7월엔 집중호우로 39명의 인명피해와 3천100억여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에 경기도는 수해 피해가 컸던 2011년 이후 총 1조6천42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해복구사업과 재해예방사업을 추진했다. 경안천 범람으로 큰 피해를 입은 광주시의 경우 총 1천2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재해예방사업을 시행했다. 우수관로를 정비하고, 하천개수 등을 실시했으며,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했고, 개선수해복구사업을 마무리 했다. 동두천시에는 총 1천17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배수펌프장 등을 정비했으며, 재해위험지구 등을 정비했다. 포천시는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총 1천384억원의 예산을 투입, 재해예방사업을 시행했다. 예·경보시설 및 하천시설을 정비했으며, 하천정비 및 수해복구사업을 완료했다. 하지만 22일 경기동·남부 지역에 돌풍을 동반한 시간당 60㎜ 이상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여주군, 이천시 관고동과 백사면에서 토사에 휩쓸려 3명이 숨지고 신둔면에서 농부가 숨지는 등 모두 4명이 사망했다. 산사태와 주택·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
마음을 다 쏟는다면 귀신과도 통할 수 있다 한 가지 일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온 정력을 기울이면 마침내 그것을 깨칠 수 있다는 뜻이다. 不狂不及(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그것인데, 무엇을 해서 꼭 이루고 말겠다는 다짐이나 뼈아픈 노력도 없는데 자고 일어나니 성공이 눈앞에 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논어에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 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즐기는 것은 이루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옛말에 ‘쇠도 달구어졌을 때 두들겨라’ 했고, ‘햇볕 좋을 때 잘 말리라’는 말이 있다. ‘죽은 자식 생각으로 쓸데없이 애석해 할 필요 없고, 바람 불 때 노 저어라’는 말도 있다. ‘지혜롭고 부지런한 사람은 방법을 찾지만 어리석고 게으른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말도 있다. 불교에 夢中一如(몽중일여)라는 말은 ‘꿈속에서도 낮에 생각한 마음과 같이’라고 하였는데,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한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해가 늬엇늬엇 넘어갈 무렵의 교동시장 좁은 골목, 진득한 땀 냄새가 풀풀 날리는 인간터널을 지나 코너를 돌아가면 사람들 바글바글 모여앉아 먹거리 한 상씩 받아 안고 있는 아지매 분식집이 보인다. “납짝 만두 1인분, 오징어 야채전 1장, 양념 오뎅 1인분이요.” 마주 앉자마자 수다를 화수분으로 뿜어내는 풋풋한 젊은이들의 공간. 지붕이 빨갛다고 빨간 집으로 통했던 아지매 분식집에서 내다보는 교동시장의 골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입술이 두툼한 순대아줌마는 연신 순대를 썰어대며 한 손으로 소금을 퍼내고, 배불뚝이 아줌마는 턱밑 비지땀을 앞치마로 바쁘게 훔쳐대며 지글지글 몸부림치는 오징어·야채전 뒤집기에 여념이 없다. 야한 속옷가게 젊은 남자 종업원의 호객행위에 놀라 양 볼이 빨개진 미니스커트 어린 아가씨는 얼음 미숫가루 한 사발로 열을 식히고, 골목 난전 낚시의자에 쪼그려 앉은 모시저고리 할머니는 양념 오뎅집 오뎅 국물이 튈까봐 자꾸 가자미눈으로 가게 쪽을 흘겨본다. 그런데 휑하다.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골목이 이렇게 넓은 줄은 미처 몰랐다. 딱 25년만인가 보다. 그 왁자하던 도깨비 시장, 요란했던 골목이 모두 사
결국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찾지 못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사정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북방한계선(NLL) 등의 문제에 묻혀 한달 가까이, 거기에 사라진 사초(史草) 찾기에 일주일을 정쟁으로 지새웠으나 밝혀진 것 없이 오히려 의혹만 증폭됐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그 후 한달 가까이 정국이 온통 북방한계선(NLL) 등의 문제에 묻혀 허우적댔다. 공개한 회의록이 원본인가 아닌가의 진위 여부와 제기된 조작 관련 등 훼손·왜곡 의혹에 대해 여·야가 끝 모를 공방을 펼쳤다. 그러다 일주일전 회의록 실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알려졌다. 정치권은 또다시 격돌했다. 여야는 전문가를 대동,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1주일 동안 자료 검색도 했다. 검색한 제목과 본문만도 30여만건이나 된다. 그러나 원본은 없었다. 여·야 서로 자신들의 주장이 맞을 것이라는 예상을 여지없이 뒤엎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국민들의 피로감 극대화 국민들은 지난해 말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여야가 대선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윤흥길의 ‘장마’를 떠올린 건 지독한 날씨 때문이리라. 오래 내리는 비. 생명까지도 거두어 가는 무서운 수기(水氣).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허무를 그리고 있다. 국군과 인민군인 아들을 둔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국군인 아들의 사망소식과 함께 시작된 저주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죽음. 이데올로기보다 감정이 앞서 서로를 증오하는, 전쟁은 그런 것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조선 인조 이후 정권을 놓은 적이 없는 집단과 그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용을 쓰는 무리들의 정쟁(政爭). 한결같이 국민의 눈으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한다고 짖어대지만 말뿐이다. 유사 이래 권력을 좇는 무리들이 어디 한번이라도 백성을 위한 적이 있던가. 그렇다면 장을 지진다. ‘혹시나와 역시나’가 되풀이 되는 인간의 역사, 우리의 역사. ‘속고 또 속고’를 반복하는 백성은 정말 우매한 것
여자 배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64년 동경올림픽 때였다. 일본은 여기서 세계최강 소련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과 강력한 수비를 펼친 선수들에게는 ‘동양의 마녀’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리고 10년 동안 세계정상에 군림했다. 한국여자배구는 1975년 몬트리올 프레올림픽에서 이런 일본을 꺾고 우승, 세계 배구계를 놀라게 하며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여세를 몰아 다음해에 열린 몬트리올 올림픽에선 당당히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배구팀이 딴 동메달은 올림픽 출전 사상 첫 단체 구기 종목 메달이다. 당시 메달획득의 의미는 배구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했다. ‘날으는 작은 새(Flying Little Bird).’ 동메달의 주역 조혜정 선수의 애칭이다. 165cm의 단신이지만 60cm에 달하는 서전트 점프력으로 당시 동양의 마녀들과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외국선수들을 상대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빈 조혜정을 보고 외국기자가 감탄에 젖어 붙여준 이름이다. 50대 후반의 주부가 된 조혜정은 지금도 배구계의 전설, 살아있는 역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올림픽이 끝난 후 우리나라는 대대적 배구 붐이 일어났다. 초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