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만연한 날, 정미경 변호사가 여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정미경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38회를 수료한 뒤 법조계에 입문했다. 부군 역시도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문학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문학을 하고 있는 필자와는 낯설지 않은 관계였다. 남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도 큰 박수를 받았던 터라 여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정훈교육을 얼마 전에 갖게 되었다. 정 변호사의 인생은 한 편의 소설 혹은 영화 같다. 연하의 남편인 이 변호사와 부부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나 이색적인 삶을 걸어온 인생기는 한 편의 장편소설이기도 했고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필자가 그에게 인간적인 냄새를 발견한 것은 오래 전 경기도교육정보센터에서 시낭송회를 했을 때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삶의 편린이 고스란히 녹아나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녀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 어머니에 대해 모르는 채 살아갔고, 그녀의 아버지는 늘 술과 함께 인생을 탓한 채 살아갔다. 사랑하는 아내를 일찍 잃은 부친의 일화는 슬프면서도 감동의 선율이 되었다. 필자는 그녀가 쓴 한 권의 책을 오래전에 받았다. 그 책의 제목은 ‘여
3년 전 여름으로 기억된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함께 강원도 홍천의 숲속 요양시설에 다녀 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짧은 조우였지만 지인의 참여 동기를 듣고 생소함을 느꼈다. 그때 들은 내용들은 이러했다. 숙소에는 TV도, 컴퓨터도 없다. 휴대폰도 안 된다. 기름지고 과한 음식 대신 담백하고 영양가 있는 건강 식단이 제공된다. 그리고 몸의 건강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 요가와 명상도 그 중 하나다. 열흘 예정으로 참여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효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것들이었다. 비싼 비용이 약간 부담이긴 했으나 건강할 때 질병을 예방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쪼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몸에 좋은 거 먹고 오래 사는 것, 즉 웰빙이 건강의 트렌드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병에 걸려 아프지 않은데 왜 이곳에 왔을까? 우리처럼 여행이나 가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숲속 요양치료는 암등 질병 치료를 받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곳이 당시에 유행하기 시작한 사전치유와 휴식의 개념을 도입한, 지금으로 말하
감정은 베고 이성만 남아, 아주 무덤덤한 마음으로 읽어도 안구돌출(眼球突出)되는 역사가 있다. 우리 역사 이야기다. 일본의 ‘에조보고서’는 1895년 8월 20일 경복궁내 건천궁 옥호루에서 벌어진 참사를 이렇게 묘사한다. 일본낭인 20여명이 난입해 명성황후를 살해한 사건의 전모다. 작전명 ‘여우사냥.’ 이 보고서는 당시 조선 정부의 내부 고문관인 이시즈카 에조가 작성했다. 그는 일본에 있는 직속상관 스에마쓰 가네즈미 우정국 장관에게 이 사건의 주모자가 미우라 공사임을 알렸다. 명성황후 살해 현장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 ‘민비암살’의 저자 쓰노다 후사코도 ‘당시 현장에 있던 일본인 중에는 같은 일본인인 나로서는 차마 옮길 수 없는 행위를 하였다는 보고가 있어….’라고 말끝을 흐릴 정도였다.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을 지녔다면 차마 저지를 수 없는 만행이 벌어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근거다. 이 보고서에는, ‘먼저 낭인들 20여명 정도가 궁에 쳐들어와서 고종을 무릎 꿇게 만들고 이를 말리는 세자의 상투를 잡아 올려서 벽에다 던져 버리고…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의 경제개혁 조치가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우리나라는 물론이거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언론이 만들어낸 용어로,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성장 전략과 같은 세 가지 정책 수단의 조합을 의미한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의 디플레와 엔고현상이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돈을 최대한 많이 풀어 디플레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엔저 유도 정책은 ‘아베노믹스’의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이다. 디플레 하에서의 거품경제 디플레 경제라고 하는 것은 물가가 하락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일본 소비자물가의 추이를 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물가가 전년에 비해 플러스로 상승한 해는 2006년과 2008년밖에 없다. 그들의 진단대로 일본은 확실히 디플레 경제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플레’가 왜 문제인 것일까? 물가가 내리면 기업의 매출이 줄어 결국 이익도 감소하게 된다.…
지난주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프로무대로 진출하는 6명의 선수 환송식을 가졌다. 투수 이승재 등 4명은 NC 다이노스와, 외야수 송주호는 한화 이글스와, 내야수 김정록은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을 맺었다. 실패와 좌절을 맛본 이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재기의 환경을 제공했던 고양 원더스 구단은 이들 프로구단으로부터 한 푼의 이적 대가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허민 구단주는 떠나는 선수들에게 사비로 각각 1천만원씩 격려금을 안겨주었다. 통 큰 구단주뿐만 아니라 꿈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 이들을 제대로 조련한 김성근 감독, 감동의 터전을 제공하고 응원한 고양시와 홈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난 2011년 12월 창단한 고양 원더스의 모토는 단순하다. 기회를 잃어버린 인재에게 실력 연마의 환경을 구축해줌으로써 야구 인재를 육성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말은 쉬워도, 살벌한 경쟁 일색인 승자독식 풍토에서 지극히 실천하기 어려운 목표다. 하지만 고양 원더스는 이미 지난해에도 투수 이희성 등 모두 5명을 LG 등 프로로 진출시켜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준 바 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명감독으로 꼽히는 김성근 감독은 올해 총 10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고 6일은 현충일이다. 현충일엔 각종 행사가 펼쳐지며 대통령 이하 정부요인들, 그리고 보훈유가족과 국민들이 국립묘지에서 참배한다. 1970년 6월 15일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공포하여 이날을 공휴일로 정했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경건하게 국가와 민족,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기꺼이 바친 호국영령과 유가족들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공휴일이기 때문에 노는 날로만 생각하지 말고 이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지금 전국에서는 6·25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6·25 때 전투가 가장 심하게 벌어진 지역이었던 경기도 곳곳에서도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내 전체적인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13개 시·군의 33개 지역에 걸쳐 추진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현재까지 1천300여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우리는 경제 성장만을 목표로 급한 걸음을 걷느라 이분들을 미처 돌보지 못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서 눈을 감았던 용사들의 혼백과 유가족들에게 죄송스럽기 이르데 없다. 이분들의 유해 발굴 작업에 좀 더 박차를 가해 그동안 방치돼…
한날은 체육복을 입은 초등학생들이 줄을 지어 한 바퀴가 2㎞인 서호를 돌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중 초등학교 2∼3학년 되어 보이는 여학생이 계속 뒤쳐져서 걷지 못하고 있었다. 여학생이 힘들어 하자, 고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뒤쳐져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있었는데, 그도 힘들었는지 뒤쳐졌던 여학생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앞서가던 친구, 선배들 모두 달려와 넘어진 학생 이름을 부르며 “괜찮니? 친구야?” 하고 묻고, 부축하여 일으켜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는 경기 모처에 있는 대안학교였었다. 서로 따뜻하게 격려하고 다독이는 모습이 정말 감동스러웠으나 또한 낯설었다. 일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은 성실함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위치가 어디에 있든 그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농사짓는 농민들과 같아 보인다. 언제나 성실함으로 임하고, 농작물에 큰 영향을 주는 가뭄, 폭우, 병충해 등 시련이 닥쳐도 다시 딛고 일어나 자연재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수긍하며 농작물을 훼손시키
서울 충무로에 가면 명보 프라자라는 7층짜리 건물이 있다. 멀티 플레스화된 극장이다. 하지만 이 건물터는 과거 명보극장으로 더 유명했던 곳이다. 1957년 8월 25일 그레이스 켈리, 빙 크로스비 주연의 <상류사회>를 첫 개봉으로 외화와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상록수> <겨울나그네> 등등 우수한 한국영화 화제작을 40여년 동안 상영해온 곳이기도 하다. 특히 60, 70년대 당시에 이곳은 영화를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때론 울고 웃으며 박수를 보내며 낭만과 감동을 느꼈던, 젊은이와 기성세대들의 문화 탈출구였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이들 기억 속에 명화의 전당으로, 또 추억의 영화관으로 남아있다. 최근 이곳 6층에 과거의 설렘을 되살릴 수 있는 실버극장 ‘하람홀’이 개관했다. 노인들만을 위해 365일 연중무휴로 주옥같은 옛 명화를 상영한다. 상영영화는 매주 수요일을 시작으로 다음 주 화요일까지 1주일간 한 작품이다. 요금은 2천원으로 실비다. 6월 상영작은 007 위기일발, 개선문, 목로주점, 솔로몬과 시바여왕 등 제목만 들어도 새록새록 젊은 시절 기억이 살아나는 것들이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한국의 지방의회가 다시 문을 연 지도 벌써 22년째다.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 확산과 주민의식 함양 등 지역정치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지역문제에 대한 고민보다는 불필요한 정쟁과 지방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 행태로 인해 지방의회 존재 자체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에 한 몫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지방의원의 외유성 해외연수일 것이다. 지방의원의 외유에 대해 그동안 해마다 숱하게 언론의 비판과 주민의 질타가 이어지는데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지난달 안전행정부가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기로 했다. 바로 외유성 연수를 막기 위해 연수계획 및 의원별 보고서 작성의무화 및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감사체계를 제도화한다는 것이다. 즉, 연수 출발 전 일정을 공개하고, 다녀온 후에는 어떻게 지역정책에 활용할지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만일 이를 어길 시에는 시민감사를 통해 페널티를 물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현재 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원의 공무상 국외여행은 1년에 180만원씩 지급하는 일반공무상 국외연수와
요새 각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100일을 평가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정권 초기 100일이 향후 정권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사회과학적 근거가 없다. 정권 초기 100일에 좋은 성적을 얻은 정권도 끝판에는 죽을 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김영삼 정권을 들 수 있다. 김영삼 정권은 정권 초기에는 90%에 육박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정권막판에 가서는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니까 100일의 의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100일 평가를 하려는 이유는, 초반기 정권의 운영 방식이 정권말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00일 평가를 통해 바꿀 것은 바꾸고, 고칠 것은 고치기 위해서이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북한의 도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2006년을 돌이켜 보면 이런 북한의 위협에 정권이 흔들릴 법했다.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당시 유력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일관적인 말과 행동으로 북한을 다룬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은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