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은 중국 초나라의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과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는 앞뒤가 맞지 않은 말에서 유래되었다. 개인과 사회가 이러한 모순을 사용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개인의 경우 초나라 상인처럼 개인 이윤만을 추구할 때 이처럼 모순마케팅을 활용한다. 그런데 모순의 활용법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하면 보다 복잡해진다.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그로 인해 득을 얻는 계층의 이해가 보존되고 확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의 헤게모니가 작동하게 된다. 지난달 29일 소위 ‘노사정 일자리 협약’으로 내놓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대표적인 모순의 용례이다. 박근혜 정부 100일을 앞두고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협약은 현 정부의 노동에 대한 무관심과 무능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계속적으로 확대된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이제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서 정규직으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고용의 형태나 노동 조건을 노동자 개인이 선택하거나 요구할 수 없게 되었다. ‘2013년 3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r
경기도시공사의 부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2일 경기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이 381%를 넘어섰다고 한다. 벌인 사업은 많은 데 반해 돈이 들어오지 않자, 빚을 내 또 사업을 하겠다며 올해 초 안전행정부에 신청한 2천555억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이 승인을 받으면서 이같이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안전행정부가 공기업의 건전성 기준으로 잡고 있는 360%를 이미 초과한 것이고, 공사채 발행 가능 마지노선인 부채비율 400%에 근접한 수치다. 경기도 살림살이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만큼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시공사가 이처럼 빚더미에 오른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방만한 경영, 수요와 경제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벌인 사업 등이 그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기도시공사가 현재 진행 중인 개발 사업은 광교신도시 등 택지 분야 7개(3천155만㎡), 고덕국제화단지 등 산업단지 7개(818만㎡), 남양주 진건지구 등 6개 주택지구 등 모두 25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사업 중 미분양 물량이 2조7천503억원
추사 김정희(1786~1856) 선생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명필가다. 고향은 원래 충남 예산이지만 70세에 과천 관악산 기슭에 있는 아버지의 묘 옆에 가옥을 지어 기거하며 수도에 힘쓰고, 광주 봉은사를 오가며 여생을 보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런 인연으로 과천시가 추사박물관을 만들었다. 지난 3일 과천시 주암동에 개관한 추사박물관은 전체 4천261㎡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2층 규모이다. 이곳에 상설전시실과 기증전시실, 기획전시실, 뮤지엄숍, 체험실, 교육실, 강의실,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추사의 진품 유물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추사 서신 등 귀중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추사의 친필 간찰(편지) 26점을 비롯, 초정 박제가, 영재 유득공, 우선 이상적, 추사의 동생 산천 김명희 등에게 보낸 자료와 청대 학자들의 각종 서화류 70여점 등 1만5천여점이다. 이들 자료 중엔 특히 금석문 연구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여조인영서, 송자하입연시, 추사 옹방강 필담서, 경설합벽, 연경실집 등 진품 유물이 있다. 추사는 24세 때 중국 연경(현 북경)에 가서 당대의 대유학자인 완원, 옹방강, 조강 등과 교류하기도 했다. 이때 옹방강은 추사를 ‘경술(經術)
과지초당(瓜地草堂), 추사(秋史)의 생부 김노경(金魯敬, 1766∼1837)이 한성판윤을 지내던 1824년 과천에 마련한 별서(別墅)다. 10여 년간 제주와 북청 유배에서 풀려난 김정희(金正喜)는 1852년 8월 이곳에 내려와 1856년 10월 10일 서거하기까지 4년을 머물렀다. 그리고 대가(大家)의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다. 국보 세한도(歲寒圖)와 쌍벽을 이루는 추사 그림의 백미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도 이 시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봉은사(奉恩寺) 판전에 걸려 있는 현판 글씨 ‘판전(版殿)’ 또한 이때 쓴 걸작이다. 추사도 자신이 쓴 편액 중에 스스로 잘 썼다고 했을 정도다. 이 걸작은 서거 3일 전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과지초당에서 수많은 시문과 글씨를 남겼다. 모두가 원숙한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들로 평가받고 있다. 추사가 말년을 보낸 과천에 그를 기념하는 <추사박물관>이 오늘(3일) 문을 연다. 그리고 박물관에는 추사 서신 3종 23통을 비롯해 추사의 금석문 연구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여조인영서(與趙寅永書), 송자하입연시(送紫霞入燕詩), 추사 옹방강 필담서(秋史 翁方綱 筆談書), 경설합벽(經說合璧), 연경실집( 經室集)
모내기를 시작한 무논은 개구리 울음소리로 시끄럽고, 월담하는 붉은 장미 틈에 끼인 찔레꽃이 석양에 풋풋해 보인다. 푸른 것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깃들고 도시를 떠나 바다로 향하는 마음은 영락없이 초등학교 때 소풍 전날의 설렘 같다. 달의 날짜에 맞춰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날을 골라 남편 친구 내외와 서해안으로 해삼을 잡으러 갔다. 랜턴과 장화 그리고 해삼 담을 통을 하나씩 들고 물 빠진 바다로 향했다. 보름이라지만 구름에 가려진 달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랜턴 움직임에 따라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넓은 바다를 뒤져 해삼을 줍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반신반의 하면서 물 빠진 바다 밑을 살폈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성게였다. 바위에 붙어 있는 성게를 떼어낼 때 기분이 짜릿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삼이 보였다. 물속에 조금의 미동도 없이 있는 해삼, 언뜻 보기에는 돌 같았다. 해삼을 보는 순간 ‘심봤다’ 하고 외쳤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해삼. 여기저기서 해삼을 잡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썰물을 따라 일행은 바다로 들어갔고, 그 물이 다시 들어올 때 물을 따라 나왔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해삼과 성게 그리고 꽃게도 몇 마리 잡
“뉴 라이트가 교과서를 뒤집으려 한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다.” 뉴 라이트를 공격하는 측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다. 뉴 라이트 진영의 원로 역사학자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의 말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 토론회 개회사에서 뉴 라이트가 새로운 한국사 교과서를 통해 1980~1990년대의 “교과서 쿠데타”를 바로잡으려 한다고 밝혔다. 저 토론회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고교 한국사(교학사) 검정 통과에 즈음하여 개최된 자리다. 뉴 라이트 논법에 따르면 기존의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나 검정 한국사 교과서들은 “쿠데타” 세력의 작품이 된다. 북한에 동조하는 역사학자 무리들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 농단했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교과서를 집필하는 데 참여한 역사 교수와 교사, 이들이 참고한 수많은 역사학 논문과 저서의 필자들, 이들 교과서의 내용이 옳다고 믿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온 전국의 역사 교사들, 학원 사탐 강사들, 참고서 집필자들의 처벌이 걸린 무시무시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 많은 학자와 선생들이 역사
최근 지방자치단체 부채에 대한 논의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인천에 이어 2위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인구로 보면 자치단체 중에서 첫 번째이고, 예산 규모로 보아 일반회계만 해도 12조에 달하고, 총규모로 보면 18조나 되는 경기도가 왜 총부채규모가 15조8천억원으로 총부채비율이 71%에 이르게 되었는가? 부채관리와 탈선한 기차 최근 보도되고 있는 총부채비율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채무와 산하 지방공기업의 부채, 민자(民資) 사업 부담(임대료·운영비)을 합한 총부채를 지방정부 예산과 지방공기업 자본을 합산한 액수로 나눈 것이다. 이에 경기도의 부채는 3조4천억원이고, 특히 지방공기업 부채가 12조4천억원이 되어 규모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심각한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 중 부채 규모가 큰 지역을 보면 용인 1조3천800억원, 시흥 6천억원, 화성 5천억원, 김포 6천800억원, 하남 4천300억원 등인데, 신도시가 형성되고 아파트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장기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다가 막차를 타는 바람에 부동산 경기 침체의
6월 임시국회에서 일련의 경제민주화법안이 처리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른바 ‘갑의 횡포’로 촉발된 ‘을의 분노’에 당황한 여야가 국민들에게 몇몇 법안 처리를 여러 차례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법안에 대한 국회 내 시각차가 여전한 탓에 순조로운 통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예컨대 대리점에 대한 갑의 횡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고 10배까지 물리겠다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약속은 벌써 당내 반발에 부딪쳐 후퇴 조짐이 역력하다. 여기에 경기부진과 투자위축을 앞세운 재계의 입김까지 작용하게 되면 자못 기세를 올리던 경제민주화 법제화가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벌써 나온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정치적 쟁점이 부각되면서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거나 물타기 되는 상황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추문, 개성공단 대책 등 요란하기는 하지만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은 쟁점들을 둘러싸고 지루한 공방만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분명히 말해 두지만 경제민주화 법안을 이들 정치 쟁점에 묻어버린다거나 뒷전에서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은 비겁하다. 6월 임시국회에서 경
앞으로 경기도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지자체는 평택시이다. 최근 평택 고덕 삼성전자 산업단지가 착공되고, 고덕산단 인근에 LG디지털파크산단 등 총 1천418만㎡에 이르는 8개 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는데다, 배후단지인 고덕국제화계획지구 개발에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단지는 평택시가 농업도시에서 첨단산업도시로 변신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사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평택시에서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평택항이다. 평택항은 1986년 12월 5일 동북아시아의 무역·물류 중심 항만으로 문을 열었으니 이제 개항 26년밖에 되지 않은 ‘청년항’이지만 전국 항만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 무역항만으로서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평택항은 국내 29개 무역항만 중 자동차 화물량이 1위다. 또 컨테이너 처리량은 4위, 총 화물처리량은 5위다. 전망은 더 밝다. 왜냐하면 평택항은 전기한 것처럼 앞으로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일류기업이 평택으로 입주하면 당연히 시너지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서해안 시대의 가장 역동적인 도시가 될 것이지만 홀대를 당하고 있다. 평택항은 국내 항만 중 최단기간 내 총 화물량 1억t 달성과 3년…
“요트 항해의 목적지를 한국에 정한 것도, 어머니 고생의 대가로 이렇게 자란 장한 딸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요트 항해 중의 모든 고생들은 어머니를 만난다는 한 가지 희망 속에서 자연스레 극복되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나의 어머니는 우리들의 항해에 끊임없는 등댓불이었습니다.” 1974년 파독 간호사로 간 김영희씨는 독일인 남편 루디 하나스와 함께 세계 일주를 하기위해 1983년 요트를 타고 독일을 출발한다. 그리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한 후 3년여 만인 1986년 5월 한국에 도착, 그해 8월 항해 체험을 글로 적은 오이라스(Euras)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 이것이 바로 동양 최초로 여자가 쓴 요트 항해일지다. 윗글은 그 내용 중 일부다. 이 책은 당시로선 생소한, 요트라는 배를 타고 남편과 함께 겪은 초인적인 생활을 기록한 매우 이색적인 소재의 글이어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요트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30년 초, 연희전문학교 언더우드씨가 광나루에 ‘황해요트클럽’을 만들고 요트를 띄운 것이 시초다. 본격적으로 요트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 대한요트클럽이 창단하면서부터. 그리고 40여년이 지난 현재 요트는 해양레저와 스포츠